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떼어낸 뒤 상장까지 추진한다는 공시가 나오면,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과 지분 가치 희석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그동안은 이런 결정이 주주에게 불리해 보여도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개정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넓히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요건과 절차는 무엇인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 글에서 개정 조문의 내용과 대표소송의 실제 요건, 그리고 대표소송 외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까지 차례로 정리해 드립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개정 상법 제382조의3 — 이사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됐습니다
종전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가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었습니다. 실무도 이사의 의무 상대방을 회사로 보았기 때문에, 물적분할이나 합병처럼 회사 재산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일반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5년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은 이사 충실의무의 보호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켰습니다. 개정 제382조의3은 2025년 7월 2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개정 조문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고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구조의 거래, 예컨대 알짜 사업부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같은 국면에서 이사의 판단 기준이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 전체로 넓어진 셈입니다. 다만 조문이 시행된 지 오래되지 않아, 위반 시 책임의 범위와 구체적 판단 기준은 앞으로 법원 판결을 통해 채워질 영역이 많습니다.
개정 상법 제382조의3(2025년 7월 22일 시행)에 따라 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물적분할이 일반주주에게 불리해질 수 있는 이유
물적분할은 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떼어내 신설회사를 만들되, 신설회사 주식 100%를 기존 회사(분할회사)가 보유하는 방식입니다. 인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는 신설회사 주식을 한 주도 직접 받지 못하고,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는 모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이루어집니다. 분할 자체만 보면 회사 전체의 자산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회사에 손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인적분할 — 기존 주주가 분할 비율대로 신설회사 주식을 직접 받아 지분 구조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물적분할 — 신설회사 주식 100%를 분할회사가 보유하고, 기존 주주는 모회사를 통해 간접 보유하게 됩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 자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면 모회사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모회사 주가 할인 우려가 커집니다.
문제는 분할 다음 단계입니다. 신설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하면서 신주를 발행하면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낮아지고, 시장에서는 같은 사업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이른바 모회사 할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장 사업부의 가치를 보고 모회사 주식을 산 주주는, 그 사업부가 자회사로 분리되어 따로 상장되는 순간 투자 논리가 무너지는 셈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일반주주 보호 논쟁의 중심에 서 왔고, 개정 상법의 직접적인 입법 배경이 되었습니다.
주주대표소송 지분 요건 — 비상장 1%, 상장 6개월 0.01%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때,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입니다(상법 제403조). 승소의 이익이 주주 개인이 아니라 회사에 귀속된다는 점이 특징이고, 남소를 막기 위해 일정한 지분 요건을 갖춘 주주만 제기할 수 있습니다. 요건은 상장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상장회사 —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하면 되고, 보유 기간 요건은 없습니다(상법 제403조).
상장회사 — 6개월 이상 계속하여 발행주식총수의 0.01% 이상을 보유하면 특례가 적용됩니다(상법 제542조의6 제6항).
여러 주주가 지분을 합산해 요건을 채우는 것도 가능해,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제소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제소 후에 보유 주식 수가 일부 줄더라도 소송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되면 원고 자격을 잃게 되므로, 소송이 끝날 때까지 최소한의 지분은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적분할 국면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대표소송을 함께 검토한다면, 매수청구로 주식을 전부 넘긴 뒤에는 대표소송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도 미리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대표소송 절차 — 서면 제소청구와 30일 대기
대표소송은 바로 법원에 소장을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회사에 기회를 주는 절차를 거칩니다. 주주는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해야 합니다. 회사가 이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직접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30일을 기다리다가는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기간이 지나기 전이라도 즉시 제소할 수 있습니다.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로 들어갑니다. 대신 승소한 주주는 상법 제405조에 따라 소송비용과 그 밖에 소송으로 인하여 지출한 상당한 금액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물적분할 사안이라면 분할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을 상대로, 분할 조건이나 절차의 어떤 점이 임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제소청구서에 담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제소청구서의 기재가 부실하면 절차 요건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정교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 쟁점 — 충실의무 위반만으로 곧바로 대표소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법리적 관문이 있습니다. 대표소송으로 추궁하는 것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입니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때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적분할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결정으로 회사 자체에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주장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주가 하락은 원칙적으로 주주의 손해이지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는 점이 물적분할 대표소송의 최대 난관입니다.
