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연인 사이에도 성립할까 — 항거불능 판단 기준
준강간 연인 사이에도 성립할까 — 항거불능 판단 기준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준강간 연인 사이에도 성립할까 — 항거불능 판단 기준 

강대현 변호사

연인 사이였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도, 또는 반대로 고소를 하려고 해도 "사귀는 사이인데 준강간이 성립하느냐"는 의문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강간죄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상태를 상대방이 인식하고 이용했는지를 따지는 범죄인데,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는 사정이 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교제 중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긴 상태였다면 그것만으로 항거불능이 인정되는지도 자주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연인 관계에서 준강간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흔히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준강간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299조의 구조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합니다. 강제로 폭행·협박을 동원하는 강간·강제추행과 달리, 이미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구성요건이 다르지만, 처벌은 강간죄(제297조)와 동일하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만큼 무겁습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모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첫째,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둘째, 상대방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했다는 점입니다. 이 두 요건은 별개로 심리되고,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였더라도 상대방이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면 준강간죄로는 처벌할 수 없고, 다른 죄책이 문제 될 뿐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조문 어디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는지—부부인지, 연인인지, 초면인지—를 구별하는 표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관계의 친밀도는 구성요건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하나의 정황일 뿐입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사귀는 사이였으니 처음부터 논외"라는 식의 오해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항거불능 상태의 판단기준 — 완전히 의식을 잃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에 장애가 생겨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하며, 수면·만취·인사불성이 대표적입니다. 항거불능은 이와 별도로,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이 정립한 기준에 따라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뜻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완전히 의식을 잃어야만 인정되는가"입니다.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3도423 판결은 피해자가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필름이 완전히 끊긴 정도가 아니어도,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었다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기준이 문턱을 낮춘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 다음 날 일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항거불능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사건 당시의 언동을 종합해 실제로 판단·대응 능력이 없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함께 술자리를 갖다가 한 사람이 스스로 걷지 못해 부축을 받아 이동해야 했고, 대화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대화를 주고받고 스스로 이동하며 행동을 통제한 정황이 뚜렷하다면, 다음 날 일부 기억이 흐릿하다는 사정만으로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은 '취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시점에 판단하고 대응할 능력이 실제로 남아 있었는지'입니다.

항거불능은 완전한 의식불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2023도423 판결의 취지다.

연인 사이라는 사실만으로 동의가 추정되지는 않는다

준강간 사건에서 가장 흔한 오해가 여기서 나옵니다. "사귀는 사이니까 당연히 동의했을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그러나 이 전제가 법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상징적인 선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은 남편이 아내를 폭행·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사안에서, 부부 사이라 해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43년간 유지되던 종전 판례(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동안에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변경했습니다. 재판부는 "민법상 동거의무에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가 포함되더라도, 폭행·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까지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리는 부부보다 법적 결속이 약한 연인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두 사람이 교제 중이었다는 사실, 과거에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그날 그 순간의 동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준강간죄가 보호하는 것은 결국 그 시점 그 상황에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이고, 상대방이 판단·대응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면 관계의 친밀도와 무관하게 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인 또는 친밀한 교제관계에서 벌어진 준강간 사건에서 법원은 교제 여부 자체를 쟁점으로 삼기보다, 두 사람의 과거 성관계 경험, 그날 함께 있게 된 경위와 장소 이동의 자발성, 사건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사건 이후 태도 변화와 고소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가립니다.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 종합 판단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결론을 미리 정해주는 요소가 아닙니다.

가령 몇 달째 교제 중인 두 사람이 평소처럼 술자리를 갖다가, 한쪽이 만취해 의식이 흐려진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면, '연인 사이였다'는 사정은 두 사람이 함께 있게 된 경위를 설명할 뿐 그날의 동의 여부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평소 교제하던 사이였기 때문에 상대방이 만취 상태를 더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상대의 평소 주량과 취기 정도를 잘 안다는 점이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요건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정황들

연인 사이 준강간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것은 결국 구체적 정황입니다.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살피는 요소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음주 정황 —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과 비교한 취기의 정도.

  • 당시 언동 — CCTV나 목격자 진술로 확인되는 걸음걸이, 발화 내용, 반응 여부.

  • 경위의 자발성 — 숙소나 장소를 함께 이동한 것이 스스로의 선택이었는지, 그 이후 상태 변화가 있었는지.

  • 관계 이력 — 두 사람의 교제 기간, 과거 성관계 경험 유무와 빈도.

  • 사건 이후 정황 — 연락 내용, 만남 지속 여부, 태도 변화의 시점과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요소들은 어느 하나가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판단됩니다. 예컨대 과거 합의 성관계 경험이 있더라도 사건 당일 CCTV상 피해자가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면 항거불능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반대로 사건 당일 대화가 오가고 스스로 행동한 정황이 뚜렷하다면 항거불능이 부정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귀는 사이인데 무슨 준강간이냐"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

실제 사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방어 논리가 바로 이 항변입니다.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애초에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본 대로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은 관계의 존부가 아니라 행위 당시의 상태를 묻습니다.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애초에 유효한 동의라는 것이 성립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귀는 사이였다"는 주장만으로는 항거불능이라는 사실판단 자체를 뒤집을 수 없습니다.

