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 중에 형사공탁을 했는데, 이후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를 시도하거나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받으려고 낸 돈인데, 정작 무죄가 나왔다면 그 공탁금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형사공탁은 한번 하면 마음대로 되찾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 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만 회수가 가능하도록 최근 엄격하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무엇인지, 무죄가 확정된 경우 공탁금을 돌려받으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실제 회수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형사공탁 특례란 — 피해자 인적사항 몰라도 공탁할 수 있는 구조
형사공탁은 원래 민법상 변제공탁의 한 형태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갚을 돈을 법원 공탁소에 맡겨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성범죄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합의를 하고 싶어도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모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 신원이 비공개되거나 수사기록 열람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공탁법 제5조의2가 정한 형사공탁의 특례로, 2020년 12월 개정되어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특례에 따르면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대신 사건번호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식별명칭만으로 공탁을 할 수 있습니다. 공탁 신청은 아무 공탁소에나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탁을 하면 피고인은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 참작사유 중 하나인 '범행 후의 정황'으로 이를 재판부에 제출해,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으로 참작받을 길이 열립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신상을 노출하지 않고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 제도의 원래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연락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라면, 피해자 성명 대신 '피해자1' 같은 식별명칭과 사건번호만 적어 관할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공탁금을 맡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탁이 완료되면 공탁서와 공탁사실증명원을 재판부에 제출해, 피해회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했다는 정상참작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진행 방식입니다. 다만 이 공탁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은 합의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맡겨둔 돈이라는 점에서, 뒤에서 살펴볼 회수 국면에서 민법상 통상의 변제공탁과는 다른 취급을 받게 됩니다.
형사공탁 특례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몰라도 사건번호와 식별명칭만으로 공탁할 수 있게 한 제도로, 피고인의 피해회복 노력을 양형에 반영하기 위한 통로다.
왜 회수가 최근 어려워졌나 — 기습공탁·먹튀공탁 논란
형사공탁 특례가 시행된 이후 제도의 빈틈을 이용하는 사례가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판결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야 공탁을 해서 피해자가 미처 반응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기습공탁'이 대표적입니다. 피해자의 진의와 무관하게 이뤄진 공탁이라도 일단 법원에 제출되면 재판부가 양형에서 이를 참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감형을 받은 뒤 정작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은 공탁금을 도로 찾아가는 '먹튀공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법무부와 국회는 형사공탁 제도를 손질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만 얻어가는 구조를 막기 위해, 공탁법 제9조의2(공탁물 회수의 제한)가 신설됐습니다. 이 개정 규정은 법률 제20458호로 2024년 10월 16일 공포되어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2025년 1월 1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같은 시기 형사소송법도 함께 개정되어,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 등의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강화됐습니다. 이 개정으로 형사공탁금은 더 이상 피고인이 임의로 되찾을 수 있는 돈이 아니게 됐고,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가 바로 이 글에서 다루는 예외적인 회수 사유 중 하나입니다.
회수제한의 예외 — 무죄가 확정되면 회수할 수 있다
공탁법 제9조의2 제1항은 원칙을 먼저 못박습니다. 공탁자가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해 변제공탁을 한 경우에는, 착오로 공탁했거나 공탁의 원인이 소멸했다는 등 공탁법 제9조 제2항 제1호·제3호가 정한 일반적인 사유만으로는 공탁물을 회수하지 못합니다. 민법 제489조가 정한 통상의 변제공탁이라면 피공탁자가 아직 승인하지 않았고 공탁유효판결도 확정되지 않은 이상 비교적 자유롭게 회수할 수 있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구조입니다. 형사공탁에는 이 일반원칙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제1항 단서는 예외를 두 가지 정해두고 있습니다. 첫째는 공탁물의 수령인으로 지정된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공탁소에 명시적으로 통고한 경우이고, 둘째는 공탁의 원인이 된 해당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기소유예는 제외)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두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회수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확정'은 단순히 무죄 선고가 나온 시점이 아니라, 검사의 상소기간이 지나거나 상급심까지 거쳐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시점을 뜻합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왔더라도 검사가 항소했다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이 사유로는 회수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기소유예가 예외에서 빠져 있는 이유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소유예는 형사소송법 제247조가 정한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범죄 혐의 자체는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입니다. 무죄와 달리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에 가깝기 때문에, 법은 기소유예를 받은 경우까지 회수 사유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확정 시점을 실제 사례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더라도 검사가 항소기간 안에 항소하면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가고, 이 상태에서는 아직 '확정'이 아니므로 회수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됐는데 검사가 다시 상고하면 상고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같은 상황이 이어집니다. 결국 검사가 상소기간 안에 상소하지 않거나,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는 판결을 선고한 시점에 비로소 회수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형사공탁금은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기소유예를 제외한 불기소 결정이 있어야 회수할 수 있고, 그 사실을 공탁관에게 증명해야 한다.
