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다 앞사람과 닿았는데 성추행범이 됐다면
사건 개요
출근·등교 시간대 지하철은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이 밀려 들어와 발 디딜 틈이 없어집니다. 한 대학생은 그런 열차 안에서 손잡이를 놓친 채 한 손으로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방끈을 붙든 상태로 서 있었습니다. 열차가 흔들리며 몸이 앞으로 쏠렸고, 바로 앞에 서 있던 승객의 몸에 자신의 몸이 닿았습니다. 그 승객은 곧바로 "방금 누가 만졌다"며 신고했고, 학생은 다음 역에서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에게 붙들려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손 모두 휴대폰과 가방으로 이미 점유돼 있었고, 접촉은 열차의 흔들림과 인파에 밀린 결과였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닿았다"는 신고인의 진술과 그 순간 근접해 있었다는 물리적 사실만으로 일단 조사를 개시합니다. 이 지점에서 학생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 남고 그 접촉이 우연이었는지 고의였는지는 신고인의 주관적 인식 쪽으로 기울어 정리되기 쉽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몸이 닿았다는 사실 자체는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처벌의 대상은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닿은 경우뿐입니다. 그리고 그 고의가 있었는지는 신고인의 느낌이 아니라, 손의 위치·가방을 쥔 상태·이동 경로 같은 객관적 정황으로 가려야 할 문제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법은 형법상 강제추행이 아니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조항은 대중교통수단 등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 추행이 있으면 성립하고, 강제추행죄와 달리 별도의 폭행·협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폭행이 없었으니 무죄"라는 논리는 통하지 않고, 다툼의 무게중심은 처음부터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한 가지로 모입니다.
고의를 판단할 때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것은 신고인의 주관적 진술이 아니라, 당시 열차의 혼잡도, 학생의 이동 경로와 몸의 방향, 접촉 순간 손이 어디에 있었는지, 접촉이 얼마나 짧고 일회적이었는지 같은 간접사실들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이 혼잡한 열차 안에서 짧게 발생한 신체 접촉 사안에서, 접촉을 한 사람이 진범이 아니라 옆 사람으로 오인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즉 "닿았다"는 신고 하나만으로 유죄가 확정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 오인·우연 가능성은 저절로 인정되지 않고, 학생 쪽이 구체적 정황으로 채워 넣어야 법원 앞에 설득력 있게 놓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손 위치·가방 파지 상태를 물증으로 재구성하기
고의를 부정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그럴 리 없다"는 항변이 아니라, 그 순간 학생의 두 손이 이미 다른 곳에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정황을 물증화합니다.
1) 휴대폰 사용 기록으로 한쪽 손의 점유 상태를 증명합니다.
사건 당시 시각의 화면 사용 시간(스크린 타임) 기록, 잠금 해제 이력, 앱 사용 로그를 확보하면 한 손이 휴대폰을 쥐고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진술이 아니라 기기 기록으로 남습니다. 이는 그 손이 신고인 쪽으로 향할 수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입니다.
2) 가방 파지 상태와 승차 동선을 재구성합니다.
남은 한 손이 어떤 방식으로 가방을 쥐고 있었는지—어깨끈을 잡았는지, 손잡이를 감아쥐었는지—를 현장에서 실제 가방과 옷차림으로 재연하고 사진·영상으로 남깁니다. 같은 칸에 있었던 동승자나 함께 탄 지인이 있다면 그 진술도 함께 확보해, 두 손이 모두 점유돼 있어 접촉 순간 신체 쪽으로 뻗을 수 있는 손이 물리적으로 없었음을 보여 줍니다.
3) CCTV 영상감정으로 접촉의 궤적을 분석합니다.
역사·객실 CCTV가 확보되면 프레임 단위로 몸의 기울기, 열차 진동 시점, 접촉이 발생한 각도와 지속 시간을 짚어 봅니다. 손이 신고인을 향해 뻗어 나가는 움직임 없이, 열차가 흔들리는 시점과 몸이 앞으로 쏠리는 시점이 정확히 겹친다는 점을 영상 자체로 보여 줄 수 있다면, 이는 어떤 진술보다 강한 반박 자료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무죄를 다투는 절차 대응을 초기부터 설계하기
물증을 아무리 잘 갖춰도 절차 대응이 늦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특히 이런 사건은 증거가 사라지는 속도와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단계로 초기 대응을 설계합니다.
1) CCTV 보존조치를 가장 먼저 신청합니다.
역사·객실 CCTV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순차적으로 삭제됩니다. 신고 직후 또는 조사 통보를 받은 직후 지체 없이 관할 경찰서에 영상 보존 요청을 접수해, 뒤늦게 대응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물증이 사라지는 상황을 막습니다.
2) 조사 단계에서 오인·우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진술합니다.
막연히 "고의가 없었다"고만 말하면 진술의 무게가 실리지 않습니다. 당시 혼잡도, 진동 시점, 손의 위치를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필요하면 현장 재연을 요청해 "물리적으로 그럴 수 없었던 상황"임을 조사 초기부터 기록에 남깁니다.
3) 불송치·불기소를 목표로 한 의견서를 준비합니다.
확보한 기기 기록·목격자 진술·영상감정 결과를 종합해 경찰·검찰 단계에서 고의를 인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상 합리적 의심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기소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초기 단계부터 분명히 짚어 두는 것이 재판까지 가는 부담을 줄이는 길입니다.
결론
지하철에서 몸이 닿았다는 사실 자체는 흔한 일이지만, 그 뒤에 "고의였다"는 낙인이 붙는 순간 대응 방식은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으며, 그 순간 손이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쥐고 있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만이 방어할 수 있습니다.
신고를 당한 직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CCTV와 기억은 함께 흐려집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무엇을 먼저 확보하고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할지 빠른 시점에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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