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로 시작해 코인으로 끝난 사기, 어떻게 대응할까
사건 개요
소개팅 앱이나 SNS 메신저로 알게 된 상대와 몇 주, 길게는 몇 달을 대화합니다. 상대는 일상적인 이야기만 나누며 서두르지 않습니다. 관심사와 걱정거리를 세심하게 물어봐 주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챙깁니다. 돈 이야기는 한참 뒤에야,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등장합니다. "요즘 하는 코인 투자가 있는데,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라며 특정 리딩방이나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소액을 넣어 실제로 수익이 난 것처럼 화면에 표시됩니다. 그 화면을 믿고 점점 더 큰 금액을 넣게 되는데, 정작 출금을 시도하는 순간부터 상황이 달라집니다. "세금을 먼저 내야 한다", "보증금을 예치해야 한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계정이 정지되거나 상대방과 연락이 끊깁니다. 그제서야 피해자는 연애 상대도, 투자 수익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돈이 실제로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가입니다. 은행 계좌를 거쳐 송금했는지, 곧바로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했는지에 따라 되찾을 수 있는 방법과 속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은 크게 네 갈래로 다투게 됩니다. 첫째, 연애 접근 자체가 처음부터 편취 고의를 갖고 설계된 것인지—즉 몇 주간의 대화조차 신뢰를 만들기 위한 사기의 일부였는지입니다(형법 제347조 사기죄). 둘째, 편취 금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지입니다. 이 법 제3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합니다. 셋째, 송금된 돈을 계좌 단계에서 묶어 둘 수 있는지—즉 지급정지가 가능한 사안인지입니다. 넷째,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특히 셋째 쟁점은 최근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종전에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지급정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연애 관계로 위장된 로맨스스캠은 이 조항의 보호 밖에 있다는 것이 실무의 통설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금융당국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구제 표준업무방법서를 개정하면서 로맨스스캠·투자 리딩방 의심 계좌도 범죄 유형과 무관하게 금융회사가 우선 최대 72시간 임시정지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안에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이 판단해 통보하는 절차가 마련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은행 계좌를 거친 자금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처음부터 가상자산 지갑으로 직접 이체된 돈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초기 72시간 안에 계좌를 묶고 편취 구조를 입증하기
이 유형의 사건은 초반 대응 속도가 결과를 가릅니다. 피해를 인지한 직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돈을 되찾을 가능성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대응을 설계합니다.
1) 대화 전체를 시간순으로 증거화합니다.
연애 감정을 앞세운 접근부터 투자 권유, 수익 화면 캡처, 출금 거절과 추가 입금 요구까지—메신저 대화와 송금 내역을 처음 만난 시점부터 끊김 없이 정리합니다. 이 타임라인은 상대의 접근이 처음부터 재산을 취득하려는 편취 고의 아래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가 되며, 단순 투자 실패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됩니다.
2) 송금 경로에 맞추어 지급정지·수사기관 신고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은행 계좌를 거친 자금이라면 개정된 절차에 따라 금융회사에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해 72시간 임시정지가 정식 정지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합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쳐 이체된 자금이라면 해당 거래소에 이용자 정보 제공·계정 동결을 요청하는 절차를 별도로 밟습니다. 어느 경로든 신고가 늦어질수록 자금이 여러 계좌·지갑으로 쪼개져 흩어지므로, 신고서 접수를 뒤로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조직적 범행임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함께 확보합니다.
동일한 리딩방 명칭이나 거래 화면을 쓴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자금을 받은 계좌가 이미 다른 사기 사건에서 문제 된 이른바 대포통장인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런 정황은 단순 개인 간 사기가 아니라 조직적 범행임을 뒷받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과 구속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형사와 별개로 편취금을 실제로 회수하는 경로 설계하기
형사 고소로 상대가 처벌받더라도, 돈이 자동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편취금을 실제로 회수하려면 형사 절차와 나란히 다음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1) 추징보전을 신청해 범죄수익이 빠져나가기 전에 묶어 둡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사기관에 추징보전을 신청하면, 편취금이 다른 계좌로 이체되거나 소비되기 전에 미리 동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조직이 관여된 사건은 자금이 순식간에 국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수사 초기에 이 조치를 요청하는지 여부가 회수 가능성을 가릅니다.
2) 계좌·자금인출책 등 국내에서 특정 가능한 상대에게 민사 책임을 묻습니다.
실제 조직 운영자가 해외에 있어 형사 절차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국내에서 계좌를 빌려주거나 자금을 인출해 전달한 이른바 대포통장 명의인·인출책을 특정해, 이들에게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을 함께 검토합니다. 주범을 잡지 못하더라도 국내에서 확인 가능한 관여자를 상대로 한 청구가 현실적인 회수 수단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3) 해외 관여가 확인되면 국제공조의 한계를 미리 설명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합니다.
국제형사사법공조는 상대국의 협조 여부와 절차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현실을 알리고, 국내에서 특정 가능한 자금과 관여자를 상대로 한 신속한 조치를 우선순위에 두는 방식으로 회수 전략의 순서를 정합니다.
결론
로맨스스캠과 코인 리딩방 사기가 결합된 사건은 상대가 사람인지 프로그램인지조차 불분명할 만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피해자 혼자 대화 내용과 송금 경로를 정리해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신고와 지급정지 요청이 빠를수록, 그리고 대화와 송금 기록을 처음부터 끊김 없이 남겨 둘수록 되찾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점입니다. 지금 출금이 막혔거나 상대와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면, 자금이 더 흩어지기 전에 대응의 방향과 순서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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