회수 절차 — 무엇을 준비해 어디에 신청하나
무죄가 확정됐다면 자동으로 공탁금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회수를 원하는 사람이 직접 공탁관에게 청구해야 합니다. 공탁규칙 제32조 제1항에 따라 공탁물 출급·회수청구서 2통을 작성해 제출하는데, 청구서에는 회수하려는 공탁금액과 청구인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을 적고 청구인이 기명날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회수 사유를 증명하는 서류, 즉 무죄판결확정증명서(불기소 결정인 경우 불기소결정통지서 등)를 첨부해야 하고, 청구인 본인임을 확인할 신분증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신청은 원칙적으로 처음 공탁을 했던 공탁소, 즉 형사공탁의 원인이 된 형사사건이 계속되던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합니다. 서면 방문 신청 외에도 대법원 전자공탁시스템을 통해 전자문서로 회수청구를 할 수 있는데, 공탁규칙 제69조가 금전공탁사건의 출급·회수청구는 전자공탁시스템으로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구서와 첨부서류가 접수되면 공탁관이 회수 사유가 실제로 갖춰졌는지 심사한 뒤 인가 여부를 결정하고, 인가되면 지정한 계좌로 공탁금을 지급받게 됩니다.
공탁물 출급·회수청구서 2통 작성(공탁금액·청구인 인적사항 기재, 기명날인)
무죄판결확정증명서 또는 불기소결정통지서(회수 사유 증명서류) 첨부
신청인 신분증 등 본인 확인서류 준비
공탁했던 법원 소재지 공탁소 방문 또는 전자공탁시스템으로 접수
공탁 시점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다르다 — 2025년 1월 17일이 기준
공탁법 제9조의2는 부칙에서 적용 시점을 명확히 해두고 있습니다. 이 개정 규정은 법 시행일인 2025년 1월 17일 이후에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해 변제공탁을 한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즉 회수를 신청하는 시점이 아니라 공탁을 한 시점이 기준입니다. 무죄가 확정된 지금 회수를 신청하더라도, 공탁 자체는 그보다 훨씬 전에 이뤄졌을 수 있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만약 공탁을 2025년 1월 17일 이전에 했다면, 그 공탁에는 회수제한 특례가 적용되지 않고 종전 규정, 즉 민법 제489조가 정한 일반 변제공탁의 회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공탁자가 공탁을 승인하거나 공탁유효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확정 여부와 무관하게 비교적 넓게 회수를 주장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반대로 그 이후에 공탁했다면 앞서 설명한 공탁법 제9조의2의 엄격한 예외 사유를 갖춰야만 합니다. 따라서 회수를 검토할 때는 가장 먼저 공탁서에 찍힌 공탁 접수일자부터 확인해, 어느 규정이 적용되는 사안인지를 가려야 합니다.
