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부축했다가 추행 신고당했다면 — 고의를 다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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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회식 후 부축했다가 추행 신고당했다면 — 고의를 다투는 법 

김강희 변호사


회식 후 부축했다가 추행 신고당했다면 — 고의를 다투는 법


사건 개요


회식 자리가 길어지면 늘 한두 명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기 마련입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리기사를 부르고 다 같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는데, 유독 많이 마신 동료가 벽에 기대다 말고 휘청이며 넘어지려 했습니다. 다치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팔을 붙잡고 어깨를 감싸 부축했을 뿐인데, 며칠 뒤 그 동료로부터 '강제추행'으로 신고당했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앞섭니다. "넘어지는 사람을 잡아준 것뿐인데 왜 성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그 억울함이 아니라, 그 순간 손이 어디에 어떻게 닿았는지, 그리고 그 접촉에 성적인 의미(고의)가 있었는지를 객관적 정황으로 따집니다. 회식 문화 특성상 이런 신고가 늘고 있는 만큼,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은 이 '폭행'의 의미를 상대방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가 아니어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면 그 힘의 세기와 무관하게 인정된다고 판단 기준을 넓혔습니다. 즉 "세게 붙잡은 게 아니다"라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짜 싸움은 그 신체 접촉이 '추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에서 벌어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접촉 부위와 방식이 넘어짐을 막기 위한 통상적인 부축 동작의 범위 안에 있었는지입니다. 둘째, 대법원이 추행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요구하는 종합고려 요소 —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대법원 2015도9517 등 확립된 법리) — 이 이 사건에서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입니다. 셋째, 만취 상태였던 상대방의 진술이 그 순간의 신체 접촉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고 재구성한 것인지, 그 신빙성입니다. 넷째,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이 은밀했는지 공개적이었는지입니다.

주의할 것은, 강제추행죄는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 아니라는 점입니다(대법원 2015도9517). 따라서 "성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정황으로 그 접촉이 통상적 도움 행위였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야 고의 자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부축 당시의 접촉을 객관적 동작으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다투어야 하는 것은 "그 손이 어디에, 얼마 동안, 어떤 방향으로 닿았는가"라는 사실관계 그 자체입니다. 피해자의 기억과 진술만으로 이 부분이 결정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접촉의 실체를 재구성합니다.

1) 현장 CCTV·매장 영상을 시간 단위로 전부 확보합니다.

회식 장소, 건물 앞, 인근 상가의 CCTV는 저장 용량과 운영 정책에 따라 통상 2~4주 안에 자동 삭제되는 경우가 많아, 신고 사실을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대한 임의제출 요청이나 법원의 문서송부촉탁 등을 통해 원본 화질 그대로 확보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결정적 증거가 사라집니다.

2) 접촉 부위·시간·반복성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합니다.

손이 상대를 받치는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아니면 특정 신체 부위에 머물거나 반복해서 닿았는지는 영상을 통째로 재생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프레임 단위로 캡처해 손의 위치 변화와 접촉 지속 시간을 시각화하면, 넘어지는 사람을 겨드랑이나 팔뚝을 잡아 세우는 통상적 동작과, 성적 의미를 갖는 접촉을 구별하는 객관적 근거가 만들어집니다.

3) 동석했던 동료·매장 직원의 목격 진술을 확보합니다.

영상만으로는 "왜 그 순간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는지"라는 맥락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휘청였는지, 넘어지기 직전이었는지를 본 사람의 진술을 조기에 확보해 두면, 영상 속 동작이 우발적 보호 행위였다는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축이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격자의 기억도 흐려진다는 점에서 이 확보 역시 서두를 일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보호가 필요했던 정황'을 증거로 쌓아 고의를 다투기


접촉의 동작 자체를 다투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이 추행 고의를 판단할 때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위의 객관적 상황을 함께 보라고 한 이상, "왜 그 상황에서 그런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가"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를 별도로 쌓아야 합니다.

1) 대리기사 호출 기록으로 시간적 정황을 맞춥니다.

대리운전 앱의 호출 시각·배차 시각·기사 도착 시각 기록을 확보하면, 부축이 이루어진 시점이 실제로 '대리기사를 기다리던 시간대'와 정확히 겹친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는 진술로만 주장하는 것과는 무게가 다른 시간축 증거가 됩니다.

2) 상대방이 실제로 만취해 혼자 서 있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확보합니다.

회식에 함께 있었던 다른 동료들의 진술, 술자리 결제 내역(주문한 술의 양), 매장 직원이 기억하는 당시 상태 등을 통해 상대방이 실제로 부축이 필요한 상태였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접촉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3) 접촉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음을 정리합니다.

다른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적이 있는 길가에서 이루어진 접촉이라면 은밀성이 없었다는 뜻이고, 이는 성적 의도를 숨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정황으로 이어집니다.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 조명과 인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시간·장소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


같은 부축이라도 결과가 갈리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순간의 접촉과 정황을 얼마나 객관적 자료로 남겨 두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CCTV는 짧으면 보름 만에도 사라지고, 목격자의 기억도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집니다.

회식 자리에서 동료를 도우려다 뜻밖의 신고를 받아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면, 무엇을 먼저 확보하고 어떤 진술 태도를 취해야 할지 초기 단계에서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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