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면, 가족들이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것이 보석 신청입니다. 그런데 성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보석이 훨씬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상당수 성범죄는 법정형 자체가 높아 법원이 반드시 보석을 허가해야 하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법원의 재량 판단만 남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량 판단의 대상이라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고, 최근에는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전자보석 제도가 실무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로 구속된 피고인이 보석을 신청할 때 마주치는 법적 장벽과,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석방이 실제로 어떤 요건 아래 허가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구속과 보석의 관계 — 구속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부로 푸는 것
구속은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라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가 일정하지 아니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발부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여기에 더해 피해자나 참고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보복할 우려가 있는지도 구속 여부를 정할 때 함께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보석은 이렇게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의 효력을 없애는 절차가 아니라, 구속영장은 그대로 둔 채 일정한 조건을 붙여 신병만 풀어주는 제도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석은 형사소송법 제94조에 따라 피고인 본인뿐 아니라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그리고 가족·동거인·고용주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은 공소가 제기되어 법원에 사건이 계속된 이후이고, 수사 단계의 구속적부심과는 절차와 판단 주체가 다릅니다. 보석이 허가되어 조건을 지키며 재판을 받다가도 조건을 어기면 같은 구속영장으로 다시 신병이 확보될 수 있으므로, 보석은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지켜야 할 새로운 약속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성범죄가 유독 까다로운 이유 — 필요적 보석에서 빠지는 구조
형사소송법 제95조는 보석 청구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법원이 이를 허가해야 한다고 정하면서도,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를 비롯한 여섯 가지 제외사유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당수 성범죄가 바로 이 첫 번째 제외사유에 걸린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유기징역의 상한이 원칙적으로 30년까지 열려 있어 결국 장기 10년을 넘는 죄에 해당하고, 준강간이나 강간등상해와 같은 가중유형은 그 문턱이 더 높습니다.
이 때문에 성범죄로 구속된 피고인 대부분은 법원이 의무적으로 보석을 허가해야 하는 대상에서 빠지고, 오로지 형사소송법 제96조가 정한 임의적 보석, 즉 법원이 재량으로 판단하는 영역에만 놓이게 됩니다. 다만 모든 성범죄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어서 문언상 장기 10년을 '넘는' 죄에 해당하지 않아 이 제외사유만으로는 필요적 보석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실무에서는 증거인멸이나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 같은 다른 제외사유가 함께 문제 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재량 판단으로 흘러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성범죄 구속 사건에서 보석은 대부분 법원이 의무적으로 허가해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재량으로 허가하는 임의적 보석의 영역에서 다투어진다.
법원이 재량으로 볼 때 실제로 무엇을 따지나
임의적 보석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96조는 "법원은 제9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제94조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어, '상당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결국 개별 사건에서 소명해야 하는 몫입니다. 실무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얼마나 해소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공소사실을 다투지 않고 순순히 재판에 임하고 있는지, 압수수색과 진술 확보가 이미 끝나 증거인멸의 실익이 사실상 사라졌는지, 가족관계나 직장 등 생활 기반이 분명해 도망할 염려가 낮아졌는지가 대표적인 고려 요소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여기에 더해 피해자에 대한 위해나 보복, 2차 가해 우려가 없는지가 특히 무겁게 다루어집니다. 피해자와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나 공탁 여부, 주거가 안정적이어서 소환에 계속 응할 수 있는지 등이 함께 소명되어야 재량 판단에서 긍정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사정들을 서면으로 촘촘하게 정리해 제출하지 않은 채 막연히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만 적으면, 법원 입장에서는 구속 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해 기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전자보석이란 —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한 석방
법원이 재량으로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성범죄처럼 도망이나 재범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에서는 일반적인 서약서나 보증금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실무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것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의2가 정한 보석과 전자장치 부착 제도, 이른바 전자보석입니다. 이 조항은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되었고,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98조 제9호가 정한 "그 밖에 피고인의 출석을 보증하기 위하여 법원이 정하는 적당한 조건"의 하나로 전자장치 부착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전자보석은 별도의 독립한 석방 제도가 아니라, 임의적 보석을 허가하면서 그 여러 조건 중 하나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법원 입장에서는 구속을 유지하는 것과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하는 것 사이의 중간지대를 확보하는 셈이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구속 상태를 벗어나 자택이나 직장을 오가며 재판을 준비할 수 있게 되는 대신 실시간 위치가 파악된다는 부담을 함께 지게 됩니다. 도주나 재범 우려를 이유로 임의적 보석 자체가 주저되던 사안에서, 전자장치 부착이 그 우려를 낮추는 실질적 안전장치로 제시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자보석 신청 시 실제로 갖춰야 할 요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의2 제2항은 법원이 전자장치 부착을 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 소재지나 피고인 주거지를 관할하는 보호관찰소장에게 피고인에 관한 사항의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그 조사 항목으로 직업, 경제력, 가족상황, 주거상태, 생활환경 및 피해회복 여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보호관찰소장은 이 조사를 의뢰받으면 지체 없이 조사해 서면으로 법원에 통보해야 하고, 필요하면 피고인이나 관계인을 소환해 심문하거나 관련 기관에 자료 열람 등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구조를 신청인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전자보석을 받아내려면 이 조사 항목들에 대응하는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 됩니다. 안정된 직업과 소득이 있음을 보여주는 재직증명서나 소득자료, 실제 거주할 주거지가 분명함을 보여주는 등본이나 임대차계약서, 가족이 함께 생활하며 감독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 그리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거나 공탁을 마쳐 피해 회복에 나선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자료 없이 전자장치 부착만 신청하면, 보호관찰소 조사 단계에서 오히려 생활 기반이 불안정하다는 결과가 나와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재직증명서·소득자료 — 도망 염려를 낮추는 생활 기반 소명.
