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다단계 가담, 단순 판매원의 고의를 다투는 법
사건 개요
친한 지인이 "원금은 보장되고 매달 몇 %씩 확실히 붙는다"며 소개한 사업이었습니다. 설명회에 가 보니 등록증도 걸려 있고, 이미 수익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후기를 말합니다. 나쁠 게 없어 보여 본인도 목돈을 넣고, 회사가 시키는 대로 지인에게 상품을 권하거나 새 회원을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몇 달, 회사는 어느 날 갑자기 정산을 미루더니 대표가 유사수신·사기 혐의로 구속됩니다. 그리고 얼마 뒤, 말단에서 물건을 팔고 사람을 소개했을 뿐인 자신에게까지 경찰의 출석 요구가 옵니다.
이런 상담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당사자는 하나같이 "나도 돈을 넣었다가 못 받은 피해자인데, 어떻게 내가 공범이냐"고 억울해합니다. 그러나 법은 그 억울함 자체를 심판하지 않습니다. 유사수신행위, 방문판매법 위반, 사기는 모두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이고, 수사기관은 "당신이 그 구조가 불법임을, 또는 투자자들이 돈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 가담했다"는 쪽으로 사건을 짭니다. 그래서 진짜 다툼은 감정이 아니라 '가담한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었는가'를 둘러싸고 벌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 판매원이라도 조직의 불법 구조와 피해 발생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채 가담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그 인식—미필적 인식까지 포함해—이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이거나 애초에 기소되지 않습니다. 같은 조직에서 같은 일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결과가 갈리는데, 그 차이는 실력이나 운이 아니라 '몰랐다'는 말을 뒷받침할 사실을 얼마나 갖추어 두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은 대개 세 개의 죄명이 한꺼번에 걸리고, 각 죄명마다 '고의'의 내용이 다릅니다. 첫째, 유사수신행위입니다. 인가·허가·등록·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장래에 원금 전액이나 그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며 자금을 모으는 행위로(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제3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같은 법 제6조). 둘째, 방문판매법 위반입니다. 재화의 거래 없이, 또는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 하는 '사행적' 다단계는 제24조가 금지하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되고(제58조), 단순 미등록 다단계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제13조·제60조). 셋째, 투자자를 속여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피해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더해집니다.
죄명이 다르니 다투어야 할 지점도 갈라집니다. 유사수신·방문판매법에서는 '그 조직이 불법적 자금조달·금전거래 구조라는 점을 인식하고 가담했는가'가, 사기에서는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리라는 것(변제 의사·능력 없음)을 알면서 속이는 데 가담했는가'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미필적 고의입니다. 불법임을 확정적으로 몰랐더라도, "불법일 수 있겠다"고 인식하면서 그래도 상관없다고 받아들였다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그래서 단순 판매원의 방어는 "확실히 몰랐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런 의심조차 가질 수 없었던 사정까지 세워야 합니다.
또 하나의 갈림길은 가담자의 지위입니다. 같은 '가담'이라도 범행을 함께 지배한 공동정범인지, 남의 범행을 도운 방조범인지, 아니면 아무 죄도 되지 않는 단순 관여자인지에 따라 책임의 크기와 성립 여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지위와 인식을 사실로 분해해 '고의 없음'을 세우기
"저는 몰랐습니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수사기관은 그 말을 믿지 않는 것을 전제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김강희 변호사는 '몰랐다'는 주장을 감정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사실의 묶음으로 바꾸어 놓는 데서 시작합니다.
1) 조직 내 지위·역할·정보 접근권을 특정합니다.
말단 판매원은 회사의 매출 구조, 자금이 실제로 어디로 흘렀는지, '원금 보장' 약정이 어떻게 설계됐는지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조직도, 직급·수당 체계, 자신이 받은 업무 지시와 교육 내용, 급여 명세를 모아 자신이 의사결정 라인 바깥의 실행 말단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자금 운용에 관여한 적도, 관여할 지위도 아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구조가 불법임을 알았다"는 검찰의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2) 본인 역시 투자자이자 피해자였음을 증거로 남깁니다.
스스로 돈을 넣었고 그 돈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남을 속여 이득을 챙기려는 편취의 고의'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자기 자금의 납입 내역, 미회수 금액, 다른 피해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가입했다는 자료를 정리해 둡니다. 남을 속인 사람이 자기 돈까지 같은 함정에 넣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 사기의 고의를 다투는 데 실질적인 무게를 가집니다.
3) 회사 설명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제시합니다.
불법성을 의심하지 못한 것이 부주의가 아니라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세웁니다. 회사가 내세운 등록증·인허가 홍보물, '합법'을 강조한 교육자료, 언론 보도나 유명인을 동원한 광고, 초기에 실제로 지급된 수당 내역 등은 판매원이 불법성을 알아채기 어려웠던 사정입니다. 이런 정황을 모아 두면, 미필적 고의의 전제인 '불법일 수 있다는 의심'조차 갖기 어려웠음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공범 법리에서 '공동정범·방조'의 성립을 끊어 내기
고의를 다투는 것과 나란히, 어떤 지위의 공범으로 엮이느냐를 다투어야 합니다. 검찰은 하위 판매원을 대표와 한 몸으로 묶어 공동정범으로, 그것이 어려우면 방조범으로라도 세우려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두 고리를 각각 끊어 냅니다.
1) 공동정범의 '기능적 행위지배'를 부정합니다.
여러 사람이 공동정범이 되려면, 공동의 범행 계획 아래 각자가 범행을 본질적으로 분담·지배했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기능적 행위지배). 시키는 대로 물건을 팔고 사람을 소개한 말단 판매원은, 범행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판매원의 역할이 조직 운영·자금 설계와 무관한 단순 실행 보조에 그쳤음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정범 중 한 사람으로 묶는 구성은 지탱되기 어렵습니다.
2) 방조범의 '이중의 고의'를 부정합니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행을 돕는다는 인식(방조의 고의)과, 정범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정범의 행위가 유사수신·사기라는 것을 몰랐다면, 그것을 돕는다는 인식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1]에서 세운 '불법성 인식 없음'은 곧바로 방조의 고의를 무너뜨리는 근거가 됩니다. 자신의 판매 행위가 조직의 불법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점을 짚어, 방조라는 연결 고리를 끊습니다.
3) 가담 시점·기간·이탈을 시간 축으로 정리합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언제까지 몰랐고, 언제 이상함을 느껴 손을 뗐는가'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초기에 잠깐 가담했다가 정산 지연이나 내부 정황을 보고 곧바로 이탈했다면 기여도와 인식 모두 낮게 평가됩니다. 반대로 의심이 생긴 시점 이후에도 계속 사람을 끌어들였다면 그 이후 행위는 위험합니다. 가입·활동·이탈의 시점을 자료로 확정하고, 알기 전과 후의 행위를 나누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간을 최소한으로 좁힙니다.
결론
단순 판매원 사건의 승패는 "나는 몰랐다"는 주장의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그 말을 떠받치는 사실을 얼마나 촘촘히 갖추었는가에서 갈립니다. 지위와 정보 접근권, 본인의 피해, 회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정황, 그리고 가담과 이탈의 시점—이 조각들이 모여야 비로소 '고의 없음'이 법정에서 설득력을 가집니다.
특히 수사 초기의 진술이 사건 전체의 틀을 좌우합니다. 억울함에 떠밀려 두서없이 말하거나, 반대로 겁을 먹고 사실과 다르게 인정해 버리면, 뒤에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단계·유사수신 조직에 발을 담갔다가 수사 대상이 되었다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자료로 남겨야 할지—대응의 방향과 순서를 서둘러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