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박지현 씨(가명)는 한 사회복지법인 산하 노인복지센터에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해 프로그램 운영 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처음 입사할 당시 계약은 2년 기간제였고, 계약이 끝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약만료를 여섯 달 정도 앞둔 시점, 센터는 박지현 씨에게 시설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프로그램팀장' 보직을 맡겼습니다. 이 자리는 직군별로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로, 이용자 프로그램 기획부터 실무자 관리까지 책임지는 중요한 위치였습니다. 박지현 씨는 새로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운영위원회 보고, 각종 실무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문제는 계약만료를 앞두고 벌어졌습니다. 센터 측은 별다른 사유 설명 없이 계약이 끝난다는 통보만 전달했고, 박지현 씨는 갱신이 거절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센터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같은 계약직 직원들 중에는 재계약된 사례가 여럿 있었고, 본인도 당연히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충격은 더 컸습니다. 결국 박지현 씨는 이것이 부당한 해고라고 판단하고 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2. 황윤경 변호사의 조력
상담 초기에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박지현 씨와 센터 사이에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실제로 형성되어 있었는지였습니다. 단순히 계약서 문구만 볼 것이 아니라, 센터가 그동안 같은 직군의 계약직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계약 갱신과 관련된 절차가 실제로 운영되고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동일한 직군에서 최근 몇 년간 재계약이 이루어진 비율을 확인했습니다. 상당수의 계약직 직원이 재계약되었던 전례가 있었고, 이는 박지현 씨에게도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가질 만한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센터가 계약만료를 앞둔 직원들에게 재계약 의사를 확인하고,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도록 안내한 내부 공문도 확보했습니다. 센터 스스로 그런 절차를 만들어 운영해왔다는 사실은, 박지현 씨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다투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갱신이 거절된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센터 측은 근태 문제, 프로그램 참여 저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작 운영위원회 심의는 열리지 않았고 시설장 한 사람이 임의로 작성한 의견서만으로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절차가 정해져 있었음에도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개인의 판단만으로 갱신을 거절한 것이라면, 그 사유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노동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소명했습니다. 근태 문제로 지적된 사안들도 실제로는 경미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기에, 이를 하나하나 반박하는 자료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3. 사건의 해결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의 기각 판정을 뒤집고 박지현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먼저 박지현 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직군의 계약직 직원 중 재계약된 사례가 다수 있었던 점, 센터가 계약만료자에 대해 재계약 의사 확인과 운영위원회 심의라는 절차를 실제로 운영해온 점, 그리고 박지현 씨가 담당한 업무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점이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나아가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센터가 정해둔 절차인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시설장 개인이 임의로 재계약 미추천 의견을 제출한 경위가 있는 이상 그 갱신거절에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근태 문제 등 센터가 내세운 사유들 역시 객관적으로 검증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센터는 박지현 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4. 이 사건의 핵심 쟁점: 갱신기대권과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기간제로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기간이 끝나면 근로관계도 당연히 종료됩니다. 그러나 판례는 근로계약이나 관련 규정, 그동안의 갱신 관행, 담당 업무의 성격 등을 종합했을 때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근로자에게 형성되어 있었다면, 사용자가 이를 무시하고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결정적인 근거는 센터가 스스로 만들어 운영해온 절차였습니다. 계약만료자에 대한 재계약 의사 확인, 운영위원회 심의라는 절차를 실제로 두고 있었다면, 그 절차에 따라 갱신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신뢰가 근로자에게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신뢰가 있는 이상, 그 절차를 지키지 않고 개인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재계약을 거절했다면 이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판정의 요지입니다. 갱신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정당한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도 이 사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5. 계약직 근로자의 부당해고,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계약 거절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제 근로라도 그동안의 갱신 관행이나 회사·기관이 두고 있는 내부 절차, 담당 업무의 성격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자료를 확보해 제출하는지에 따라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나아가 부당해고 인정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갱신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그 통보가 정해진 절차를 거친 것인지, 사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초기에 꼼꼼히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구제신청 기간에도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사건 초기부터 관련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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