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을까 — 예외와 그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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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을까 — 예외와 그 한계 

김강희 변호사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을까 — 예외와 그 한계


사건 개요


부부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진 뒤, 정작 이혼을 원하는 쪽이 혼인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배우자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거나, 오래전 집을 나가 따로 살고 있거나, 오랜 갈등 끝에 먼저 등을 돌린 쪽이 "이미 끝난 결혼이니 서로 놓아 주자"며 이혼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반면 남겨진 배우자는 "잘못은 당신이 해 놓고 이혼까지 마음대로 하려 하느냐"며 완강히 응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책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내면, 많은 분들이 뒤늦게 낯선 벽에 부딪힙니다. 우리 법원은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으로는 이미 남남이 되었더라도, 스스로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쪽이 바로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구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 판례의 태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불허되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문은 좁고, 같은 사정처럼 보여도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그 차이는 운이 아니라, 예외가 인정될 만한 사정을 얼마나 객관적 사실로 갖추고 증명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실제로 누구에게 있는지입니다.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 사유를 여섯 가지로 정하고 있는데(민법 제840조), 그중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들어 파탄을 주장하는 쪽이 바로 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됩니다. 둘째, 유책주의 원칙에 따라 그 청구가 원칙적으로 배척되는지입니다. 셋째, 판례가 인정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넷째, 법원이 예외를 판단할 때 보는 구체적 고려요소를 갖추었는지입니다.

이 쟁점들은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먼저 누가 주된 유책배우자인지가 정해지고, 그다음 원칙적 불허의 벽을 넘을 예외 사유가 있는지를 다투게 됩니다. 앞 단계가 무너지면 뒤는 다툴 기회조차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승패는 법정에서의 호소가 아니라, 예외에 해당한다는 사정을 처음부터 증거로 채워 두었는가에서 사실상 결정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유책의 무게와 상대방의 진짜 의사를 규명하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누가, 얼마나 잘못했는가'와 '상대방이 정말 혼인을 지키려 하는가'입니다. 이 두 지점이 흐릿하면 예외를 다툴 토대 자체가 서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파탄의 주된 책임이 정말 청구인에게만 있는지부터 따집니다.

흔히 '먼저 집을 나갔다'거나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유책배우자라 단정하지만, 법이 보는 유책성은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가입니다. 상대방의 장기간에 걸친 폭언·모욕, 경제적 방임, 애정과 협력의 완전한 상실이 파탄의 실질적 원인이었다면, 겉으로 드러난 행위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주된 유책배우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혼인 기간 전체의 갈등 경위를 시점별로 정리해, 책임의 경중이 일방적이지 않음을 먼저 규명합니다.

2) 상대방이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지 밝힙니다.

판례가 인정해 온 대표적 예외는, 상대방도 이미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만 응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실제로는 혼인을 회복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별거 이후 연락·부양·왕래의 단절, "재결합할 생각은 없지만 이혼만은 절대 못 해 준다"는 취지의 문자·통화 등—을 남는 형태로 확보합니다. 이는 상대방의 거부가 혼인을 지키려는 진심이 아니라 청구인을 붙잡아 두려는 감정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3) 별거의 기간과 그동안 형성된 생활관계를 정리합니다.

오랜 별거는 그 자체로 혼인의 실체가 이미 소멸했음을 보여 주는 유력한 사정입니다. 별거가 시작된 시점과 기간, 그동안 각자 독립적으로 꾸려 온 생활관계, 경제적으로 이미 분리되어 있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합니다. 별거 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그사이 상대방이 혼인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수록, 뒤에서 볼 '세월의 경과에 따른 유책성 약화' 주장의 토대가 두터워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예외를 세우는 '보호와 배려', 그리고 시간


주된 책임의 구도가 정리되면, 다음은 원칙적 불허의 벽을 넘을 예외 사유를 적극적으로 '세우는' 단계입니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청구라도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김강희 변호사는 그 기준에 맞추어 다음을 준비합니다.

1)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로 유책성을 상쇄합니다.

대법원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를 예외의 하나로 봅니다. 그래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상대방에게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양육비와 양육 환경에 대한 구체적 보장안을 함께 내놓습니다. 이혼 이후에도 상대방의 생활과 자녀의 복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실제 이행 가능한 형태로 제시할수록, 청구인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는 남아 있지 않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세월의 경과로 유책성과 고통이 약화되었음을 정리합니다.

대법원은 세월이 흐르면서 파탄 당시 뚜렷했던 유책성과 상대방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경우도 예외로 인정합니다. 그래서 파탄 시점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는지, 그사이 상대방이 새로운 생활 기반을 마련했는지, 갈등의 감정이 실제로 옅어졌는지를 정리해 '지금은 혼인의 외형만 남아 있을 뿐'이라는 사정을 드러냅니다. 다만 이는 상당한 세월과 정황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무리하게 앞세우기보다 사안에 맞게 신중히 판단합니다.

3) 법원이 보는 종합 고려요소를 항목별로 갖춥니다.

법원은 예외 여부를 판단할 때 유책성의 정도, 상대방의 혼인 계속 의사와 청구인에 대한 감정, 당사자들의 나이, 혼인 기간, 별거 기간과 그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방의 경제적·사회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복지 상황 등을 두루 살핍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에만 기대기보다, 이 요소들을 항목별로 점검해 청구인에게 불리한 지점을 미리 보완하고 유리한 정황은 빠짐없이 소명 자료로 갖추어 둡니다.


결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내 마음이 떠났으니 이제 정리하자'는 감정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우리 법이 유책주의를 유지하는 이유는, 스스로 혼인을 깨뜨린 사람이 그 파탄을 무기로 삼아 상대를 일방적으로 내치는 결과를 막으려는 데 있습니다. 그 원칙의 벽은 지금도 높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만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또는 보호와 배려·세월의 경과로 유책성이 충분히 옅어진 경우에는 예외의 문이 열립니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그 예외에 해당한다는 사정을 얼마나 객관적 사실로 세워 두었는가입니다. 지금 상황이 이 문제 앞에 놓여 있다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먼저 내놓아야 할지 대응의 방향과 시점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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