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못 갚아 사기 고소 당했다면 — 채무불이행과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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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못 갚아 사기 고소 당했다면 — 채무불이행과 사기 

김강희 변호사


거래대금 못 갚아 사기 고소 당했다면 — 채무불이행과 사기


사건 개요


오랜 기간 물건을 받아 팔거나 원자재를 공급받아 온 거래처와는 대개 대금을 그때그때 현금으로 치르지 않습니다. 이번 달 납품분은 다음 달에, 또는 몇 차례 거래를 몰아 결제하는 외상·후불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 온 관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생깁니다. 매출이 꺾이거나 다른 거래처가 대금을 주지 않으면서 결제가 밀리기 시작하고, 밀린 금액이 쌓이던 어느 날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통보를, 혹은 이미 접수된 고소장을 받게 됩니다.

고소를 당한 분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처음부터 떼먹으려 한 게 아니라, 사정이 나빠져 못 드린 것뿐인데 왜 이게 사기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정과 해명만으로는 형사 절차가 멈추지 않습니다. 법은 이 문제를 채무자의 억울함이 아니라, 거래 당시 대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상대를 속인 기망행위가 있었는지라는 틀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금을 갚지 못한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곧바로 사기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품을 받은 뒤 대금을 변제하지 않은 행위는 기본적으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05도7481 판결). 다만 같은 미변제라도 사기죄로 처벌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갈리며, 그 차이는 거래 당시의 사정을 얼마나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겨 두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유무죄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채무자가 거래 당시 대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입니다(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편취 고의). 둘째,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담보나 지급 능력에 관하여 거짓말을 한 별도의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입니다. 셋째, 여러 차례 이어진 거래 중 정확히 어느 시점의 거래부터 변제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보는지, 그 편취 시점이 특정되는지입니다. 넷째, 채권자가 이미 밀린 대금과 상대의 신용 악화를 알면서도 거래를 계속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 앞의 전제가 무너지면 뒤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특히 사기죄의 편취 고의는 자백이 없는 한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거래의 이행 과정, 채무의 규모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므로(대법원 2005도7481 판결), 승패는 진술의 호소력이 아니라 거래 당시의 사정을 증거로 어떻게 남겼는가에서 사실상 결정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거래 당시 '변제 의사·능력이 있었다'를 증거로 세우기


사기 고소를 방어하는 핵심은 미변제라는 결과가 아니라, 거래를 하던 그 시점에는 갚을 뜻과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이 지점이 채무불이행과 사기를 가르는 갈림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거래 시점의 정상 영업·자금 상태를 시간순으로 복원합니다.

결제가 밀린 원인이 거래 이후 발생한 사정 변화였음을 증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판례는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된 것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2005도7481 판결). 그래서 거래 당시의 매출 자료, 통장 거래내역, 다른 거래처와의 정상 결제 기록을 확보해, 당시에는 자금 흐름이 살아 있었고 미변제는 그 뒤 매출 급감·거래처 부도 등으로 비로소 발생했다는 경위를 시점별로 세웁니다.

2) 변제 노력의 흔적을 모읍니다.

처음부터 갚을 뜻이 없었다는 편취 고의와 양립할 수 없는 정황이 방어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밀린 뒤에도 일부라도 변제한 내역, 분할 상환을 제안한 문자·이메일, 담보나 지급 각서를 제공한 사실, 연락을 끊지 않고 사정을 알린 기록을 모읍니다. 이런 자료는 "떼먹으려 한 사람"의 행동과 명백히 배치되므로, 편취 고의를 부정하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3) 고소인이 주장하는 '기망행위'를 특정하도록 요구합니다.

사기죄는 단순 미변제가 아니라 상대를 속이는 기망행위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대금 지급과 관련해 거짓 담보를 제시했다거나 갚을 것처럼 허위로 약속했다는 등 구체적인 기망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고소인이 특정하도록 다툽니다. "결국 안 갚았다"는 사후 결과만 있을 뿐 거래 당시의 거짓말을 짚어내지 못한다면, 그 사건은 사기가 아니라 채무불이행의 영역에 머무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계속적 거래의 '편취 범의' 추정을 깨기


계속적 거래는 초기의 정상 거래와 후기의 미변제가 뒤섞여 있어, 수사기관이 자칫 전체를 하나의 사기로 뭉뚱그리기 쉽습니다. 이 지점을 정확히 갈라내는 것이 두 번째 과제입니다.

1) '언제부터 편취였는지' 시점 특정을 요구합니다.

여러 해에 걸친 거래에서 초기 거래는 정상적으로 결제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거래 시점부터 변제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것인지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정상 결제되던 거래까지 싸잡아 편취로 모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시점을 나누어 다투고, 문제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면 편취 고의의 입증이 무너진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2) 채권자가 위험을 알면서 거래를 이어간 정황을 드러냅니다.

판례는 채권자가 상대의 신용 상태를 인식해 장래의 변제 지체나 변제불능 위험을 예상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변제 의사·능력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한 별도의 거짓말이 없었다면 이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편취의 범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2도14516 판결). 그래서 채권자가 이미 밀린 대금과 자금난을 알면서도 독촉을 하면서까지 거래를 계속했다는 정황을 정리해, 속아서 물건을 내준 관계가 아니었음을 드러냅니다.

3) 민사 채무와 형사 혐의를 분리해 대응합니다.

대금 채무가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되, 그것이 곧 형사 사기라는 등식은 끊어야 합니다. 밀린 대금에 대해서는 분할 변제 합의나 실제 변제로 민사적 책임을 정리해 나가고, 이러한 변제 이행은 형사 절차에서 편취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방증으로도 작용합니다. 이렇게 민사와 형사를 분리·정리하며 경찰 단계의 불송치나 검찰의 무혐의 방향으로 사건을 끌어갑니다.


결론


거래 대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의 문턱은 거래 당시에 이미 갚을 뜻과 능력이 없었고, 그럼에도 상대를 속였는가에 있으며, 그 판단은 결국 거래 당시의 사정을 얼마나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겨 두었는가에서 갈립니다.

특히 사기 고소를 당한 초기 대응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감정에 휩쓸린 해명이나 부정확한 진술은 오히려 편취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금 계속적 거래의 미변제 문제로 사기 고소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진술해야 할지 대응의 방향을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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