주민등록등본·임대차계약서 — 실제 거주지가 특정되어 있음을 소명.
가족의 동거·감독 진술서 — 석방 이후 생활 관리 주체가 있음을 소명.
합의서·공탁서 등 피해 회복 자료 — 형사소송법 제98조 제7호 조건과도 연결.
피해자 접근금지 조건과 함께 다루어지는 이유
성범죄 사건의 보석에서는 전자장치 부착만 단독으로 붙는 경우보다, 형사소송법 제98조 제4호가 정한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거·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조건이 함께 붙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는 피고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해주지만, 그 자체로 접근금지 구역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 조건이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로 결합됩니다.
실무적으로는 법원이 피해자의 주거지·직장 인근을 특정해 접근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전자장치를 통해 피고인이 그 구역에 진입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건을 조합하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이렇게 조건을 겹겹이 설계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법정형이 높아 필요적 보석에서 제외될 정도로 중한 성범죄일수록, 법원이 재량으로 석방을 허가하는 대가로 그만큼 촘촘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신청 단계에서부터 접근금지 조건을 스스로 제안하며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제시하는 쪽이, 법원의 재량 판단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을 어기면 어떻게 되나 — 보석 취소와 재구속
형사소송법 제102조는 보석을 허가받은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 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 소환을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또는 주거의 제한이나 그 밖에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법원이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로 결정을 통해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전자장치를 임의로 훼손하거나 지정된 접근금지 구역에 진입하는 것은 이 조건 위반에 해당하고, 보석이 취소되면 이미 발부되어 있던 구속영장의 효력으로 다시 신병이 확보됩니다.
보석이 취소되면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낸 경우라면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몰수될 수 있고, 무엇보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한 번 부여한 신뢰가 깨졌다는 사정이 이후 양형 판단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자보석은 구속을 대신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하는 제도이므로, 조건을 받아들일 때는 실제로 지킬 수 있는 수준인지를 신중하게 따져본 뒤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로 구속되면 보석은 아예 불가능한가요?
A.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정형이 장기 10년을 넘는 성범죄가 많아 법원이 반드시 허가해야 하는 필요적 보석 대상에서는 대부분 제외되고, 형사소송법 제96조가 정한 임의적 보석, 즉 법원의 재량 판단 대상이 됩니다.
Q. 전자보석을 신청하면 반드시 전자장치가 붙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전자장치 부착은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면서 여러 조건 중 하나로 선택하는 것이라, 다른 조건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전자장치 없이 보석이 허가될 수도 있고, 반대로 도주나 재범 우려가 크다고 보면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법원이 직권으로 부착을 조건으로 붙이기도 합니다.
Q. 보호관찰소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법원의 의뢰를 받은 보호관찰소가 피고인의 직업, 경제력, 가족상황, 주거상태, 생활환경, 피해회복 여부를 조사해 서면으로 법원에 통보합니다. 필요하면 피고인이나 관계인을 직접 소환해 심문하거나 관련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면 보석이 아예 불가능한가요?
A. 합의가 없다고 곧바로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 회복 여부는 보호관찰소 조사 항목이자 법원의 재량 판단에서 비중 있게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 공탁이나 그 밖의 피해 회복 노력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전자장치를 차고 있으면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있나요?
A. 접근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출퇴근이나 생활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주거 제한 등 다른 조건도 함께 지켜야 하므로 법원이 정한 조건 전체를 정확히 숙지하고 준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보석이 취소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나요?
A. 법적으로 재신청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건 위반으로 취소된 전력은 도망이나 조건 불이행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작용해 이후 보석 판단에서 매우 불리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맺음말
성범죄로 구속된 상태에서 보석을 준비한다면, 대부분의 사건이 필요적 보석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임의적 보석의 영역에 놓여 있다는 전제부터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위에서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석방은 도주나 재범 우려를 낮추는 실질적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보호관찰소 조사에 대응할 자료를 갖추지 않은 채 신청만 해서는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결국 관건은 구속 사유로 지적된 사정들이 재판 과정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해소되었는지를 서면으로 촘촘하게 소명하는 데 있습니다. 접근금지 조건이나 피해 회복 자료까지 함께 준비해 재량 판단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쪽이, 막연히 반성한다는 취지만 밝히는 경우보다 훨씬 설득력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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