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채팅으로 대화하던 상대가 사실은 신분을 숨긴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을 조사받는 자리에서야 알게 되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적발하기 위해 도입된 신분비공개수사·신분위장수사 제도 때문인데, 정작 당사자는 이게 적법한 수사기법인지 함정에 빠진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승인이나 법원 허가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면 그렇게 확보한 증거는 그대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청소년성보호법이 정한 위장수사의 요건과 절차, 절차를 어겼을 때 증거능력이 어떻게 되는지, 함정수사와는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신분비공개수사·신분위장수사란 — 청소년성보호법이 만든 수사특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은 2021년 3월 23일 개정, 같은 해 9월 24일부터 시행된 조항을 통해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라는 두 가지 특례 수사기법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텔레그램·랜덤채팅 등 비대면 공간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범죄는 수사관이 정체를 밝히고 접근하면 증거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제도입니다. 그 전까지는 경찰이 신분을 속이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위법 수집증거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법률상 근거를 갖춘 정식 수사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아무 사건에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대상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한정돼 있습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2는 신분비공개수사의 요건을, 제25조의3은 신분위장수사의 허가 절차를 규정합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범죄현장이나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접근해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사법경찰관리가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수사기간은 3개월을 넘길 수 없습니다. 반면 신분위장수사는 위장 신분을 담은 문서를 실제로 만들어 사용하는 등 더 깊이 개입하는 방식이라 통제 수위도 높습니다. 사법경찰관리가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허가를 청구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신분비공개수사 —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 수사기간 3개월 이내
신분위장수사 — 검사에게 허가 신청 → 검사가 법원에 청구 → 법원의 허가, 위장 신분 문서 사용 가능
신분위장수사는 경찰 내부 승인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와 법원이라는 두 단계를 더 거쳐야 비로소 적법하게 시작될 수 있는 수사기법이다.
위장수사의 요건 — 아무 대화나 걸어도 되는 게 아니다
신분위장수사는 요건을 갖춰야만 허용됩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2 제2항은 디지털 성범죄를 계획하거나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만 신분위장수사를 허용합니다. 다시 말해 막연한 의심만으로 아무 채팅방이나 계정에 경찰이 위장 접근하는 것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어렵다'는 보충성 요건까지 갖춰야 하므로, 일반적인 수사 방법으로 충분히 증거를 모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 위장수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다툼의 여지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랜덤채팅 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정황이 이미 포착된 계정이 있다면, 경찰이 미성년자인 척 위장해 대화를 이어가며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큽니다. 그러나 특별한 혐의 정황 없이 무작위로 채팅방을 순회하며 대화를 걸어 범행을 유도했다면 애초에 위장수사의 요건인 '충분한 의심'이 있었는지부터 다퉈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록에는 신분위장수사 개시 당시 어떤 혐의 정황을 근거로 삼았는지가 기재돼 있으므로, 변호인은 그 근거가 실제로 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검토합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계획·실행 중이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지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저지·범인 체포·증거수집이 어려운 보충성 요건을 갖췄는지
대상 범죄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한정돼 있는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이뤄진 위장수사는 그 자체로 절차 위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함정수사와의 경계 — 기회제공형이면 적법, 범의유발형이면 위법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함정수사를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나눠 판단해 왔습니다. 이미 범행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단지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면 적법한 수사기법으로 인정되지만, 범행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범행을 권유해 범의를 유발한 뒤 그 행위를 문제 삼아 기소했다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봅니다. 대법원 2005도1247 판결과 대법원 2008도7362 판결은 이런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가 정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 신분위장수사 제도는 바로 이 기회제공형 수사를 법률로 명문화해 통제 절차까지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수사 현장에서 두 유형의 경계가 늘 선명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경찰이 이미 성착취물을 유포하려던 상대의 제안에 응한 정도라면 기회제공형에 가깝지만, 경찰이 먼저 미성년자 행세를 하며 대화를 걸고 상대가 거절하는데도 유인성 발언을 반복해 없던 범행 의사를 만들어냈다면 범의유발형으로 다퉈볼 여지가 생깁니다. 이 경우 신분위장수사 자체의 법적 근거(법원 허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함정수사 논란이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 전체 맥락 — 누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는지, 성적인 화제나 거래를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 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보는 작업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법원 허가를 받은 신분위장수사라도 대화 과정에서 범의를 유발했다면 함정수사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긴급 신분위장수사와 48시간 시한 — 법원 허가 없이 시작됐다면
원칙적으로 신분위장수사는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4는 긴급 신분위장수사라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제25조의2 제2항의 요건을 갖추고 정식 허가 절차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먼저 신분위장수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후 통제를 전제로 한 예외일 뿐, 절차를 아예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사법경찰관리는 긴급 신분위장수사를 개시한 후 지체 없이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48시간 이내에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즉시 그 수사를 중지해야 합니다. 만약 48시간이 지나도록 법원 허가를 받지 못했는데도 위장 신분으로 대화를 계속하며 증거를 모았다면, 그 시점 이후 수집된 자료는 법이 정한 시한을 넘긴 위법한 수사로 확보된 것이라는 다툼이 가능합니다. 실무에서는 수사기록에 긴급 위장수사 개시 시각과 법원 허가서 발부 시각이 함께 남기 때문에, 이 두 시점 사이의 간격을 확인하는 것이 절차 위반 여부를 가리는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개시 후 지체 없이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했는지
