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제하면 위약금·손해배상은 — 청구권이 사라지는 경우와 특약
합의해제하면 위약금·손해배상은 — 청구권이 사라지는 경우와 특약
법률가이드
계약일반/매매손해배상

합의해제하면 위약금·손해배상은 — 청구권이 사라지는 경우와 특약 

강대현 변호사

계약이 틀어져 상대방과 '없던 일로 하자'며 합의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하면, 합의로 계약을 풀었다는 이유로 청구가 막히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합의해제는 일방적 법정해제와 달리 그 효과가 당사자의 합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합의해제를 하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왜 원칙적으로 사라지는지, 원 계약의 위약금 조항은 적용되는지, 그리고 어떤 특약을 남겨야 배상받을 수 있는지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짚어 드립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합의해제란 무엇인가 — 법정해제와 구별되는 '새로운 계약'

합의해제는 계약 당사자 쌍방이 이미 맺은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다시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쪽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푸는 법정해제와는 출발점이 전혀 다릅니다. 법정해제가 '해제권 행사'라는 일방적 의사표시인 반면, 합의해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계약(해제계약)입니다.

이 구별이 실무에서 결정적인 이유는, 합의해제의 효력이 민법의 해제 규정이 아니라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즉 위약금을 받을 수 있는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받은 돈에 이자를 붙여 돌려받는지가 모두 '합의서에 무엇을 담았는가'로 갈립니다. 많은 분들이 "계약이 깨졌으니 당연히 위약금을 받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합의로 푼 순간 그 전제가 흔들립니다.

합의해제는 새로운 계약이므로, 그 효과는 민법 규정이 아니라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왜 손해배상청구권이 원칙적으로 사라지나 — 합의해제의 소급효

민법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만 보면 해제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은 그대로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계약이 깨졌으니, 그 손해는 별도로 물릴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합의해제는 사정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계약이 합의에 따라 해제되거나 해지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하기로 특약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89. 4. 25. 선고 86다카1147, 1148 판결). 쌍방이 합의로 계약을 없던 일로 돌리기로 한 이상,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리 대상에 들어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수인이 잔금을 미루자 매도인이 화가 나 "그냥 없던 걸로 하자"며 서로 계약을 접었다고 해봅시다. 이때 매도인이 나중에 "네가 잔금을 안 냈으니 그 사이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하면, 특약이나 유보가 없는 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합의해제로 계약을 청산하기로 한 순간, 그 손해배상까지 함께 정리된 것으로 해석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원 계약의 위약금 조항은 합의해제에 그대로 적용될까

부동산 매매나 분양 계약에는 대부분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약을 합의로 해제할 때 이 위약금 조항을 근거로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원래의 계약에 있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에 관한 약정은, 그것이 계약 내용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 등에 비추어 합의해제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의해제의 경우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17다220416 판결). 위약금 조항은 '계약을 위반한 경우'를 겨냥한 것인데, 합의해제는 위반이 아니라 쌍방의 합의로 계약을 소멸시키는 것이어서 적용 국면이 다르다는 취지입니다.

같은 판결은 합의해제에 소급효가 인정되어 계약이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되돌아가는 경우, 그 위약금 약정도 소급하여 효력을 잃으므로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반대로 합의의 내용상 계약을 장래를 향해서만 소멸시키기로 하고 위약금 약정을 존속시키기로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 위약금을 청구할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관건은 합의서에서 위약금 조항의 운명을 어떻게 정했는가입니다.

그래도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 특약과 '유보'의 의사표시

합의해제를 하면서도 손해나 비용을 배상받고 싶다면, 방법은 명확합니다. 합의 시점에 손해배상에 관한 특약을 두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한다는 의사를 남기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예외로 인정하는 '다른 사정'이 바로 이것입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합의서에 명시적으로 적는 것입니다. 예컨대 "본 합의해제에도 불구하고 갑은 을에게 이미 발생한 손해 O원을 O일까지 배상한다" 또는 "본 계약 해제와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권은 유보한다"는 식의 문구를 넣습니다. 이런 조항이 있으면 합의해제 이후에도 그 범위에서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 특약 — 배상 대상·금액·이행기를 합의서에 직접 명시하면 다툼의 여지가 가장 적습니다.

  • 청구권 유보 문구 —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면 "손해배상청구권은 유보한다"고 남겨 두어 이후 별도로 다툴 근거를 확보합니다.

  • 위약금 조항 존속 합의 — 원 계약의 위약금을 그대로 살리려면 "제O조 위약금 조항은 본 합의에도 불구하고 존속한다"고 못박아야 합니다.

  • 정산 내역 첨부 — 이미 지출한 비용·중도금 등 청산 항목을 합의서에 정리해 두면 유보 의사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묵시적 유보는 언제 인정되나 — 해석으로 메우기의 한계

합의서에 명시하지 못했더라도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에 관한 특약이나 유보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될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 성립을 인정하려면 해석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2017다220416 판결).

