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상담사 구두 약속, 계약서에 없다면 — 설명의무 위반 입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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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상담사 구두 약속, 계약서에 없다면 — 설명의무 위반 입증법 

강대현 변호사

모델하우스에서 상담사가 건넨 한마디를 믿고 계약했는데, 정작 계약서에는 그 약속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은 들었지만 서류에 없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막막하실 겁니다. 이 글에서는 구두 약속이 언제 계약 내용으로 인정되는지, 설명하지 않은 것 자체가 위법이 되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리고 계약서에 없는 약속을 실제로 어떻게 입증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분양 상담사의 구두 약속 — 원칙은 ‘청약의 유인’

모델하우스에서 상담사가 “여기 앞에 지하철역이 들어온다”거나 “확정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말해 계약했는데, 막상 계약서에는 그런 내용이 한 줄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분양광고와 구두 설명의 법적 성질입니다.

대법원은 상가나 아파트의 분양광고 및 그 무렵 상담 과정에서 이루어진 설명은 원칙적으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청약의 유인이란 상대방으로 하여금 청약을 하도록 꾀는 행위일 뿐, 그 자체가 곧바로 계약의 내용이 되는 확정적 의사표시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상담사의 말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장 “그 약속을 지켜라”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다만 이 원칙이 “구두 약속은 전부 무의미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어떤 약속이냐, 무엇에 관한 내용이냐에 따라 계약의 일부로 인정되기도 하고, 설명하지 않은 것 자체가 위법이 되기도 합니다. 아래에서 그 갈림길을 하나씩 짚겠습니다.

구두 약속의 원칙적 성질은 청약의 유인이지만, 내용에 따라 계약 편입 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는 구두 약속 — 대법원 2005다5812

선분양·후시공 방식으로 분양되는 아파트에서는 계약 당시 실물이 없어 광고와 상담사의 설명이 사실상 유일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은 이 점을 고려해, 분양계약서에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광고나 설명 중 수분양자가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 거래조건에 관한 사항은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온천, 거실 원목마루, 유실수 단지, 테마공원 등 아파트의 외형·재질에 관한 광고 항목과 콘도회원권 제공 광고를 각각 계약 내용으로 인정했습니다. 상담사가 “마루는 원목으로 깔린다”고 설명한 것처럼, 목적물 자체의 외형과 재질에 관한 구체적·확정적 약속은 계약서에 없더라도 이행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주변이 곧 크게 개발된다” “몇 년 뒤 시세가 오른다”처럼 목적물 밖의 사정이나 장래의 전망에 관한 이야기는, 구체성과 확정성이 떨어져 청약의 유인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상담사가 “앞 동에는 조경수를 심어 공원처럼 꾸민다”고 도면까지 보여줬다면 편입 가능성이 높지만, 단순히 “여기 전망 좋아질 겁니다” 정도의 말은 편입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결국 약속이 목적물의 구체적 조건에 관한 것인지, 얼마나 확정적으로 표현되었는지가 관건입니다.

설명하지 않은 것도 위법 — 신의칙상 고지의무(2009다86000)

구두 약속을 “지켰느냐”와는 별개로, 알려야 할 것을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되는 국면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6000 판결은, 아파트 단지 인근에 쓰레기 매립장이 건설될 예정이라는 사정을 분양자가 알면서도 수분양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사안에서, 분양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어떤 사정을 고지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분양자는 신의칙상 그 사정을 미리 알릴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기면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담사가 인근 혐오시설이나 조망을 가리는 건축 계획을 알면서 침묵했다면, “묻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다”는 변명만으로는 책임을 벗기 어렵습니다.

실무상 특히 중요한 대목은 구제수단의 선택지입니다. 위 판결은 수분양자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대금 반환을 구할 수도 있지만, 계약을 취소하지 않고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미 입주해 살고 있거나 계약을 유지하고 싶은 경우, 계약은 그대로 두고 가치 하락분 등 손해만 배상받는 길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 — 사업자의 무과실책임

구두 설명이 광고 문구나 안내자료와 맞물려 있다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도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같은 법 제3조 제1항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기만적 표시·광고를 금지합니다.

나아가 제10조 제1항은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에게 사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제10조 제2항은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들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즉 소비자가 사업자의 고의·과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무과실책임에 가깝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 증명 대상의 축소 — 광고가 부당하다는 점과 손해 발생, 그 사이의 인과관계만 다투면 되고 사업자의 주관적 잘못은 별도로 입증하지 않아도 됩니다.