이 항변이 재판에서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관계 이력은 앞서 본 종합판단의 한 요소로 고려되고, 특히 피고인 측에서 "그날도 여느 때처럼 합의된 만남이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문자메시지, 통화 내역, 사건 직전까지의 대화—를 제시하면 항거불능 여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연인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 증거가 하는 역할입니다.

준강간죄가 묻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그 순간의 상태다 — 교제 중이었다는 사실은 종합판단의 한 요소일 뿐, 항거불능 여부를 대신 결정해주지 않는다.

반대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 — 항거불능 입증의 한계

연인 사이 준강간 고소가 모두 유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과 상대방이 이를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점을 모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 입증에 이르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됩니다. 실무에서 무죄로 귀결되는 대표적인 유형은 단순한 음주나 부분적 기억상실(이른바 블랙아웃)만 있을 뿐, 당시 판단·대응 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까지는 증명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대화를 나누거나 스스로 옷을 벗거나 이동하는 등 자기 행동을 능동적으로 통제한 정황이 CCTV나 목격자 진술로 확인되면, 항거불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또한 사건 이후에도 상당 기간 관계를 지속하거나 우호적인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면, 그 자체로 유죄·무죄를 결정짓지는 않지만 당시 상태와 이후 고소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로 함께 다투어집니다. 결국 쟁점은 "연인 사이였는가"가 아니라 "그 순간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가"로 귀결됩니다.

실제 무죄 사례들을 보면 대개 진술의 신빙성이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 진술에서는 정확히 언제부터 기억이 끊겼는지 특정하지 못하다가 이후 진술에서 구체화되거나, 사건 당일 함께 있던 다른 사람의 증언이 피해자 진술과 배치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유죄가 선고되는 사례는 CCTV·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자료가 피해자 진술과 일관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항거불능이라는 주관적 상태를 얼마나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하느냐가 결론을 가릅니다.

수사·재판 단계에서 챙겨야 할 증거

연인 사이 준강간 사건은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증거 확보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든 혐의를 받는 쪽이든 초기에 확보해두어야 할 자료는 비슷합니다.

  • 사건 전후 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 내역 — 만남의 경위와 당시 분위기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

  • CCTV·블랙박스 영상 — 이동 경로, 부축 여부, 걸음걸이 등 당시 상태를 객관적으로 뒷받침.

  • 음주 관련 자료 — 결제 내역, 함께 있던 사람의 진술, 음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황.

  • 사건 직후 상담·진료 기록 — 정신적·신체적 상태를 기록한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짐.

  • 진술의 일관성 — 최초 진술과 이후 진술 사이에 큰 모순이 없는지는 신빙성 판단에 직결됨.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CCTV 보관 기간 만료, 기억의 희미해짐 등으로 증거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 인지 직후 변호사와 상담해 어떤 자료를 우선 확보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이후 수사·재판 대응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귀는 사이에서도 준강간이 성립할 수 있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구성요건으로 삼지 않고, 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를 묻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의 취지가 연인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나면 무조건 항거불능으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단순한 음주나 부분적 기억상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사건 당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음주량·경과 시간·당시 언동 등으로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Q. 과거에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적이 있으면 불리해지나요?

A. 그 자체로 결론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관계 이력은 항거불능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정황 중 하나로 함께 고려될 뿐이며, 사건 당일의 구체적 상태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Q. 준강간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준강간은 강간죄(형법 제297조)의 예에 따라 처벌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적인 처분이 함께 따를 수 있습니다.

Q. 연인 관계에서 준강간 고소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사건 전후 대화 내역과 당시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정리하고, 초기 단계에서 변호사와 상담해 진술 방향과 증거 확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객관적 정황을 차분히 정리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Q. 항거불능 여부는 결국 누가 입증해야 하나요?

A.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와 상대방의 인식·이용이라는 두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으면 준강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맺음말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은 준강간 사건에서 처음부터 죄의 성립을 막는 방패도, 반대로 죄를 가볍게 보이게 하는 이유도 되지 못합니다. 법이 묻는 것은 관계의 이름표가 아니라 그 순간 상대방이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그리고 그 상태를 상대방이 인식하고 이용했는지입니다. 단순한 음주 사실이나 교제 중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을 예단하기보다, 당시의 구체적 정황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연인 사이의 준강간 고소·수사 사건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고, 사건마다 정황이 달라 결론도 크게 갈립니다. 관계에 대한 억울함이나 당혹감에 앞서, 사건 초기에 확보 가능한 자료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7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