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수사기관이 체포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면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수사기관이 체포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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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수사기관이 체포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면 

박상석 변호사

경찰이 거짓말로 서류를 꾸며 체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혐의의 무거움과 별개로 체포와 압수의 적법성부터 다투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체포·구속·압수·수색을 당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것이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이다.

형사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혐의가 명백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형사절차는 결과만 맞으면 과정은 상관없다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체포가 위법하고, 압수 경위가 허위이며, 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핵심 사정이 사실과 다르다면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다시 볼 수밖에 없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중요한 것은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느냐만이 아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어떤 절차로 데려왔고, 어떤 경위로 증거를 확보했는지도 핵심이다.

긴급체포는 우연히 발견했다는 말로 포장할 수 없다

긴급체포는 영장 없이 사람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강력한 절차다. 그래서 요건이 엄격하다. 중한 범죄 혐의가 있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으며, 긴급을 요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야 한다. 단순히 수사 편의를 위해 먼저 잡아두는 제도가 아니다.

실무에서 문제 되는 장면은 수사기관이 이미 피의자의 소재를 알고 있었는데도, 나중에 서류에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해 긴급히 체포한 것처럼 적는 경우다. 만약 실제로는 경찰서 방문을 요구해 오게 했거나, 특정 장소로 유도했거나, 이미 동선을 추적해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긴급성을 꾸며냈다면 체포의 적법성은 강하게 다툴 수 있다.

여기서 변호인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긴급체포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체포 전 통화 내역, 문자 메시지, 출석 요구 기록, 위치추적 또는 탐문 기록, 경찰서 출입 CCTV, 차량 이동 기록을 대조해야 한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서류와 실제 수사 흐름이 맞지 않으면, 긴급체포서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린다.

압수물의 출처가 바뀌면 증거 전체가 오염될 수 있다

압수물도 마찬가지다. 제3자에게서 임의제출 받은 물건을 피의자 현장에서 압수한 것처럼 기재하거나, 특정 장소에서 발견된 물건을 다른 장소의 현장 압수물처럼 둔갑시키는 행위는 매우 중대한 절차 위반이다. 압수물은 어디서, 누구에게서, 어떤 절차로 확보되었는지가 생명이다. 출처가 바뀌면 증거의 내용뿐 아니라 증거가 만들어진 길 자체가 의심받는다.

특히 디지털 증거에서는 압수 경위가 더 중요하다. 휴대전화, 저장장치, CCTV 파일, 메신저 캡처, 계정 접속 자료는 확보 시점과 보관 과정이 명확해야 한다. 압수조서, 임의제출서, 압수목록, 포렌식 참관 확인서, 봉인 상태, 해시값, 분석보고서가 서로 맞지 않으면 증거능력과 신빙성 모두가 문제 된다.

수사기관이 제3자에게서 받은 자료를 현장 압수물처럼 적었다면, 단순한 기재 착오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것이 종이 문서라면 허위공문서작성 문제가, 전산 시스템에 입력된 수사기록이라면 공전자기록위작 문제가 검토될 수 있다. 물론 변호인이 곧바로 수사관 개인을 범죄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객관자료상 기재와 실제 경위가 다르다면, 영장심사에서 그 모순은 반드시 드러내야 한다.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은 본 증거뿐 아니라 파생증거까지 흔든다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은 단순히 문제 된 압수물 하나를 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위법한 체포나 위법한 압수를 통해 확보한 진술, 추가 압수물, 포렌식 결과, 계좌추적 단서까지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뿌리가 썩은 나무에서 나온 열매도 의심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허위 긴급체포로 피의자를 경찰서에 데려온 뒤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다면, 그 임의제출이 정말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 다툴 수 있다.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진술의 임의성과 절차 적법성이 문제 될 수 있다. 또 허위로 작성된 압수 경위를 바탕으로 포렌식이 이루어졌다면, 그 분석 결과까지 배제 주장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은 만능카드가 아니다. 법원은 위법의 정도, 절차 위반의 중대성, 수사기관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피고인의 기본권 침해 정도, 증거 확보와 위법 절차 사이의 관련성을 본다. 그래서 이 주장은 감정적으로 수사가 잘못됐다고 외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절차가 왜 위법하고, 그 위법 때문에 어떤 증거가 확보되었는지를 연결해야 한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증거능력보다 수사 신뢰성을 공격해야 한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유무죄를 최종 판단하는 재판이 아니다. 법원은 범죄 혐의의 소명, 도망 우려, 증거인멸 우려, 구속 필요성을 본다. 따라서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을 할 때도 본안 재판처럼 길게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영장심사에서는 수사기관의 체포·압수 경위가 허위라면, 그 자체로 수사의 신뢰성과 구속 필요성에 의문이 생긴다는 점을 집중해야 한다.

만약 경찰이 체포 경위를 사실과 다르게 적었다면, 법원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도 그대로 믿기 어려워진다. 압수물 출처를 바꿔 기재했다면,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의 신뢰성도 흔들린다. 영장심사에서 변호인은 이 부분을 짧고 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장문의 법리보다 한 장의 시간표가 더 강할 때가 있다.

실전에서는 체포 전후 타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경찰 연락 시각, 피의자 이동 시각, 체포 시각, 경찰서 도착 시각, 압수물 확보 시각, 조서 작성 시각, 긴급체포서 작성 시각을 분 단위로 정리한다. 여기에 통화내역, 문자, CCTV, 방문기록, 차량 블랙박스, 출입기록을 붙이면 서류상 이야기와 실제 현장이 맞는지 드러난다.

허위 서류 정황은 기각 사유이자 별도 문제제기의 단서

수사기관이 체포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이를 구속 필요성을 부정하는 핵심 사유로 제출해야 한다. 체포 경위가 불분명하고 압수 경위가 조작된 의심이 있다면, 피의자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할 정당성은 약해진다. 특히 이미 주요 증거가 확보되었거나, 피의자가 출석에 협조해 왔거나, 주거와 직업이 분명하다면 불구속 수사를 주장할 여지가 커진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수사기관의 거짓말을 주장하려면 그만큼 객관자료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경찰이 나를 속였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긴급체포서 내용과 실제 통화기록이 다르다거나, 압수조서상 장소와 CCTV상 확보 장소가 다르다거나, 제3자 진술과 수사보고서가 충돌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모순을 제시해야 한다.

경찰이 거짓말로 서류를 꾸며 체포했다면, 사건의 쟁점은 혐의 자체를 넘어 절차의 정당성으로 이동한다.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은 피의자를 위한 기술적 꼼수가 아니라, 국가가 법을 지키면서 수사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허위 긴급체포서 작성, 압수물 출처 왜곡, 현장 압수물 둔갑 정황이 있다면 첫 대응은 빠를수록 좋다. 통화내역, 경찰서 CCTV, 출입기록, 압수조서, 포렌식 기록을 교차 분석해 수사기관의 서류와 실제 현장이 맞지 않는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구속영장 기각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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