48시간 이내에 법원의 허가를 받았는지
허가를 받지 못했다면 그 즉시 수사를 중지했는지
48시간 안에 법원 허가를 받지 못한 긴급 위장수사는 즉시 중지돼야 하며, 그 이후의 증거 수집은 절차 위반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절차를 어긴 위장수사, 증거능력은 살아남을까 —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승인이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이뤄진 위장수사로 확보한 대화 내용, 캡처 화면, 전송받은 파일 등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고,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확보한 2차적 증거까지도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이 법칙의 취지입니다. 즉 위장수사 승인서 자체가 없거나 법원 허가 없이 48시간을 넘겨 얻은 대화라면, 그 대화에서 파생된 다른 증거들의 증거능력까지 함께 다퉈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절차상 흠이 있다고 해서 모든 증거가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둬야 합니다. 승인·허가 자체는 있었지만 형식적인 서류 기재 방식에 다소 미비가 있는 경우와, 애초에 법이 정한 요건(보충성, 대상 범죄의 한정)을 갖추지 못한 채 위장수사에 나선 경우는 위법성의 무게가 다릅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통해 승인서·허가서의 존재 여부, 발부 시각, 요건 기재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그 흠결이 얼마나 본질적인지를 따져 증거배제 주장의 강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원칙은 위장수사로 확보한 자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수사관 면책 조항(제25조의8)과 피의자의 방어권은 별개다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8은 사법경찰관리가 신분비공개수사나 신분위장수사 중 부득이한 사유로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같은 조항은 그 위법행위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징계나 문책 책임을 묻지 않고,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까지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위장수사에 나서는 수사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그러나 이 면책 조항은 어디까지나 수사관 개인의 형사·징계·민사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지, 그렇게 수집된 증거가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쓰일 수 있는지의 문제와는 별개입니다. 수사관이 고의·중과실 없이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증거능력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수사관의 면책 여부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적용된 증거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집됐는지를 독립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수사관이 면책된다는 사정과 그가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변호인이 확인해야 할 것들 — 승인서·허가서·대화 시작 시점
신분위장수사가 의심되는 사건에서 방어권을 준비할 때는 몇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우선 수사기록에 신분비공개수사 승인서 또는 신분위장수사 허가서가 실제로 편철돼 있는지, 그 발부 주체와 시점이 법이 정한 절차와 일치하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긴급 위장수사였다면 개시 시각과 법원 허가서 발부 시각 사이의 간격이 48시간을 넘지 않았는지를 계산해 봐야 하고, 대화 전체를 시간순으로 복원해 누가 먼저 화제를 꺼냈는지도 함께 검토합니다.
이런 자료는 피의자 본인이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호인을 통한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이 사실상 유일한 통로입니다. 절차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무죄를 뜻하지는 않으며, 위법성의 정도와 침해된 법익, 다른 독립적 증거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위장수사 여부와 그 절차적 하자를 정리해두는 작업이, 이후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투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승인서·허가서의 존재와 시점을 확인하는 작업이 위장수사 사건 방어의 출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랜덤채팅에서 상대가 미성년자인 척한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것만으로 함정수사인가요?
A. 아닙니다. 신분위장수사 자체는 청소년성보호법이 허용하는 적법한 수사기법이라 신분을 속였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경찰이 먼저 적극적으로 범행을 유도해 범의를 유발했는지, 요건과 절차를 갖췄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Q. 위장수사 승인서나 법원 허가서를 제가 직접 볼 수 있나요?
A. 피의자 본인이 임의로 열람하기는 어렵고, 변호인을 선임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승인서·허가서가 편철돼 있는지, 발부 시점이 언제인지가 절차 위반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Q. 긴급 신분위장수사에서 48시간을 넘겨 법원 허가를 받았다면 그 전에 모은 증거는 무조건 배제되나요?
A.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퉈볼 여지가 생깁니다. 48시간 이내 허가를 받지 못했다면 법은 즉시 수사를 중지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그 시한을 넘긴 이후의 증거 수집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위법수집증거배제 주장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위장수사를 한 경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8은 수사관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정하고 있어 실제 배상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는 수사관 개인 책임에 관한 조항일 뿐,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 위장수사 요건이 안 갖춰졌다고 판단되면 무죄를 받을 수 있나요?
A. 요건 미비나 절차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툴 근거는 되지만, 곧바로 무죄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독립된 증거가 있는지, 위법성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 저에게 어떤 게 적용됐는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단순히 신분을 숨기고 지켜본 정도라면 신분비공개수사, 위장 신분 문서를 실제로 만들어 쓰며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신분위장수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승인·허가 절차와 요건이 서로 다르므로 수사기록을 통해 어느 쪽으로 진행됐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맺음말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잡기 위한 신분비공개수사·신분위장수사는 이제 법률상 근거를 갖춘 정식 수사기법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절차가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요건을 충족했는지, 승인과 허가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긴급 위장수사라면 48시간 시한을 지켰는지에 따라 확보된 증거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사관 개인의 면책 조항과 피의자가 다툴 수 있는 증거능력 문제는 서로 다른 층위에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위장수사가 의심되는 사건일수록 초기에 수사기록을 꼼꼼히 확인해 절차적 하자를 정리해두는 작업이, 이후 재판 대응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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