개정 상법 시행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제382조의3 위반을 제399조의 법령 위반으로 연결해 주장할 규범적 근거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분할 과정에서 신설회사 지분이나 핵심 영업을 특수관계인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조건으로 넘기는 등 회사 재산의 유출이 함께 있었다면 회사 손해를 구성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집니다. 반면 분할 구조 자체는 공정했고 단지 주가만 하락한 사안이라면 회사 손해의 입증이 여전히 벽으로 남습니다. 개정법 시행 초기인 만큼 이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직 축적되는 중이므로, 사안별로 어떤 손해를 어느 경로로 구성할지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대표소송의 청구원인은 회사의 손해입니다. 주가 하락이라는 주주 손해를 회사 손해로 연결할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주주가 직접 배상받으려면 — 상법 제401조와 직접손해·간접손해
회사가 아니라 주주 본인이 배상금을 받으려면 상법 제401조의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을 검토하게 됩니다.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제3자에는 주주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주주가 입은 손해의 성격을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다77743 판결은 이사의 잘못으로 회사 재산이 감소하고 그 결과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간접손해는 상법 제401조 제1항의 손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실공시를 하여 주주가 정상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했다가 진실이 공표되어 주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주주의 직접손해로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물적분할 국면에 대입하면 분할 발표로 인한 단순한 주가 하락은 간접손해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고, 분할 관련 정보가 부실하게 공시된 상태에서 주식을 취득한 경우처럼 직접손해로 구성할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대표소송 밖의 수단 — 주식매수청구권과 유지청구
소송까지 가기 전에, 상장회사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확실한 출구가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5와 같은 법 시행령 제176조의7 제1항 제2호에 따라 2022년 12월 27일부터 상장회사가 물적분할을 위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는 경우, 반대주주는 회사에 자기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 전에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가 행사할 수 있고, 매수가격은 회사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사회 결의일 이전 증권시장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그 가격에도 반대하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분할 자체를 사전에 막아보려는 경우에는 상법 제402조의 유지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여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때,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가 그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유지청구를 본안으로 한 가처분 신청과 결합해 주주총회나 분할등기 전에 다투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어느 수단이든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기한이 빠르게 돌아가므로, 공시를 확인한 즉시 일정표부터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개정 상법의 이사 충실의무 조항은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2025년 7월 2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이후 이루어지는 이사의 직무수행에는 총주주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 공평대우 의무가 적용됩니다. 다만 시행 전에 이미 완료된 의사결정에 소급하여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Q. 지분이 0.01%에 못 미치는 소액주주는 대표소송을 못 하나요?
A. 소수주주권의 지분 요건은 여러 주주가 함께 모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상장회사라면 6개월 이상 계속 보유한 주주들의 지분을 합산해 0.01% 이상이 되면 공동으로 제소청구와 대표소송이 가능합니다. 실무에서는 주주연대를 꾸려 요건을 맞추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Q. 대표소송에서 이기면 배상금은 누가 받나요?
A. 배상금은 회사에 귀속되고 주주가 직접 받지 않습니다. 회사 재산이 회복되면 그만큼 주식 가치가 회복되는 간접적 이익을 누리는 구조입니다. 승소한 주주는 상법 제405조에 따라 소송비용과 상당한 지출액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물적분할로 떨어진 주가만큼 이사에게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단순한 주가 하락은 대법원 2010다77743 판결의 법리상 간접손해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서 상법 제401조로 직접 배상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부실공시 상태에서 정상주가보다 비싸게 주식을 취득한 경우처럼 직접손해로 구성할 사정이 있다면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손해의 성격 구분이 승패를 가르므로 사실관계 정리가 먼저입니다.
Q. 물적분할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은 누구나 행사할 수 있나요?
A. 자본시장법상 특례로 도입된 제도여서 상장회사의 물적분할에 적용됩니다(2022년 12월 27일 시행). 주주총회 전에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만 행사할 수 있으므로 통지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수가격에 이견이 있으면 법원에 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제소청구를 받고 30일 안에 직접 소를 제기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회사가 스스로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 주주가 별도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가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주주가 직접 제소할 수 있고, 그 기간을 기다리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기간 도과 전이라도 즉시 제소가 가능합니다. 회사가 형식적으로만 소를 내는지 소송 수행 태도를 지켜볼 필요도 있습니다.
맺음말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에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로서는 이사 책임을 다툴 규범적 근거가 생겼지만, 대표소송으로 가려면 지분 요건(비상장 1%, 상장 6개월 0.01%)과 서면 제소청구·30일 대기 절차를 갖추고, 무엇보다 회사의 손해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가 하락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유지청구 같은 수단과의 조합이 현실적인 전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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