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과 강제추행 경계 — 징계와 형사처벌, 어디서 갈릴까
직장 내 성희롱과 강제추행 경계 — 징계와 형사처벌, 어디서 갈릴까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직장 내 성희롱과 강제추행 경계 — 징계와 형사처벌, 어디서 갈릴까 

강대현 변호사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어깨를 은근히 쓰다듬고 지나가거나, 술자리 농담이라며 성적인 말을 반복하는 상황을 겪으면 많은 직장인이 같은 질문 앞에서 멈춘다. 이걸 회사 인사팀에 신고해 징계로 끝낼 문제인지, 아니면 경찰에 고소해야 할 강제추행인지 경계가 흐릿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사내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는 순간 회사 징계와 형사처벌을 둘 다 받는 것인지 불안에 휩싸인다. 두 절차는 근거 법률도, 판단 기준도, 진행 주체도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이 글은 직장 내 성희롱과 강제추행이 법적으로 어디서 갈리는지, 그리고 징계와 형사처벌이 왜 별개로 진행되는지를 짚어본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직장 내 성희롱과 강제추행 — 근거법부터 갈린다

직장 내 성희롱은 형법이 아니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 규율하는 개념이다. 이 법 제14조는 사업주에게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조사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지운다. 반면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가 정한 범죄로, 수사기관(경찰·검찰)이 수사하고 법원이 유·무죄를 가린다. 즉 성희롱은 사업주가 사내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이행해야 하는 고용관리 의무의 영역이고, 강제추행은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출발선이 다르다.

이 차이는 신고 창구와 결과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성희롱은 사내 신고나 고용노동부 진정으로 시작해 사업주의 조사·징계로 끝날 수 있고, 사업주가 조사·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제추행은 고소·고발이나 인지수사로 시작해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과 형사재판을 거친다. 두 절차가 같은 사건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흔하다. 피해자가 사내 신고와 형사고소를 함께 진행하면, 회사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조사·징계 절차를, 수사기관은 형법에 따른 수사를 각자의 잣대로 병행하게 된다.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의 고용관리 의무 영역이고,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가 정한 범죄로 처벌 여부를 국가가 가린다 — 근거 법률과 판단 주체부터 다르다.

성희롱 성립요건 — 폭행·협박 없이도 인정된다

성희롱이 성립하려면 행위자에게 성적 의도나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 행위가 이뤄진 장소와 상황, 상대방의 명시적·추정적 반응, 행위의 내용과 정도, 일회성인지 계속성 있는지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신체접촉이 전혀 없어도, 반복된 성적 농담이나 외모에 대한 성적 평가만으로도 성희롱이 인정될 수 있는 이유다.

대법원은 성적 언동을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언어적·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로 정의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또한 업무관련성은 좁게 보지 않는다. 근무시간·근무장소를 벗어난 회식 자리나 사적 메신저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업무수행 기회에 편승하거나 권한을 남용한 정황이 있으면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

  • 당사자 사이의 관계와 위계 — 상하관계·고용관계가 판단에 영향을 준다.

  • 행위가 이뤄진 장소·상황 — 회식, 사무실, 사적 메신저 등도 포함된다.

  • 피해자의 명시적·추정적 반응 — 즉각적 거부 표시가 없었어도 참작된다.

  • 행위의 내용과 정도, 반복성 — 일회성인지 지속됐는지가 함께 고려된다.

신체접촉이나 폭행·협박이 없어도,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은 성립한다 — 이 지점이 강제추행과 갈리는 첫 번째 경계다.

강제추행죄 성립요건 — 폭행 또는 협박이 갈림길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성희롱과 달리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구성요건이 별도로 필요하다. 성적 언동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나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 폭행·협박의 정도는 예전만큼 엄격하지 않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40년간 유지해온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준을 폐기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또한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행위와 동시에 이뤄지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 그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 없이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기만 하면 성립한다는 법리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갑자기 어깨나 허리를 움켜쥐는 행위처럼 별도의 폭행 없이 신체접촉 자체가 이뤄지는 경우도 이 법리로 포섭된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문턱이 낮아지면서, 성적 언동만 있던 사안이라도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이 더해지면 강제추행으로 갈릴 여지가 커졌다.

징계와 형사처벌은 별개 트랙 — 하나가 끝나도 다른 하나는 계속된다

실무에서 가장 혼동하는 지점이 여기다.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징계 등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때 사업주는 피해자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형사재판처럼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을 요구받지 않는다. 사내 징계는 취업규칙과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형사처벌은 형법이 정한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판단한다는 점에서 증명의 기준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형사사건에서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받거나 무죄가 선고돼도 사내 징계가 유효할 수 있고, 반대로 사내 징계위원회가 경징계나 무혐의로 결론 내려도 수사기관이 별도로 강제추행 혐의를 수사해 기소할 수 있다. 형사 절차의 고소 취하도 마찬가지다. 강제추행죄는 2013년 6월 19일 형법 개정으로 친고죄가 폐지돼,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기관은 계속 수사·기소할 수 있고 사내 징계 절차와도 무관하게 진행된다. 즉 성희롱 신고, 사내 징계, 형사고소·수사는 서로 결과에 구속되지 않는 세 개의 독립된 트랙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형사 불기소·무죄가 사내 징계를 자동으로 취소시키지 않고, 고소 취하가 수사를 멈추지도 않는다 — 성희롱 신고·사내 징계·형사절차는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실무에서 어디로 갈리나 — 판단 기준 정리

상담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두 유형을 비교하면 경계가 더 선명해진다. 예컨대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의 외모를 반복적으로 성적으로 평가하는 발언만 했다면, 신체접촉이나 폭행·협박이 없는 이상 형법상 강제추행 성립은 어렵고 성희롱으로 사내 조치·행정 절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상사가 갑자기 부하직원의 허리를 감싸 안거나 손을 잡아끄는 등 신체접촉이 더해지면, 그 접촉 자체가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평가돼 강제추행으로 형사입건될 여지가 생긴다.

