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권한 분배는 흔히 기관끼리의 밥그릇 싸움처럼 비칩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전혀 다른 관점을 내놨습니다.
수사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계된 사항이므로, 그 수사를 개시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규정 역시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대외적 효력을 가진다.
즉 수사개시 권한 규정은 내부 지침이 아니라 피의자가 원용할 수 있는 방어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반에 공소기각이라는 강력한 효과를 붙였습니다.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전) 법무법인(유) 광장 - 3대 로펌
(전) 법무법인(유) 지평
(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현) 법률사무소 신임 대표변호사
(현) 경찰청 소송대리인
(현)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전문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먼저, 이 판결은 '구법' 사안입니다
정확히 짚고 갑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건 구 검찰청법(2022. 5. 9. 개정 전)과 구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2022. 9. 8. 개정 전)입니다.
구 검찰청법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이렇게 열거했습니다.
(가)목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나)목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다)목 위 범죄 및 경찰이 송치한 범죄(= 본래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그리고 구 수사개시규정 제3조가 "직접 관련성"을 구체화해, 공범관계, 동일 피의자가 범한 동종범죄,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 범인은닉·증거인멸·위증죄와 그 본범 등으로 열거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이 제3조는 2022. 9. 8. 삭제됐고, 검찰청법도 개정돼 (가)목이 축소됐습니다. 더 나아가 공소청법·중수청법이 2026. 3. 24. 공포되어 2026. 10. 2. 시행 예정이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전면 배제됩니다. 그러니 개별 사건은 수사 당시의 법령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만 핵심 법리 — 수사 범위를 벗어난 수사에 이은 기소는 공소기각 — 는 계속 작동합니다.
왜 검사의 1차 수사를 제한할까
대법원의 설명은 명료합니다.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검사가 보완수사요구(형사소송법 제197조의2)·시정조치요구(제197조의3)를 하면, 상호협력·상호견제 구조에서 수사 효율이 오르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이 보호됩니다. 반면 검사가 스스로 수사를 개시해 1차 수사까지 하면 그 견제가 불가능해져, 수사권의 효율적·민주적 행사가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이 제한은 견제받지 않는 수사를 막는 장치이고, 수혜자는 국민입니다. 그래서 위반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핵심 — 효과는 '증거능력'이 아니라 '공소기각'입니다
이게 이 판결의 알맹이입니다. 원심은 이 문제를 증거능력 차원에서 봤습니다. "수사개시가 일부 위법했어도 수집된 증거를 못 쓸 건 아니다"라며 유죄를 유지했죠.
대법원은 층위를 바꿨습니다.
수사권 행사가 불가능한 범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하고 1차 수사를 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위법이고, 그에 관한 공소제기는 위법하게 개시된 수사절차를 종결하는 처분으로서 그 절차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어진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된다.
증거를 하나하나 따질 문제가 아니라,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겁니다.
그래도 면죄부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균형추도 달았습니다.
공소기각이 확정된 뒤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공소제기권자가 재기소할 수 있으므로, 적법절차와 실체적 진실 규명 사이의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
공소기각은 "죄가 없다"가 아니라 "이 절차로는 안 된다"입니다. 적법한 절차로 다시 오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선 어디까지 적법했나
부정청약(위장전입·명의대여)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분양권을 전매한 조직적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이 일부 피의자의 한 지역 아파트 사건을 송치했고(= 본래범죄), 검사가 보완수사하며 다른 사람과 다른 사건들을 잇따라 인지했습니다.
본래범죄의 공범으로 인지한 부분 → 공범관계이므로 적법
그 공범의 다른 지역 아파트 범죄 → 본래범죄 피의자가 범한 수죄가 아님 → 위법
다른 피고인들의 별개 아파트 범죄, 전매 알선 관련 범죄 → 위법
특히 눈여겨볼 판시가 있습니다. 본래범죄 영장으로 적법하게 확보한 수첩이 다른 범죄의 공통 증거물이 될 수 있더라도, 그 범죄가 '본래범죄 피의자가 범한 수죄'가 아니면 직접 관련성이 없습니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 일부가 공통된다"는 사정만으로도 직접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증거가 겹친다고 수사 범위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 실무적으로 결정적인 선 긋기입니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개시된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10256 판결).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공소기각은 무죄가 아닙니다. 적법한 절차로 재기소되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파기·환송이고, 공범으로 인지한 부분은 수사개시가 적법해 그대로 유지됩니다.
구법 사안입니다. 규정이 삭제·개정됐고 2026년 10월부터 체제가 바뀝니다.
부정청약·분양권 불법 전매는 그 자체로 중대한 위법입니다. 업무방해죄만 해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검사가 수사할 수 없는 사건을 수사하면요? 수사절차가 위법하고, 이어진 기소는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Q. 증거능력만 문제 되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기소 자체가 무효라고 봤습니다. 훨씬 강력한 효과입니다.
Q. 공소기각이면 무죄인가요? 아닙니다. 실체 판단 없이 절차를 끝내는 것이고, 적법한 기관이 다시 수사해 재기소할 수 있습니다.
Q. '직접 관련성'은 어떻게 보나요? 공범관계인지, 동일 피의자의 수죄인지 등 유형에 맞춰 봅니다. 증거물이 겹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지금도 같은 법인가요? 아닙니다. 규정이 삭제·개정됐고 2026. 10. 2.부터 공소청·중수청 체제입니다. 반드시 수사 당시 법령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정리하며
이 판결은 형사절차에서 '권한'이 곧 '방어선'임을 보여줍니다. 수사개시 권한 규정은 대외적 효력을 갖고, 그 위반에는 공소기각이라는 강한 제재가 따릅니다. 특히 "증거가 겹친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시는, 수사 범위가 무한 확장되는 걸 막는 실질적 제동장치입니다.
2026년 10월 체제 전환을 앞둔 지금 이 법리의 의미는 오히려 커집니다. 권한이 재편될수록 "누가 이 수사를 시작할 수 있었나"라는 질문이 더 자주, 더 결정적으로 제기될 테니까요.
형사사건의 방어는 "내가 안 했다"에서만 시작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인지에 인지를 거듭한 사건, 송치사건을 보완수사하다 확대된 사건이라면 수사개시의 근거를 정면으로 따져볼 실익이 큽니다.
제가 송치 경위와 인지 시점, 영장 집행 내역과 증거 수집 경로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절차적 다툴 지점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수사가 확대되며 예상 못 한 혐의로 조사받고 계시다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로톡 기재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령·대법원 판례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등장인물·법인·지역은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수사개시 범위에 관한 법령은 개정이 잦으므로 개별 사안은 반드시 수사 당시의 법령을 확인하고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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