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직원이 회사 자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많은 인사담당자가 곧바로 고소부터 검토합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성급하면 세 가지 리스크가 한꺼번에 돌아옵니다. 수사·재판까지 이어진 끝에 무혐의로 끝나며 소진되는 시간과 비용, 근거 없는 고소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그리고 직원이 진행 중인 노동위원회·소송 절차에서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보복성 정황 평가입니다. 오늘은 배임죄 성립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기준을 정리합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자료를 소지·보관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판례는 직원이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한 경우라도, 퇴사 시 반환·폐기 의무를 위반하고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이 있어야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판례는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고 취득·개발에 상당한 시간·노력·비용이 든 자료는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 배임죄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고소를 결정하기 전에는 다음 요건을 순서대로 점검해야 합니다.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지위: 재직 중 취득한 자료라면 퇴사 후에도 반환·폐기 의무가 존속하므로, 퇴사 이후 보관 행위 역시 재직 중 취득한 자료에 대한 의무 위반으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지위 자체가 성립하는지는 취득 시점과 업무 범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② 취득 경위: 회사 관계자가 자발적으로 전달했거나 정당한 업무 범위 내에서 취득한 정황이 있다면, 취득 단계에서 임무위배를 구성하기 어렵습니다.
③ 영업상 주요 자산 해당 여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고 취득·개발에 상당한 시간·노력·비용이 들었으며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배임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④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사: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해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별도로 요구되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합니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배임죄 성립에는 고의 외에 불법이득의사도 필요합니다. 노동위원회·법원 등 법령이 정한 절차 내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자료를 보관한 경우라면, 이러한 고의와 불법이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⑤ 손해 발생 여부: 재산상 손해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되지만(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경쟁업체 유출 등 실질적 피해가 없다면 이 요건도 충족되기 어렵습니다.
고소 검토 전: 위 다섯 가지 요건을 순서대로 점검해야 합니다.
요건 미충족 정황 발견 시: 무리한 고소 진행보다 내부 조사를 통한 사실관계 재확인이 우선입니다.
절차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 근로자의 노동위원회·소송 절차가 함께 진행 중인 경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고소는 절차상 회사에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증거 정리: 자료 전달 경위, 보관 목적, 사용 범위, 자료의 영업상 가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회사 측에서도 함께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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