회수가 막히는 경우 —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늘 순조롭게 회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대로 검사가 상소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회수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또 하나의 공소사실에 유죄와 무죄가 함께 섞여 있는 병합사건이라면, 공탁이 어느 공소사실에 대응해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회수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판결문의 주문과 이유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는 앞서 설명한 대로 무죄와 성격이 달라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이미 공탁금을 출급해 수령해 간 경우라면 회수를 논할 대상 자체가 사라진 것이어서, 이때는 공탁금 반환이 아니라 별도의 부당이득 반환 등 민사적 쟁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또한 피해자가 아무 의사표시도 하지 않고 그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상태라면, 그 자체만으로는 '수령 거절 의사를 통고'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회수 동의나 수령 거절 통고가 없는 한, 단순히 시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는 회수 사유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공소사실이 여러 개이고 그중 일부만 유죄, 나머지가 무죄로 갈린 사건이라면 더 세심하게 봐야 합니다. 공탁을 할 당시 공탁서에 어느 공소사실을 염두에 두고 공탁했는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확정판결의 주문과 이유를 대조해 그 공탁이 무죄로 확정된 부분에 대응하는 것인지를 소명해야 공탁관이 회수를 인가합니다. 이 소명이 애매하면 공탁관이 보정을 요구하거나 회수를 불수리할 수 있어, 판결문 자체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면 별도의 소명자료를 준비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검사가 상소해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 확정 전까지는 회수 사유 미충족
유죄·무죄가 섞인 병합사건 — 공탁이 대응하는 공소사실 확인 필요
기소유예 처분 — 무죄가 아니므로 회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
피해자가 이미 공탁금을 수령한 경우 — 회수가 아닌 별도 민사쟁점으로 전환
회수하지 않고 두면 — 소멸시효와 국고귀속
무죄가 확정됐어도 회수청구권이 영원히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탁금 및 그 이자에 대한 회수청구권은 공탁일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그 결과 국고에 귀속됩니다. 형사공탁은 사건 진행 기간이 길어지기 쉽고, 무죄 확정까지 항소·상고를 거치면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시효 자체가 임박할 위험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확정 이후 절차를 미루다가 판결확정증명서 등 첨부서류를 뒤늦게 챙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무죄가 확정된 시점에 판결확정증명서를 미리 발급받아 두고, 공탁 접수일자와 공탁소를 확인해두면 회수청구서를 접수할 때 지체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회수는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고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성립하는 절차이므로, 확정 판결을 받은 시점을 회수 절차를 시작하는 시점으로 함께 챙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는데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면 언제 확정되나요?
A. 검사가 항소기간 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그 항소기간이 지난 시점에 무죄판결이 확정됩니다. 확정 여부와 확정 시점은 법원에서 발급하는 판결확정증명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검찰의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경우도 회수할 수 있나요?
A. 네, 공탁법 제9조의2가 정한 예외는 무죄판결 확정뿐 아니라 기소유예를 제외한 불기소 결정도 포함하므로, 혐의없음이나 죄가안됨 등의 처분을 받았다면 그 사실을 증명해 회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도 공탁금을 못 돌려받나요?
A.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 자체는 인정하되 정상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어서 무죄와 성격이 다르며, 원칙적으로 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별도로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 거절 의사를 통고했다면 그 사유로는 회수가 가능합니다.
Q. 무죄 확정 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수가 안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착오로 공탁한 경우처럼 공탁법이 정한 다른 일반 사유가 증명되거나 피해자가 스스로 회수 동의나 수령 거절 의사를 통고한 경우에는 무죄 확정 전이라도 회수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런 사정이 없다면 확정을 기다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Q. 공탁을 언제 했는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A. 회수제한을 정한 공탁법 제9조의2는 2025년 1월 17일 시행 이후에 이뤄진 형사공탁부터 적용되므로, 그 이전에 공탁했다면 종전 민법상 회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탁서에 기재된 접수일자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회수 신청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공탁금 회수청구권은 공탁일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국고에 귀속됩니다. 무죄가 확정됐다면 판결확정증명서를 발급받아 지체 없이 회수청구서를 접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형사공탁은 한번 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면 자유롭게 되찾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 공탁법 제9조의2가 정한 엄격한 예외 사유를 갖춰야만 회수가 가능하도록 바뀌었습니다. 무죄가 확정되거나 기소유예를 제외한 불기소 결정을 받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유이지만, 확정의 의미와 공탁 시점에 따른 적용 법률의 차이까지 함께 확인해야 실제로 절차가 지연되지 않습니다.
서류 하나만 빠져도 회수청구가 반려될 수 있고, 병합사건이나 공탁 시점이 애매한 사안이라면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부터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이런 사안을 검토하고 계신다면, 판결확정증명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공탁관계를 함께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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