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진정 대응 전략과 근로자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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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진정 대응 전략과 근로자성 판단 

오상원 변호사

노동청에서 임금체불 진정이 들어오면 대표 입장에서는 당황하기 쉽다. 특히 이름만 대표로 올라가 있거나, 실제로는 동업자·지인·외주 인력이 섞여 일하던 구조라면 더 그렇다. 진정인은 일을 했으니 임금을 달라고 주장하고, 대표는 직원으로 고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때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일을 했는지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는지가 먼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대법원도 근로자성은 계약서 제목이 근로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 동업계약인지에 따라 기계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했는지,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되었는지, 보수가 근로의 대가인지, 전속성이 있었는지, 독립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는지를 종합해 판단한다.

따라서 노동청 진정 사건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미지급 임금 액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인이 정말 근로자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근로자성이 무너지면 임금체불, 퇴직금, 주휴수당, 근로계약서 미작성 혐의의 전제가 함께 흔들린다.

근로계약서가 없다고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무혐의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다. 계약서가 없으면 무조건 사업주가 불리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실제 근로자를 고용했다면 사용자는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휴가 등 주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교부해야 한다. 이 의무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전제가 있다. 상대방이 근로자여야 한다. 애초에 동업자, 공동사업자, 독립 외주업체, 프리랜서, 단순 협력자에 해당한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 작성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은 양쪽 모두에게 칼이 될 수 있다. 진정인은 근로계약서를 못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사업주는 애초에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었다고 다툴 수 있다.

실무에서는 계약서의 부재보다 실제 운영 방식이 더 중요하다. 누가 업무 내용을 정했는지, 출퇴근 시간을 누가 통제했는지, 결근이나 지각에 대해 제재가 있었는지, 월급처럼 고정적으로 돈이 지급되었는지, 업무 장비는 누가 부담했는지,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겸직 자유와 전속성은 근로자성을 깨는 핵심 포인트

진정인의 근로자성을 탄핵할 때 중요한 요소가 전속성이다. 진정인이 특정 회사에 전속되어 계속 근무한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 이미 소속되어 있었거나 배달·영업·개인사업 등 다른 일을 자유롭게 병행했다면 근로자성은 약해질 수 있다.

근로자는 통상 사용자의 사업조직 안에서 일정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한다. 반면 독립적으로 여러 일을 병행하고, 자기 일정에 따라 움직이며, 수익도 스스로 조절했다면 종속성이 낮다고 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진정인이 낮에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저녁이나 주말에만 특정 프로젝트를 도와줬다면 단순 근로관계인지 다시 봐야 한다.

배달 일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업무를 도왔거나, 다른 업체 일정을 우선하면서 필요할 때만 참여했다면 사용자의 지휘 아래 정해진 시간에 근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 경우 업무 도움과 근로 제공은 구별되어야 한다.

다만 겸직을 했다고 무조건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투잡 근로자도 근로자가 될 수 있다. 핵심은 겸직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가 해당 업무에 대해 얼마나 시간과 장소를 통제했는지다. 다른 일을 병행했다는 사실은 종속성을 낮추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끝내면 부족하다. 출퇴근 자율성, 업무 선택권, 대체 인력 사용 가능성, 보수 산정 방식까지 함께 묶어야 한다.

출퇴근 자유와 업무 자율성은 종속관계를 흔든다

근로자성 판단에서 근무시간과 장소의 구속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사용자가 출근 시간을 정하고, 퇴근을 통제하며, 결근이나 지각에 대해 불이익을 주고, 근무장소를 지정했다면 근로자성 인정에 유리한 사정이다. 반대로 진정인이 스스로 일정을 정했고, 필요한 업무만 처리했으며, 특정 장소에 상주하지 않았고, 출퇴근 관리도 없었다면 근로자성을 다툴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 소규모 사업장, 지인 동업 구조에서는 이 부분이 자주 문제 된다. 대표는 같이 해보자고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진정인은 매일 일했으니 직원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확인해야 할 것은 카카오톡 지시 내용, 업무 배정 방식, 출퇴근 기록, 회의 참석 의무, 보고 체계, 휴가 승인 여부다. 대표가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통제했는지, 아니면 각자가 역할을 나누어 자율적으로 움직였는지가 핵심이다.

동업자 임금체불 진정 사건에서는 업무 수행의 자율성이 특히 중요하다. 동업자는 손익을 함께 부담하거나 사업 방향에 관여하고,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근로자는 사업상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둘의 차이는 명함에 적힌 직함이 아니라 돈과 결정권의 흐름에서 드러난다.

