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옛날 일을 꺼내 징계를 내렸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징계시효다. 징계시효란 회사가 특정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근로기준법이 모든 회사에 일률적으로 징계시효 2년 또는 3년을 정해둔 것은 아니다. 다만 취업규칙, 인사규정, 단체협약에 징계시효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회사는 그 기간을 넘겨 뒤늦게 징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 인사규정에 징계사유 발생일 또는 회사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2년 이내에 징계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수년 전 과실을 갑자기 꺼내 정직이나 감봉 처분을 했다면 징계 자체의 효력이 문제 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회사가 언제 비위사실을 알았는지, 징계절차를 언제 개시했는지, 징계의결 또는 처분일이 언제인지다.
노동위원회 재심 구제신청에서 징계시효는 단순한 보조 주장으로 두면 안 된다. 초심에서 사실관계만 다투다 졌다면, 재심에서는 징계시효 도과 유무를 별도의 쟁점으로 세워야 한다. 회사가 이미 오래전 알고 있던 일을 뒤늦게 문제 삼은 것인지, 감사나 민원으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지노위에서 졌다면 사실관계가 아니라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패소한 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준비할 때 가장 흔한 실수가 있다. 초심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억울하다, 고의가 없었다, 회사가 너무했다는 말만 다시 제출하면 재심에서 결과가 바뀌기 어렵다.
중노위 재심에서 중요한 것은 초심 판정이 놓친 법적 구조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징계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 사유가 취업규칙상 징계대상에 해당하는지, 징계시효가 지났는지, 징계절차가 지켜졌는지, 징계양정이 과도한지를 나누어야 한다. 특히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곧바로 정직이나 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징계 사건은 크게 세 단계로 본다. 첫째, 징계사유가 있는가. 둘째, 절차가 적법한가. 셋째, 징계수위가 적정한가. 초심에서 첫 번째 단계에만 매달렸다가 진 경우라면, 재심에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로 전선을 넓혀야 한다. 재심은 같은 말을 한 번 더 하는 절차가 아니라, 판정의 약점을 다시 찌르는 절차다.
고의성이 없었다면 결과보다 행위 태도를 강조해야 한다
회사는 종종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에게 중징계를 내린다.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거나, 고객 민원이 커졌다거나, 내부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이유로 정직이나 강등 처분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결과만 보지 않는다. 근로자에게 고의가 있었는지, 개인적 이익을 취했는지, 회사 업무를 방해할 목적이 있었는지, 당시 업무환경상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함께 본다.
개인적 착복이 없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도 없으며, 단순 업무상 착오나 판단 실수에 가까운 사안이라면 중징계는 과도하다고 다툴 수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관여한 업무에서 특정 근로자 한 명에게만 책임을 몰아 정직을 내렸다면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징계양정에서 고의성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고의적 비위와 과실은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만 강조한다면, 근로자 측은 그 손해가 누구의 어떤 행위로 발생했는지, 본인의 역할과 권한은 어디까지였는지, 상급자의 승인이나 회사 관행은 어땠는지를 구체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징계양정은 사회통념상 상당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징계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정당성은 징계사유뿐 아니라 징계수위까지 포함해 판단된다. 대법원은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을 남용한 경우 위법하다고 본다. 쉽게 말해 잘못이 조금 있더라도 회사가 지나치게 무거운 처분을 했다면 부당징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징계양정의 기준은 다양하다. 비위의 내용과 정도, 고의 또는 과실 여부, 피해 규모, 피해 회복 여부, 근로자의 근속기간, 과거 징계전력, 회사 내 유사사례와의 형평성, 징계 이후 태도, 재발 가능성 등을 종합한다. 정직은 근로자에게 임금 손실과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중한 징계다. 따라서 단순 실수나 관리상 미흡만으로 정직까지 가는 것이 적절한지는 반드시 따져야 한다.
특히 유사한 잘못을 한 다른 직원은 경고나 주의에 그쳤는데 특정 근로자에게만 정직을 내렸다면 양정의 형평성이 강한 쟁점이 된다. 회사가 징계권을 공정하게 행사했는지, 특정인을 내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징계를 활용한 것은 아닌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재심에서는 취업규칙과 징계자료를 한 줄씩 대조해야 한다
노동위원회 재심 구제신청에서 승부는 감정이 아니라 문서에서 갈린다. 취업규칙, 인사규정, 징계위원회 규정, 감사보고서, 징계의결서, 인사발령문, 소명요구서, 회의록, 이메일, 업무분장표를 모두 대조해야 한다. 회사가 주장하는 징계사유가 실제 규정상 어떤 조항에 해당하는지, 징계시효가 언제부터 진행되는지, 소명기회는 제대로 부여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징계시효 도과 유무는 날짜 싸움이다. 비위 발생일, 회사 인지일, 감사 착수일, 징계위원회 개최일, 징계처분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회사가 새롭게 알게 된 것처럼 주장하더라도, 과거 보고서나 이메일, 결재문서에 이미 같은 사실이 드러나 있었다면 징계시효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징계양정도 마찬가지다. 다른 직원의 유사사례, 이전 징계수위, 회사의 징계관행, 근로자의 포상내역과 근속기간,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중노위 재심에서 이기는 사건은 대개 억울하다는 말이 많은 사건이 아니라, 회사 징계가 왜 규정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지 차분히 정리된 사건이다.
중노위 재심의 3대 포인트는 고의성, 징계시효, 양정 과중
지노위에서 졌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심 판정을 분석하면 재심에서 어디를 찔러야 할지 보이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징계사유를 넓게 잡았지만 실제 고의성이 약한 사건, 오래된 일을 뒤늦게 끌어와 징계시효가 문제 되는 사건, 비위에 비해 정직·해고 등 징계수위가 지나치게 무거운 사건은 재심에서 다시 다퉈볼 여지가 있다.
회사에서 옛날 일로 징계를 내렸는데 무효로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규정과 날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노위에서 졌는데 재심에서 이기는 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초심과 같은 말만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노위 재심은 두 번째 기회이지만, 그냥 한 번 더 억울함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징계시효가 지났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징계양정이 사회통념상 과도한지, 유사사례와 비교해 형평성을 잃었는지를 증거로 보여주어야 한다. 부당징계 사건의 핵심은 잘못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만이 아니다. 설령 일부 잘못이 있더라도, 회사가 그 잘못에 비해 너무 늦게, 너무 무겁게, 너무 불공정하게 징계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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