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조치 결정통보서를 받아 든 학생과 보호자 중에는, 사실관계와 다르거나 지나치게 무겁다고 느껴지는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위원회 결정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아무런 조치 없이 기간만 흘려보내면, 막상 다투고 싶어질 때는 청구기간이 지나 손을 쓸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전학이나 출석정지처럼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조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되돌리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너무 가볍다고 느끼는 피해학생 측이 다투고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조치에 이의가 있다면 어떤 절차로, 언제까지, 무엇을 준비해 다퉈야 하는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재심 폐지 이후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구조
2020년 3월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법 이전에는 학폭위 조치에 불복할 경우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나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재심 제도는 폐지되었고, 지금은 교육장의 조치 결정에 이의가 있는 피해학생·가해학생 및 각 보호자 모두 곧바로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법에 따른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제17조의3). 재심이라는 중간 단계가 사라진 만큼, 처음부터 정식 불복 절차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합니다.
이 점을 놓치기 쉬운 이유는, 조치 결정통보서에도 불복 방법이 안내되어 있지만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원론적 문구만 담겨 있어 실제로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치는 통보 접수 즉시 학교생활기록부에 입력되는 것이 실무이고,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재가 자동으로 보류되지는 않습니다. 조치를 다툴 생각이라면 통보를 받은 즉시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행정심판·행정소송 청구기간과 집행정지 요건
학교폭력예방법은 이의 제기 주체를 양쪽 모두에게 열어두고 있습니다. 교육장이 제16조 제1항에 따라 내린 피해학생 보호조치, 제17조 제1항에 따라 내린 가해학생 조치 모두, 그 결정에 불복하는 피해학생·가해학생과 각 보호자는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제17조의2),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제17조의3). 어느 한쪽만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 가해학생 조치가 가볍다고 느끼는 피해학생 측도 동일하게 행정심판·행정소송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청구기간을 넘기면 다른 사정이 아무리 타당해도 각하됩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행정심판법 제27조).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제기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여기서 "안 날"은 통상 조치 결정통보서를 송달받은 날로 보므로, 통보서를 받은 시점을 정확히 기록해 두어야 이후 기간 계산으로 다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을 먼저 청구했다가 기각·각하 재결을 받은 경우에는, 애초의 처분일이 아니라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다시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 — 행정심판에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기간이 실제로 얼마나 빠듯한지는 구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체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6월 초에 전학 조치 결정통보서를 받았다면, 그 시점부터 90일 후인 9월 초가 행정심판 청구기간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열람·등사 신청하고, 목격자 진술이나 통화 기록 같은 반박 자료를 다시 모으는 데만 통상 수 주가 걸리므로, 실제로 서면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90일보다 훨씬 짧아집니다. 통보서를 받고 한두 달을 그냥 흘려보내면, 정작 서면을 쓸 시점에는 남은 기간이 며칠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조치 자체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조치의 효력을 당장 멈출 수 있는지는 집행정지 문제입니다. 행정심판 청구나 행정소송 제기 자체만으로는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이 정지되지 않습니다. 전학·출석정지처럼 즉시 이행돼야 하는 조치라면, 본안 결론이 나오기 전에 그 효력부터 멈추기 위해 별도로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려면 그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긴급한 필요가 있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행정심판법 제30조, 행정소송법 제23조). 다만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집행정지를 결정하려는 경우 위원회나 법원은 원칙적으로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제17조의4) — 가해학생 측 사정만으로 조용히 정지 결정이 나지 않도록 법이 균형을 맞춰 둔 장치입니다. 반대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피해학생 측은 학교장에게 가해학생과의 분리를 요청할 수 있고, 학교장은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분리 조치를 해야 합니다.
2023년 개정으로는 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 사실을 상대방 측과 학교에 통지하고 심판참가에 관한 사항을 문서로 안내하도록 하는 절차도 신설되었습니다(제17조의2 제3항, 행정소송도 제17조의3 제3항에서 동일하게 소송참가 안내). 즉 한쪽이 행정심판·행정소송을 시작하면 상대방도 그 절차에 참가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뜻이므로, 자신이 청구인이 아니더라도 상대측이 절차를 시작했다는 통지를 받으면 참가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통보서 확인부터 집행정지 신청까지 단계별 대응
조치에 이의가 있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통보서 수령일과 조치 근거를 먼저 확인 — 청구기간 기산점이 되는 송달일을 기록해 두고, 심의위원회 회의록·조치 결정서에 적힌 인정사실과 조치 이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사실관계 인정 자체를 다툴 것인지, 조치의 종류·수위만 다툴 것인지에 따라 이후 준비할 자료가 달라집니다.
급박한 경우 집행정지부터 신청 — 전학·출석정지처럼 당장 효력이 발생하는 조치라면 행정심판·행정소송 본안 청구와 함께(또는 그에 앞서) 집행정지 신청서를 별도로 제출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음을 소명해야 합니다. 등교 여부가 걸린 사안일수록 이 신청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중 경로 선택 — 행정심판은 서면심리 위주로 비교적 빠르고 비용 부담이 적은 편이고, 행정소송은 정식 재판 절차로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사실관계를 다투기에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사안의 성격, 다투려는 지점(사실관계인지 조치 수위인지), 시간적 여유를 함께 고려해 선택합니다.
인정사실을 다투는 경우 반박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 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제출했던 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목격자 진술, 메시지·통화 기록, CCTV 확인 요청 등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점검합니다. 조치 수위만 다투는 경우라면 유사 사안의 조치 사례와 비교해 이번 조치가 가해 정도에 비해 과중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합니다.
학생부 기재와의 시간 싸움을 염두에 — 조치는 통보 접수 즉시 학생부에 입력되는 것이 실무이고,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기재가 자동으로 보류되지 않습니다.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기재·정정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학교·교육청에 구체적으로 확인하면서 병행해야 합니다.
1심에서 끝나지 않을 경우까지 염두에 —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학생·보호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다른 사건보다 우선해 신속히 재판하도록 정하고 있고, 1심 선고는 소 제기일부터 90일 이내, 항소심·상고심 선고는 전심 판결 이후 각 60일 이내로 못박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상급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지 말고, 1심 단계부터 자료를 촘촘히 갖춰 두어야 나중에 다시 준비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90일이라는 기한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조치 결정통보서를 받고 "일단 지켜보자"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에도 행정심판·행정소송의 청구기간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90일이라는 기간은 길어 보이지만, 사실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자료를 모으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집행정지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그 판단은 더 서둘러야 합니다.
조치에 이의가 있다면 통보서를 받은 즉시 청구기간과 집행정지 필요 여부부터 확인하시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중 어느 경로가 사안에 맞는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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