카메라등이용촬영 조사 전, 휴대폰을 초기화해도 될까 — 포렌식과 증거인멸
카메라등이용촬영 조사 전, 휴대폰을 초기화해도 될까 — 포렌식과 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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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등이용촬영 조사 전, 휴대폰을 초기화해도 될까 — 포렌식과 증거인멸 

김혜주 변호사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조사를 앞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초기화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지 마십시오. 이 글에서 그 이유와 함께, 이 죄가 실제로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 조문과 구성요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라는 요건입니다. 타인이 화면에 담겼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촬영된 부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의 각도와 거리, 특정 부위가 부각되었는지, 촬영의 경위와 의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따라서 우연히 사람이 화면에 들어온 정도라면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특정 부위를 따라가며 확대하여 촬영하였다면 옷을 입은 상태였더라도 요건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저장되지 않았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삭제하였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판례는 촬영 대상이 카메라 화면에 포착되었다면 그 영상정보가 저장장치에 저장되지 않고 소멸하였더라도 촬영행위는 이미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둘째, 성폭력처벌법 제15조는 제14조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촬영에 이르지 못한 단계의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초기화가 위험한 세 가지 이유

첫째, 복원됩니다. 삭제한 파일은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되는 경우가 많고, 초기화를 하더라도 저장 방식에 따라 데이터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초기화한 사실 자체가 확인됩니다. 포렌식 과정에서 기기의 초기화 시점과 이력이 드러나며, 조사를 앞둔 시점의 초기화는 그 목적을 쉽게 짐작하게 합니다.

셋째, 증거인멸로 평가됩니다. 이는 구속의 사유가 되는 증거인멸의 염려를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고, 재판에 이르러서는 양형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우려던 자료보다 지웠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클라우드 자동 백업이나 통신사 보관 자료처럼 기기 밖에 남는 기록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 포렌식 단계에서의 권리

피의자는 압수·수색 절차와 전자정보의 탐색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참여 의사는 서면으로 명확히 표시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정보까지 탐색하는 것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임의제출의 경우에도 제출 범위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알려주어야 하는지, 진술거부권을 어떻게 행사하여야 하는지도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법적으로 비밀번호를 진술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협조 여부의 판단은 일반론으로 정해 두고 그대로 따를 문제가 아닙니다. 임의제출인지 영장에 의한 압수인지, 수사기관이 이미 확보한 자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다툴 부분이 있는지에 따라 협조가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사안마다, 그리고 사건이 어느 절차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므로, 결정하시기 전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놓고 변호사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포렌식이 언제나 불리한 절차인 것은 아닙니다. 우발적으로 촬영된 사안이라면 구도가 일정하지 않고 특정 부위를 따라가지 않으며 확대나 편집, 삭제의 이력이 없다는 점이 포렌식으로 확인됩니다. 의도가 없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 여죄가 있는 경우

포렌식에서 다른 촬영물이 확인되면 죄수가 늘어나고, 반복성이 인정되면 사안 전체가 무거워집니다. 다만 영상의 개수가 곧 범죄의 개수는 아닙니다. 각 영상이 앞서 본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개별적으로 검토하여,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가려내고 피의사실의 범위를 좁히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이 이후 처분과 양형의 크기를 정합니다.

■ 부수처분과 양형

카메라등이용촬영은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이수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이 병과될 수 있습니다. 처벌의 무게가 형량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 죄명에서 가장 크게 반영되는 양형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와 재범 가능성입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합의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면, 재범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전문기관의 상담과 치료 이수 기록, 촬영 기기의 처분, 가족의 감독 계획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마치며

조사 통지를 받으신 시점에 하실 일은 자료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인정할 범위와 다툴 범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첫 진술이 사건 전체의 틀을 정하므로, 그 전에 기록을 검토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혜검 법률사무소 김혜주 대표변호사의 책임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될 수 없습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건의 결과나 승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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