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협의서 썼는데 상대가 말 바꾸면 — 효력과 이행청구
사건 개요
이혼을 준비하며 재산 문제로 오래 다투다가, 결국 서로 물러서서 "아파트는 배우자 앞으로, 예금과 차량은 본인이 갖는다" 식으로 재산분할협의서를 쓰고 도장을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변호사 없이 감정 섞인 협상 끝에 겨우 접점을 찾았기에, 당사자들은 그 종이 한 장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태도를 바꿉니다. 협의이혼 신고를 미루거나, 소송으로 흘러가면서 "그 합의는 없던 걸로 하자"고 하거나, 이혼은 끝났는데 아파트 명의 이전은 이런저런 핑계로 미룹니다. 상담자들은 하나같이 "도장까지 찍은 서류인데 왜 안 지켜지느냐"며 억울해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산분할협의서를 썼다고 해서 그 내용이 항상 그대로 강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협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혼이 성립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협의가 얼마나 실질적인 논의를 거친 것인지에 따라 협의서의 효력과 그것을 이행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협의서를 쓴 시점과 실제 이혼이 성립된 방식—협의이혼 신고가 완료됐는지, 아니면 소송으로 넘어가 재판상 이혼으로 끝났는지—입니다. 둘째, 그 협의가 재산액·기여도·분할방법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를 거친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인 서명에 불과한지입니다. 셋째, 협의가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상대의 불이행에 대해 무엇을 어디에 청구할 것인지—민사소송으로 이행을 구할 것인지,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을 다시 청구할 것인지—입니다. 넷째, 그 청구권을 언제까지 행사해야 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맞물려 있어, 첫 단계에서 판단이 틀리면 뒤이은 청구 자체가 잘못된 법정에 올라가 시간만 허비하게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협의서의 효력을 이혼 성립 방식에 맞춰 규정하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그 협의서가 지금 살아 있는 계약인지 아니면 애초에 효력이 생기지 않은 종잇조각인지입니다. 이 판단을 위해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협의이혼 성립 여부부터 확정합니다.
아직 이혼이 성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재산분할협의는, 판례상 협의상 이혼의 성립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의 성질을 갖습니다. 실제로 협의이혼 신고까지 마쳤다면 그 조건이 성취되어 협의는 그대로 유효한 계약으로 확정됩니다. 반대로 협의이혼 절차가 좌초돼 소송으로 넘어가 재판상 이혼으로 끝났다면, 애초의 협의는 조건 불성취로 그 자체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다만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참작하는 '기타 사정'으로만 반영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843조). 그래서 상담 첫 단계에서 협의서 작성일과 이혼신고일을 나란히 놓고 조건이 실제로 성취됐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협의가 '진지한 논의'를 거쳤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대법원은 부부 쌍방의 재산액·기여도·분할방법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 없이 한쪽이 청구권을 그대로 내려놓는 형태의 합의는, 재산분할협의가 아니라 법이 허용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해 무효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상대방이 나중에 말을 바꾸며 "그 합의는 애초에 무효였다"고 주장할 때 흔히 이 논리를 끌어옵니다. 그래서 협의 과정에서 오간 재산 목록, 각자의 기여도에 관한 논의 내역, 협의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를 문자·메모·초안 등 남는 형태로 확보해, 이 합의가 형식적 포기가 아니라 실질적 협의였음을 뒷받침해 둡니다.
3) 재판상 이혼으로 흘러갈 가능성에도 미리 대비합니다.
협의이혼이 무산되고 소송으로 넘어갈 조짐이 보이면, 기존 협의서를 폐기하지 않고 재산분할 심판 절차에서 '기타 사정' 자료로 제출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둡니다. 협의 당시 합의된 분할 비율과 그 근거는 법원의 재산분할 판단에서 유력한 참고자료가 되므로, 조건 불성취로 협의 자체의 강제력이 사라지더라도 그동안의 협상 내용이 헛되지 않도록 준비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협의가 유효하다면 실제 이행을 받아내는 방법
협의이혼이 성립해 협의서가 유효한 계약으로 확정됐다면, 남은 문제는 상대의 불이행에 맞서 무엇을 어디에 청구할 것인가입니다.
1) 이행청구권의 성격을 규정하고 청구 경로를 가릅니다.
협의이혼이 성립한 뒤 확정된 재산분할협의는 부부 사이의 사법상 계약이므로, 상대가 이행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을 새로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민사소송으로 그 협의 내용의 이행을 구합니다. 반대로 협의 없이 소송으로 넘어가 재판상 이혼으로 끝난 경우라면 이 경로 자체를 쓸 수 없고,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갈림을 상담 초기에 정확히 잡아야 소를 잘못된 법원·형식으로 제기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청구 대상에 맞춰 소송 형태를 설계합니다.
부동산을 넘겨주기로 한 협의라면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상대가 그사이 제3자에게 처분할 위험이 있다면 소 제기와 함께 처분금지가처분으로 그 부동산을 미리 묶어 둡니다. 예금이나 특정 금전을 지급하기로 한 협의라면 지급을 구하는 소송과 함께 상대 재산에 대한 가압류로 나중의 강제집행을 담보해 둡니다. 협의서에 이행 시기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을수록 소송에서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3) 청구권의 행사 기간을 따로 관리합니다.
재산분할청구권 자체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습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제843조).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협의의 이행을 구하는 채권은 일반 채권과 같은 소멸시효를 따르지만, 나중에 법원이 그 협의를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상, 2년의 제척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예비적으로 재산분할심판을 함께 청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론
재산분할협의서는 도장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이혼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성립했는지와 그 협의가 얼마나 실질적인 논의를 거친 것인지에 따라 효력이 갈립니다.
상대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면, 협의서 자체를 다시 꺼내 보기 전에 이혼이 어떤 절차로 성립했는지와 협의 당시 오간 논의의 기록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지금 그 상황에 놓여 있다면, 협의서의 효력과 이를 실제로 이행시킬 방법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