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 임대인으로부터 "이번엔 재계약을 안 해주겠다"는 통보를 받는 임차인들이 있습니다.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 월세가 몇 달 밀렸다는 이유부터, 건물을 재건축할 계획이라는 이유, 심지어 뚜렷한 근거 없이 그냥 "더는 세를 놓지 않겠다"는 통보까지 다양합니다. 문제는 이 거절 사유가 법이 정한 기준에 맞는지 임차인 스스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 자리에서 권리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갱신이 막히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권리금까지 함께 날아갈 위험이 있어 더욱 신중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갱신거절 통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두 가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면서, 임대인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법으로 못박아 두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임대인이 내세운 거절 사유가 실제로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하나하나 대조해 보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그냥 재계약을 안 하겠다"거나 "다른 세입자를 받고 싶다"는 식의 사유는 법이 정한 목록에 없으므로 그 자체로 효력이 없습니다.
또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임차기간이 얼마나 됐는지입니다. 처음 계약부터 지금까지 통틀어 10년이 넘었다면 갱신요구권 자체가 소멸했을 수 있어, 거절 사유를 따지기 전에 이 기간부터 계산해봐야 합니다. 다만 10년이 지났다고 임차인이 모든 보호를 잃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8가지로 한정된 거절 사유와 10년의 벽, 권리금과의 연결고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정하면서, 예외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8가지로 한정해 열거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목록을 한정적 열거로 해석합니다 — 목록에 없는 사유는 아무리 임대인 입장에서 그럴듯해 보여도 거절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제1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제2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서로 합의한 경우(제3호)
임대인 동의 없이 목적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제4호)
임차인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건물을 파손한 경우(제5호)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제6호)
철거·재건축이 필요한 경우(제7호) — 계약 당시 공사시기·소요기간을 포함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했거나, 건물이 노후·훼손돼 안전사고 우려가 있거나,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
그 밖에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제8호)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제1호(3기 차임 연체)와 제7호(철거·재건축)입니다. 제1호와 관련해 대법원은,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는 시점에는 밀린 차임을 이미 다 갚아 연체액이 3기분에 못 미치더라도 임대차기간 중 어느 한 시점에라도 연체액이 3기분에 이른 적이 있다면 임대인은 그 사실만으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63635, 263642 판결). 즉 "지금은 다 갚았으니 문제없다"는 임차인 쪽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며, 반대로 임대인 쪽에서도 연체액이 실제로 3기분에 도달했는지 정확한 계산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 관리비·부가세 등 차임이 아닌 항목까지 합산해 3기분을 부풀린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7호(철거·재건축)는 요건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단순히 "건물이 오래됐다", "재건축을 검토 중이다" 정도의 막연한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사 시기와 소요 기간을 포함한 구체적인 철거·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고지했어야 합니다. 계약 당시 그런 고지가 없었다면, 이후에 뒤늦게 재건축 계획을 들고나와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다만 건물의 안전사고 우려나 다른 법령에 따른 철거는 별도 사유로 인정됩니다).
10년 한도도 놓치면 안 됩니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제10조 제2항). 다만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0년이 지나 갱신요구권 자체는 소멸했더라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의무(제10조의4,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별도로 존속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판결). 즉 10년을 채웠다고 권리금까지 함께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어야 할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제10조 제1항 각 호의 거절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도 함께 면제받습니다. 다시 말해 임대인이 내세운 거절 사유가 8가지 목록에 없는 부당한 것이라면, 갱신 거절 자체가 무효일 뿐 아니라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데 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함께 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손해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거절 사유부터 따지고 권리금까지 챙기는 다섯 단계
임대인으로부터 갱신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거절 사유를 서면으로 명확히 요구 — 구두로만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8가지 사유 중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 내용증명으로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사유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사유를 바꾼다면 그 자체로 거절의 정당성이 흔들립니다.
연체액 계산을 직접 검증 — 제1호를 근거로 든다면 실제로 차임 연체액이 3기분에 도달한 적이 있었는지 계좌이체 내역·영수증으로 직접 계산해봐야 합니다. 관리비·전기료 등 차임이 아닌 항목을 합산해 3기분을 채운 것은 아닌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재건축 사유라면 계약 당시 고지 여부부터 확인 — 계약서나 특약사항에 철거·재건축 계획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는지 다시 찾아봐야 합니다. 계약 당시 그런 고지가 없었는데 뒤늦게 재건축을 이유로 든다면, 그 사유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다툴 여지가 큽니다.
임차권 존재를 다퉈야 하면 소송으로 — 임대인이 거절을 고수하며 인도를 요구하거나 새 임차인을 들이려 한다면, 건물인도청구에 대한 방어나 임차권존재확인청구를 통해 갱신거절의 부당함을 다툴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목적물을 처분하거나 새 임차인을 급하게 들이려 한다면 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조치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권리금 회수기회는 별도로 챙기기 — 갱신거절이 정당하더라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 주선 자체를 막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조건을 요구해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무산시켰다면 별도로 권리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을 미리 구해 임대인에게 주선하고, 임대인의 방해 행위(요구 거절, 고액 차임 요구 등)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통보받은 즉시 사유부터 따져야 하는 이유
갱신거절 통보를 받고도 "임대인 말이 맞겠지"라며 그대로 짐을 싸는 임차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절 사유가 법이 정한 8가지 목록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10년이라는 기간 계산이 맞는지는 서류와 숫자로 따져봐야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상가 갱신거절 통보를 받으셨다면, 거절 사유의 적법성과 권리금 회수기회까지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