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원수급인이 하도급대금에서 지체상금을 떼고 지급하는 일은 건설 현장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는 원도급에서 물린 지체상금을 왜 우리에게 그대로 떠넘기느냐는 억울함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원수급인은 정말 하도급대금에서 지체상금을 마음대로 공제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상 근거와 하수급인의 귀책이라는 두 관문을 통과해야만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공제는 민사상으로도 하도급법상으로도 다툴 여지가 큽니다. 이 글은 공제가 정당한 경우와 위법한 경우를 가르는 기준을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지체상금 공제,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 통과해야 할 두 관문
공사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원수급인이 하도급대금에서 지체상금을 떼고 지급하는 일은 건설 현장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수급인이 하도급대금에서 지체상금을 공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상계’ 또는 ‘대금 감액’의 문제이지, 공사가 늦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제가 정당하려면 두 개의 관문을 함께 통과해야 합니다.
첫째, 하도급계약 자체에 지체상금 약정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완공 지연이 하수급인의 귀책사유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원수급인은 그 범위 안에서 하도급대금과 지체상금을 상계해 공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상 근거가 없거나 지연이 하수급인 탓이 아니라면, 공제는 민사상으로도 하도급법상으로도 다툴 여지가 큽니다.
지체상금 공제는 ‘약정 근거’와 ‘하수급인 귀책’이라는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정당하다. 공사가 늦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도급대금에서 마음대로 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원도급 지체상금을 하수급인에게 그대로 떠넘길 수는 없다
발주자와 원수급인 사이의 원도급계약, 그리고 원수급인과 하수급인 사이의 하도급계약은 법적으로 별개의 계약입니다. 따라서 원수급인이 발주자에게 문 지체상금을 그 액수 그대로 하수급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수급인이 부담하는 지체상금은 어디까지나 하도급계약에 정해진 약정과 하수급인이 실제로 초래한 지연 범위를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합니다.
만약 하도급계약에 지체상금 약정 자체가 없다면, 원수급인은 지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공제할 근거가 없습니다. 이때 원수급인이 지연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이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과 액수, 지연과의 인과관계를 원수급인이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약정된 지체상금은 손해 입증 없이 정해진 요율로 청구할 수 있지만, 약정이 없으면 그 편의는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원도급계약에서는 하루당 계약금액의 1000분의 1을 지체상금으로 정했더라도, 하도급계약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면 원수급인은 그 요율을 하수급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내 하도급계약서에 지체상금 조항이 실제로 있는가, 있다면 요율과 기산일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입니다.
지연의 귀책사유 — 누구 탓인지가 승부처
지체상금의 성패는 결국 ‘지연이 누구 책임이냐’에서 갈립니다. 하수급인이 약정한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했더라도, 그 지연에 하수급인의 귀책사유가 없다면 지체상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은 하수급인(수급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5. 9. 5. 선고 95다18376 판결). 즉 ‘내 탓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려면 그 근거 자료를 하수급인이 갖춰 제시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지연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선행 공정이 늦어져 후속 공종에 착수하지 못한 경우, 설계변경이나 추가 지시가 반복된 경우, 발주자나 원수급인이 자재·터파기·전력 공급 등을 제때 하지 못한 경우처럼 하수급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공사가 밀린 기간은 지체 기간에서 빼야 합니다. 같은 판결은 지체상금의 종기에 관해서도, 하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지연된 기간만큼은 지체 일수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완공이 늦었다는 결과만으로 지체상금이 확정되지 않는다. 하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지연된 기간은 공제되어야 하며, 그 근거를 남겨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공사 중 발생한 지시서, 설계변경 승인, 자재 반입 지연, 회의록, 사진과 같은 자료를 시기별로 남겨 두는 것이 결정적입니다. 이런 기록이 있어야 ‘전체 지연 60일 중 40일은 선행 공정과 설계변경 때문’이라는 식으로 지체 일수를 실질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 과다하면 감액된다
하도급계약에 지체상금 약정이 있고 하수급인의 지연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금액이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체상금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봅니다. 그리고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지’는 계약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액을 정한 동기, 채무액 대비 예정액의 비율, 예상되는 손해의 크기,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판단의 기준 시점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라는 것과, 하수급인이 감액을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실제 소송에서는 지체상금이 청구액 그대로 인정되기보다 상당 부분 조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하도급대금 대비 누적 지체상금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거나, 실제 원수급인이 입은 손해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이면 법원이 이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하수급인으로서는 지연 일수 자체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예정액의 과다를 근거로 한 감액 주장을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도급법 제11조 — 근거 없는 공제는 ‘부당감액’
민사적 관점과 별개로, 원수급인이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에 해당하면 하도급법 제11조(감액 금지)가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원사업자가 위탁 시 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다만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감액을 허용합니다. 여기서 감액은 명목이나 방법, 시점을 불문하므로, ‘지체상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감액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의 핵심은 결국 앞서 본 ‘하수급인의 귀책’입니다. 나아가 하도급법은 감액을 하려면 감액 사유와 기준, 대상 물량, 감액 금액과 방법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교부하도록 요구합니다(제11조 제3항 및 시행령). 따라서 아무 설명 없이 대금에서 일방적으로 지체상금을 떼고 지급하는 방식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 경우 — 하수급인의 명백한 귀책으로 지연이 발생했고, 계약에 지체상금 약정이 있으며, 감액 서면을 교부한 경우.