즉 합의해제 당시 이미 발생한 비용이나 손해의 전보와 관련하여 당사자 사이에 청구나 협의가 오갔다든지, 원래 계약의 청산에 수반되는 내용의 합의가 존재하는 등 사정이 있으면 묵시적 유보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언급 없이 "서로 없던 걸로 하자"고 정리했다면 유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손해배상 특약이나 유보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계약서가 아닌 대화·문자·협의 정황만으로 묵시적 유보를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입증 부담을 지게 되므로, 애초에 합의서에 명시해 두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원상회복과 이자 — 민법 제548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

계약이 풀리면 받은 것을 돌려주는 원상회복이 뒤따릅니다. 법정해제라면 민법 제548조 제2항에 따라 반환할 금전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가산해야 합니다. 계약금·중도금을 오래 쥐고 있었다면 그 기간만큼 법정이자가 붙는 것입니다.

그러나 합의해제에는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합의해제의 효력은 그 합의의 내용에 따라 결정되고 여기에는 민법 제548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이자에 관한 약정이 없는 이상 받은 날부터의 이자를 가산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따라서 합의로 계약금을 돌려받으면서 이자까지 원한다면, 그 역시 합의서에 "반환금에 연 O%의 이자를 가산한다"고 명시해 두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합의해제에서는 손해배상, 위약금, 이자라는 세 가지가 모두 당사자가 합의로 살려 두지 않으면 기본값으로 사라지는 구조입니다. 이 점을 모르고 구두로 "나중에 손해는 청구할게"라고만 해 두면, 막상 소송에서 근거를 대기 어려워집니다.

합의서를 작성할 때 챙겨야 할 것

합의해제는 분쟁을 빨리 끝내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문서를 허술하게 쓰면 정작 받아야 할 돈을 못 받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계약을 합의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래 항목을 합의서에 반영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 손해배상·위약금의 처리 — 청구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금액과 이행기를 명확히 적습니다.

  • 반환금과 이자 — 돌려받을 금액, 반환 시기, 이자 가산 여부를 특정합니다.

  • 기존 담보·가등기 정리 — 근저당·가등기 등이 있으면 말소 시기와 비용 부담을 함께 정합니다.

  • 부제소·청구권 포기 범위 — "이로써 상호 간 일체의 채권채무 관계를 종결한다"는 문구의 범위를 신중히 확인합니다. 포괄적 포기 문구는 유보하려던 손해배상까지 함께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합의서 문구 하나가 손해배상·위약금·이자의 청구 가능 여부를 통째로 좌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 잘못으로 계약이 깨졌는데 합의해제하면 손해배상을 못 받나요?

A. 원칙적으로는 받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었더라도 합의로 계약을 소멸시키면, 손해배상 특약이나 청구권 유보 같은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89. 4. 25. 선고 86다카1147, 1148 판결). 손해를 물리려면 합의 시점에 반드시 특약이나 유보를 남겨야 합니다.

Q. 원래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합의해제 때도 적용되지 않나요?

A.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원 계약의 위약금 약정은 합의해제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합의해제에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17다220416 판결). 위약금을 살리고 싶다면 합의서에 "위약금 조항은 존속한다"고 명시해야 합니다.

Q. 합의서에 손해배상 얘기를 못 적었는데 방법이 없나요?

A. 묵시적 유보가 인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손해배상 유보의 의사는 명시적일 필요 없이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합의 당시 손해·비용 전보에 관한 협의가 오갔다는 등 해석상 요건이 필요합니다. 다만 그 사실은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므로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문자·협의 내역 등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검토받으시길 권합니다.

Q. 합의로 계약금을 돌려받는데 그동안의 이자도 받을 수 있나요?

A. 이자 약정이 없으면 받기 어렵습니다. 받은 날부터 이자를 가산하는 민법 제548조 제2항은 법정해제에 적용되는 규정이고, 합의해제에는 당사자 사이에 이자 약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자까지 원한다면 합의서에 이자 가산 조항을 넣어 두어야 합니다.

Q. "상호 일체의 채권채무를 종결한다"는 문구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문구가 포괄적 포기로 해석되면, 따로 유보하지 않은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소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손해배상을 남겨 두고 싶다면 그 예외를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이런 청산 문구는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서명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합의해제와 계약금 해제(해약금)는 다른 건가요?

A. 다릅니다. 계약금 해제는 민법 제565조에 따라 이행 착수 전에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배액을 상환하고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것입니다. 반면 합의해제는 쌍방이 새로 합의해 계약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위약금·손해배상·이자의 처리가 전적으로 합의 내용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구조가 다릅니다.

맺음말

합의해제의 핵심은 "합의로 살려 두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특약이나 유보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소멸하고, 원 계약의 위약금 조항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않으며, 반환금의 이자도 약정이 없으면 붙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이 분명하더라도, 합의서에 한 줄을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이를 근거로 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합의해제는 '빨리 끝내는 것'만큼이나 '무엇을 남길지'가 중요합니다. 손해배상·위약금·이자·담보 정리·포기 범위를 합의서에 어떻게 담느냐가 실제 회수 가능 금액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구두로만 정리했거나 문구가 애매한 상태라면, 서명 전에 그 효과를 한 번 짚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매매·분양 계약의 합의해제나 그에 따른 위약금·손해배상 문제로 고민이시라면,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하는 단계에서 미리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3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