보수의 성격이 임금인지 수익분배인지 따져야 한다

진정인이 받은 돈의 성격도 근로자성 판단에서 중요하다. 매월 일정한 금액이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근무시간이나 업무량과 연결되어 있다면 임금으로 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사업 수익에 따라 나누어 받았거나, 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따라 정산하기로 했거나, 투자금 회수 또는 지분 정산 성격이 있었다면 임금과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

소규모 사업에서 흔한 표현이 있다. 나중에 수익 나면 나눠 갖자, 지금은 같이 키워보자, 매출 나오면 정산하자는 말이다.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동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근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누가 비용을 부담했는지, 손실 위험을 함께 졌는지, 매출 관리에 관여했는지, 정산 기준을 협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진정인이 사업 운영에 관여했고, 거래처와 직접 협의했으며, 수익 배분을 전제로 움직였고, 다른 업무를 자유롭게 병행했다면 근로자성 부정 논리가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본급을 받기로 했고, 대표 지시에 따라 정해진 업무만 수행했으며, 사업 손실을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보수는 이름보다 성격이 중요하다. 월급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임금일 수 있고, 정산금이라고 불러도 실질은 임금일 수 있다.

사용자성도 함께 다투어야 방어가 완성된다

이름만 대표인데 직원들이 임금체불로 고소한 사건에서는 근로자성만 볼 것이 아니라 사용자성도 함께 봐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사업주뿐 아니라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등기상 대표인지, 실제 인사·급여·업무지휘 권한이 있었는지, 자금 집행권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명의상 대표였지만 실제 사업 운영은 다른 사람이 했고, 급여 지급이나 근태관리 권한도 없었으며, 진정인들과 근로조건을 정한 사실도 없다면 사용자성 방어가 가능하다. 반대로 명의만 대표라고 주장하더라도 실제로 업무를 지시하고 급여를 정하고 출퇴근을 관리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양각 방어는 바로 여기서 필요하다. 첫 번째 축은 진정인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축은 설령 일부 노무 제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진정인이 그 근로관계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노동청 사건에서 이 두 축을 분리하지 않으면 방어가 흐려진다.

노동청 조사 전 증거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추상적이지만, 노동청 조사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자료로 바뀐다. 진정인의 다른 회사 재직 여부, 4대보험 가입 내역, 배달·프리랜서 활동 내역, 개인사업자 등록 여부,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 업무용 장비 소유 여부, 출퇴근 기록 부재, 휴가 승인 절차 부재, 카카오톡 업무 대화, 정산 내역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진정인이 자유롭게 다른 일을 병행했다면 그 자료가 중요하다. 배달 앱 정산 내역, 다른 업체와의 계약서, 거래명세서, 시간대별 이동 기록, SNS 홍보 내역, 개인 사업 계좌 입금 내역이 모두 근로자성 탄핵 자료가 될 수 있다. 출퇴근 구속이 없었다면 출입기록이 없다는 점, 업무 보고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는 점, 일하지 않은 날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점을 정리해야 한다.

노동청 조사에서 대표가 그냥 같이 일한 사이였다고만 말하면 부족하다. 조사관은 판단할 자료가 필요하다. 누가 지시했는지, 언제 일했는지, 어떻게 돈을 받았는지, 다른 일은 병행했는지, 사업 손익을 부담했는지, 근로조건을 정한 적이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야 한다. 근로자성 사건은 말싸움이 아니라 생활 패턴 분석이다.

근로자성 자체가 무너지면 임금체불 사건의 전제가 흔들린다

동업자 임금체불 진정이나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돈을 줘야 하느냐 이전에 상대방이 근로자인가다. 일을 도와줬다는 사실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결론은 다르다. 진정인이 독립적으로 일정을 조절했고, 다른 업무를 자유롭게 병행했으며, 출퇴근 시간에 구속되지 않았고, 수익분배나 동업적 관계에 가까웠다면 근로자성은 충분히 다툴 수 있다.

물론 근로자성 부정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정해진 시간에 출근했고, 대표의 지휘를 받았고, 매월 고정 급여를 받았고, 사업상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방어는 무조건 직원이 아니었다고 외치는 방식이 아니라, 대법원 기준에 맞춰 종속성이 없었다는 자료를 쌓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노동청 진정 사건에서 근로자성 판단은 사건 전체의 입구다. 이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임금체불도, 퇴직금도, 근로계약서 미작성도 성립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 입구를 쉽게 내주면 이후에는 미지급 금액과 처벌 수위의 싸움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대표나 사업주 입장에서는 첫 조사 전부터 근로자성, 사용자성, 보수의 성격, 업무 자율성을 나누어 정리해야 한다. 일을 도와준 사람인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으로 일한 근로자인지. 그 한 끗이 노동청 사건의 결론을 바꾼다.

근로기준법위반 무혐의 사례

https://www.lawtalk.co.kr/posts/169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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