부당감액으로 문제 되는 경우 — 원도급 지체상금을 근거 자료 없이 그대로 전가하거나, 하수급인 책임이 아닌 지연분까지 포함해 일방적으로 공제한 경우.
절차 위반 — 감액 사유·기준·금액을 적은 서면 교부 없이 정산 단계에서 임의로 차감한 경우.
부당감액으로 인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감액한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의 지급명령, 재발방지명령을 내릴 수 있고, 하도급법 제25조의3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하수급인은 민사소송으로 공제된 대금을 청구하는 길과 공정위에 신고하는 길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수급인이 취해야 할 대응 순서
일방적으로 지체상금을 공제당했을 때, 하수급인은 다음 순서로 대응 근거를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서면과 자료로 쟁점을 좁히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계약서 확인 — 하도급계약에 지체상금 조항이 있는지, 요율·기산일·상한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먼저 특정한다.
지연 원인 자료 확보 — 선행 공정 지연, 설계변경, 발주자·원수급인 사정 등 하수급인 책임이 아닌 사유를 입증할 지시서·회의록·사진을 시기별로 정리한다.
공제 내역 서면 요구 — 원사업자에게 감액 사유와 기준, 금액이 기재된 서면 교부를 요구해 공제 근거를 드러나게 한다.
감액 주장 준비 — 지연 일수 다툼과 별개로, 지체상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과다하다는 감액 논거를 함께 준비한다.
구제 절차 선택 — 공제 대금 청구 소송과 공정위 신고 중 사안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병행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수급인이 원도급에서 물린 지체상금을 그대로 우리 하도급대금에서 뗐습니다. 정당한가요?
A. 원도급계약과 하도급계약은 별개이므로, 원도급 지체상금을 액수 그대로 전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수급인은 하도급계약에 정해진 지체상금 약정과 실제 자신의 귀책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집니다. 근거 없이 전가된 공제라면 반환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하도급계약서에 지체상금 조항이 없으면 공제를 못 하나요?
A. 지체상금이라는 명목으로는 공제할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원수급인이 지연으로 실제 손해를 입었다면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때는 손해의 발생과 액수, 인과관계를 원수급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약정이 없으면 손해 입증 부담은 청구하는 쪽에 있습니다.
Q. 공사가 늦은 건 맞는데, 선행 공정 지연 때문이었습니다. 지체상금을 줄일 수 있나요?
A. 하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지연된 기간은 지체 일수에서 공제되어야 합니다. 다만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은 하수급인이 스스로 증명해야 하므로(대법원 95다18376), 선행 공정 지연·설계변경 등을 입증할 자료를 시기별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Q. 지체상금이 하도급대금에 비해 지나치게 큽니다. 다툴 방법이 있나요?
A.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므로, 부당히 과다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하수급인이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으나, 실무상 예정액이 과다하다는 근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서면 설명 없이 정산 때 지체상금이 차감돼 있었습니다. 문제가 되나요?
A.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감액하려면 사유·기준·금액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그런 서면 없이 임의로 차감했다면 하도급법 제11조의 감액 절차 위반이 문제 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입증까지 없다면 부당감액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민사소송과 공정위 신고 중 무엇을 택해야 하나요?
A. 두 절차는 목적이 다릅니다. 공제된 대금 자체를 돌려받으려면 민사소송이 직접적이고, 부당감액이라는 법 위반을 시정하고 지급명령·과징금을 이끌어 내려면 공정위 신고가 유효합니다. 사안에 따라 병행할 수도 있으므로, 확보된 자료와 목표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정리하면, 원수급인이 하도급대금에서 지체상금을 공제하려면 하도급계약상 지체상금 약정과 하수급인의 귀책이라는 두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원도급에서 문 지체상금을 근거 없이 그대로 전가하거나, 하수급인 책임이 아닌 지연분까지 일방적으로 차감하는 것은 민사상 다툴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도급법상 부당감액으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 방어의 핵심은 결국 ‘기록’입니다. 계약서의 지체상금 조항, 지연 원인을 보여 주는 지시서와 회의록, 공제 내역 서면을 확보해 두면, 지체 일수 자체를 줄이는 다툼과 예정액 감액 주장을 함께 펼칠 수 있습니다.
건설 하도급대금 정산과 지체상금 공제 분쟁은 계약 조항 해석과 지연 원인 입증이 얽혀 초기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하도급대금 공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계약서와 현장 자료를 바탕으로 대응 순서를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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