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만 있는 강제추행, 신빙성을 어떻게 다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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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만 있는 강제추행, 신빙성을 어떻게 다툴까 

김강희 변호사


피해자 진술만 있는 강제추행, 신빙성을 어떻게 다툴까


사건 개요


회식 자리, 좁은 사무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의 공통점은 CCTV도, 목격자도 없이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는 점입니다. 의뢰인은 "그런 일 자체가 없었다"거나 "접촉은 있었지만 고의도, 추행의 의도도 없었다"고 말하지만, 수사기관은 일단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보이면 그 자체를 유력한 증거로 삼아 수사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많은 의뢰인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증거가 없으니 무죄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진술도 증거이고, 그 진술이 신빙성을 인정받으면 다른 물증 없이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사건에서 방어의 핵심은 "증거가 없다"는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그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흔드는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자 진술만 있는 사건이라고 방어가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 방어는 감정적 항변이 아니라, 진술의 논리적 허점과 객관적 정황의 불일치를 하나씩 짚어 내는 작업으로만 성립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대법원이 제시한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는지,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있는지(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에 실제로 부합하는 진술인지입니다. 둘째,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그 폭행·협박이 실제로 진술 속 행위와 부합하는지입니다. 셋째, '성인지 감수성'이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사실로 인정하라는 원칙이 아니라는 점을 재판부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진술만으로 유죄 확신에 이르지 못할 때 적용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제 증거관계에 대입해 설득할 수 있는지입니다.

특히 두 번째 쟁점은 최근 판례 변화로 더 예민해졌습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판결)로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종전의 엄격한 기준에서,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도록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즉 예전보다 낮은 문턱에서도 폭행·협박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므로, 방어의 무게중심은 자연히 진술 신빙성 쪽으로 더 옮겨 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진술의 일관성과 경험칙 부합 여부를 정면으로 짚기


대법원이 제시한 신빙성 판단 기준을 뒤집어 보면, 그 자체가 방어의 체크리스트가 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진술을 해부합니다.

1) 시점별 진술을 나란히 놓고 모순을 찾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은 보통 112 신고 당시 진술, 경찰 조사 진술, 검찰 조사 진술, 법정 진술까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이 진술들을 시간순으로 나란히 대조하면, 접촉 부위·순서·시간·주변 상황 같은 세부사항이 조금씩 바뀌는 지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변화라도 그것이 사건의 핵심 경위(누가 먼저 어떤 행동을 했는가)에 관한 것이라면,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기준에서 벗어나는 근거로 씁니다. 이를 위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통해 각 단계 조서 원문을 반드시 확보합니다.

2) 경험칙에 어긋나는 지점을 물리적·상황적으로 검증합니다.

진술된 상황이 그 장소의 구조, 인원 배치, 시간상 실제로 가능한지를 따집니다. 예컨대 좁은 통로에서 진술된 동선이 물리적으로 성립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있던 자리에서 진술된 행위가 그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을 수 있었는지 등을 현장 사진·도면·좌석 배치 등으로 재구성합니다. 다만 대법원이 성범죄 피해자에게 정형화된 반응('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 밝힌 만큼, 사후 대처 양상 자체를 신빙성 공격의 근거로 삼지는 않습니다. 공격 대상은 어디까지나 진술 내용 자체의 논리적·물리적 모순입니다.

3) 허위 진술의 동기가 될 만한 관계·분쟁을 조사합니다.

대법원 기준의 세 번째 축은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입니다. 고소 시점 전후로 금전 문제, 인사·평가상의 갈등, 이별이나 애정 문제로 인한 감정적 앙금이 있었는지를 문자메시지·카카오톡·이메일 등 객관적 자료로 확인합니다. 이런 동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의 '특별한 이유'에 해당하는 사정을 재판부에 제시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객관적 정황으로 진술의 공백을 메우고 무죄추정을 관철하기


진술의 허점을 짚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자리를 대신할 객관적 자료를 채워 넣어야 재판부가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1) 통신·출입·근태 기록으로 시간대와 동선을 재구성합니다.

사건 당일의 통화 내역, 카카오톡 대화, 출입카드 태그 기록, 카드 결제 내역, 인근 상가나 건물의 CCTV(사각지대라도 진입·이탈 시점은 잡힐 수 있습니다) 등을 확보해 진술된 시각·동선과 대조합니다. 진술 속 사건 발생 시각에 다른 장소에 있었거나, 진술된 상황과 배치되는 행적이 확인되면 그 자체로 강력한 반박 자료가 됩니다.

2) '성인지 감수성' 원칙의 정확한 범위를 재판부에 짚습니다.

대법원은 성범죄 심리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그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라거나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명시했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직접증거가 사실상 피해자 진술뿐인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 측 증거·진술의 합리성·객관적 정황·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 없는 확신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같은 판결의 취지입니다. 이 법리를 서면과 변론에 명확히 인용해, '성인지 감수성=무조건 유죄'라는 오해가 재판부 심증에 스며들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3) 반대신문으로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법정에서 직접 검증합니다.

서면 공방만으로는 조서에 적힌 문장을 흔들기 어렵습니다. 공판에서 증인신문 기회를 확보해, 조서에는 없던 세부사항(정확한 순서·거리·조도·주변 소음 등)을 직접 묻고 그 답변이 기존 진술과 부합하는지 그 자리에서 검증합니다. 준비 없이 임하면 오히려 진술의 일관성만 강화해 주는 결과가 되므로, 예상 답변과 반박 자료를 사전에 문항별로 설계해 둡니다.


결론


피해자 진술만 있는 강제추행 사건은 증거가 없는 사건이 아니라, 진술이라는 증거의 무게를 다투는 사건입니다. 그 무게는 일관성과 경험칙 부합 여부, 허위 동기의 존재 여부로 판가름 나며, 이 세 축을 흔들 만한 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추었는가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소명자료를 놓치면 이후 단계에서 되돌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지금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진행 중이라면, 진술 기록과 확보 가능한 객관적 자료를 함께 놓고 방어의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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