  • 인과관계의 완화 — 판례는 부당광고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고, 해당 소비자를 기준으로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된다고 봅니다.

  • 구두 설명의 연결 — 상담사의 말이 브로슈어·안내판·홈페이지 등 ‘광고’의 내용을 되풀이한 것이라면, 그 광고 자체의 부당성을 문제 삼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없는 약속을 어떻게 입증하나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은 증거입니다. 서명한 계약서 같은 처분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강한 증명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을 주장하는 쪽이 그 존재를 적극적으로 증명할 부담을 집니다.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 단계에서부터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담사와 나눈 카카오톡·문자, 통화 녹음, 상담 현장의 녹취, 브로슈어·전단·안내 배너 사진, 모델하우스 게시자료, 계약 직후 “오늘 말씀하신 역세권·확정수익 부분 확인차 정리한다”는 취지로 보낸 문자에 상대가 수긍한 답장 등이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 문자·카카오톡 원본 — 캡처보다 대화 내보내기 파일을 함께 보관하면 위변조 다툼에서 유리합니다.

  • 광고물 실물·사진 — 브로슈어, 현수막, 홈페이지 화면은 촬영일·출처가 남도록 확보합니다.

  • 녹취·녹음 — 본인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녹음은 증거로 쓸 수 있으며, 날짜와 상대방 특정이 되도록 정리합니다.

  • 동석자 진술 — 함께 상담을 들은 배우자·지인의 증언도 보강 증거가 됩니다.

이행 청구, 취소, 손해배상 — 무엇을 구할지 정하기

같은 사실관계라도 무엇을 청구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집니다. 구두 약속이 목적물의 구체적 조건에 관한 것이어서 계약에 편입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면, 우선 약정 내용의 이행이나 그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방향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편입까지는 어렵더라도 알려야 할 사정을 숨긴 것이라면, 앞서 본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을 근거로 계약을 유지한 채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속아서 계약했다는 점이 뚜렷하다면 민법 제110조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를 함께 검토할 수 있으나, 취소는 원상회복을 전제로 하므로 이미 입주해 계약 유지를 원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을 깨고 나올 것인가, 살면서 손해만 받을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청구 형태와 증거를 짜는 것이 실무의 핵심입니다. 청구 방향에 따라 필요한 증명의 초점과 소멸시효 기산점도 달라지므로, 초기 단계에서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담사가 말로 약속한 것만 있고 계약서엔 없는데, 아예 방법이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약속이 목적물의 외형·재질 등 구체적 조건에 관한 것이라면 대법원 2005다5812 판결의 법리에 따라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고, 알려야 할 사정을 숨긴 것이라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그 약속의 내용과 이를 뒷받침할 증거입니다.

Q. 계약서에 ‘구두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조항이 있으면 끝인가요?

A. 그런 완결조항이 있으면 구두 약속의 편입을 주장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조항이 있다고 해서 표시광고법상 부당광고 책임이나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까지 전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항의 구체적 문언과 사안을 함께 따져 보아야 합니다.

Q. 녹음을 상대방 몰래 했는데 증거로 쓸 수 있나요?

A. 본인이 대화의 당사자로 참여한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금지되는 ‘타인 간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제3자가 대화에 끼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경우는 문제될 수 있으므로, 본인이 참여한 대화인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손해액을 어떻게 정하나요?

A. 고지의무 위반 사안에서 판례는 그 사정을 반영한 가치 하락분 상당을 손해로 본 예가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감정 등을 통해 ‘약속대로였을 때의 가치’와 ‘현재 가치’의 차액을 산정하는 방식이 자주 쓰이며, 사안에 따라 산정 기준이 달라집니다.

Q. 계약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지금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청구 형태에 따라 기산점과 기간이 다릅니다. 사기 취소권에는 별도의 제척기간이 있고, 손해배상 청구권에도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기산점 판단이 쟁점이 될 수 있으므로, 시기가 애매하다면 서둘러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분양 상담사의 구두 약속은 원칙적으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지만, 목적물의 구체적 조건에 관한 것이라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될 수 있고, 알려야 할 사정을 숨긴 것이라면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이나 표시광고법상 부당광고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없으니 끝”이라고 지레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승패는 결국 증거에서 갈립니다. 상담 단계의 문자·녹취·광고물처럼 약속의 존재를 뒷받침할 자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그리고 이행 청구·취소·손해배상 중 무엇을 구할지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수원·경기남부에서 분양 상담 내용과 계약서가 달라 고민이시라면, 초기에 증거와 청구 방향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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