결국 실무 판단은 신체접촉 여부,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할 만한 유형력·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그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를 중심으로 갈린다. 신체접촉이 없는 성적 발언·시선·메시지는 성희롱 영역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신체접촉이나 그에 준하는 유형력이 더해지면 강제추행 혐의로 확장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일반적 경향일 뿐 개별 사안의 정황(관계, 반복성, 장소)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작업이 중요하다.

  • 신체접촉의 유무와 부위, 지속 시간 — 접촉이 있었는지가 첫 갈림점이다.

  • 발언·행동의 반복성 — 일회성이었는지, 지속·반복됐는지 확인한다.

  •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시 정황 — 명시적이지 않아도 참작될 수 있다.

  •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상황 — 회식, 사적 메신저 등도 포함된다.

신체접촉 여부와 유형력의 정도가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가르는 실무적 분기점이다 — 다만 개별 정황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신고했다가 불이익 당하면 — 피해자 보호 장치

성희롱을 신고한 뒤 오히려 부서 이동, 인사평가 불이익, 해고 등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이를 막기 위해 사업주가 신고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파면·해임·해고 등 신분상실 조치나 징계·정직·감봉·강등·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제2항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사업주가 애초에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고도 조사·조치 의무 자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불이익조치 금지 위반(형사처벌)과 조사·조치의무 위반(과태료)은 위반 행위의 성격이 달라 제재 수위도 다르게 설계돼 있다.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넣거나, 불이익조치 자체를 별도로 고소·고발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성희롱 신고 후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별도의 형사책임을 진다.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 소명과 대응 방향

반대로 성희롱·강제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입장이라면, 사내 징계위원회 절차와 형사 조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사업주가 징계 등 조치를 하기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듣도록 정하고 있을 뿐, 행위자에게 반드시 소명 기회를 보장하도록 명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취업규칙에 정해진 징계 절차(소명 기회, 징계위원회 출석)를 실제로 보장받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 단추다.

형사 조사 단계에서는 진술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 사내 조사에서 한 진술과 경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어긋나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의 문턱이 낮아진 상태이고 기습추행 법리까지 적용될 수 있어, 사실관계를 다투는 초기 단계부터 신체접촉의 경위, 당시 정황, 상대방과의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사내 소명 절차와 형사 단계 진술을 별개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두 절차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어느 한쪽 대응이 다른 쪽 결과를 자동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징계 절차와 형사 절차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므로,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도 사내 소명과 형사 대응을 각각 별개로 준비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 징계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형사처벌 위험도 사라지나요?

A. 아닙니다. 사내 징계와 형사절차는 증명 기준과 판단 주체가 달라 서로 구속되지 않습니다. 징계위원회의 무혐의 결론이 있어도 수사기관은 별도로 강제추행 혐의를 수사·기소할 수 있습니다.

Q. 강제추행으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면 회사 징계도 취소되나요?

A. 아닙니다. 강제추행죄는 2013년 친고죄 규정이 폐지돼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기관은 계속 수사·기소할 수 있고, 사내 징계 절차도 고소 취하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진행됩니다.

Q. 회식 자리에서 갑자기 어깨나 허리를 만졌다면 이것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별도의 폭행 없이 신체접촉 자체가 이뤄진 경우라도, 그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로 평가되면 이른바 기습추행으로 강제추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접촉의 부위·정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성희롱을 신고했더니 부서를 옮기거나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줬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남녀고용평등법은 신고·피해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지방고용노동관서 진정이나 별도 고소·고발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Q. 사내 징계위원회 절차와 경찰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두 절차는 독립적으로 진행되므로 각각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진술이 어긋나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사내 조사와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성희롱·강제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는데 억울한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취업규칙상 소명 기회와 징계위원회 출석 절차가 실제로 보장됐는지부터 확인하고, 신체접촉의 경위와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사내 소명과 형사 단계 대응을 각각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직장 내 성희롱과 강제추행은 같은 사건에서 출발해도 근거 법률과 판단 기준이 다른 별개의 절차로 진행된다.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의 조사·징계 의무 영역이고,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가 정한 범죄로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별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그 문턱이 낮아지면서, 신체접촉이 더해진 사안은 강제추행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내 징계 결과와 형사절차 결과가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기소나 무죄가 징계를 자동으로 취소시키지 않고, 고소 취하가 수사를 멈추지도 않는다. 피해자든 가해자로 지목된 쪽이든, 두 절차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 위에서 각각의 대응 전략을 따로 세워야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

사안의 구체적 경위에 따라 성희롱과 강제추행의 경계, 징계와 형사처벌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5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