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인 징계 관련 법원의 최근 경향 살펴보니
"향후 사실관계의 구체적 재구성 등 중요할 것으로 보여"
1. 들어가며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이 2017년 전면 개정되면서 외부감사인에 대한 제재 체계가 대폭 강화되었다. 과거에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결과 조치가 중조치 외에도 경고·주의 수준의 조치도 많았으나, 개정법 시행 이후 과징금 부과, 직무정지건의, 검찰 고발·통보 등 중대한 제재가 빈번해지고, 이에 대한 행정소송도 증가 추세에 있다. 관련 판례의 비교적 최신 흐름과 실무상 쟁점을 정리해 본다.
2. 외부감사인 징계의 법적 근거와 유형
외부감사인에 대한 제재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외부감사법 제29조에 따라 직접 조치하는 경우로, 감사업무 제한,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시정권고, 경고·주의, 지정제외점수 부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금융위원회가 위 증선위의 건의 등에 따라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등록취소, 업무정지, 직무정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이다.
3. 행정소송에서의 주요 쟁점 유형별 최근 판례의 동향
처분성 등 소송요건: 시정권고·지정제외점수 등 중간적 부수적 성격의 조치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업무정지 기간 경과 후에도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 등이 문제 된다.
*항고소송: 행정청의 처분 등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제기하는 소송(「행정소송법」 제3조제1호).
판례는 지정제외점수에 대하여는 오래전부터 처분성을 인정하여 본안 판단을 하여 왔고(서울행정법원 2023. 1. 19. 선고 2021구합74167 판결 등), 최근에는 회계법인에 대한 품질관리 감리결과 부과된 시정권고의 처분성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24. 8. 22. 선고 2023구합73625 판결, 다만 본안 결과는 원고 패소).
한편 업무정지처럼 효력기간이 있는 제재처분은, 그 기간이 경과하면 처분 효력이 소멸하여 원칙적으로 취소의 이익이 부정됨이 원칙이고 행정소송법은 처분 효과 소멸 후에도 '취소로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누74473 판결(대우조선해양 감사 관련)은, 업무정지기간 경과 후에는 반복 위험의 현실성, 가중제재 구조의 작동 여부, 명예·신용 훼손의 직접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으나, 동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소의 이익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0450 판결).
주의의무 위반 여부(본안): 본안에서의 승소 여부는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였는지가 핵심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감사인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핵심은 재무제표의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계획·수행해야 한다는 점에 있고(회계감사기준서 200 문단 15), 감사의 목적은 감사인은 감사의견 형성의 기초가 될 합리적인 감사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여야 한다(회계감사기준서 200 문단 17)."고 판시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23. 8. 17. 선고 2023구합54907 판결(원고 승소), 서울고등법원 2025. 1. 22. 선고 2023누58161 판결(원고 패소), 서울행정법원 2023. 12. 22. 선고 2020구합62846 판결(원고 패소) 등]
의심스러운 사정 등의 유무에 따른 감사절차 강도의 구분: 민사 소송에서 대법원은, "의심스러운 사정 또는 오류 개입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감사절차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감사 수행 중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사정이 발견된 경우 경영자 진술 등을 신중한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되며, 둘째, 업종 특성·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는 경우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한 감사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하여 감사인의 주의의무를 '통상적 감사절차'와 '강화된 감사절차'로 구분하였다(2022. 7. 28. 선고 2019다202146 판결).
서울행정법원 또한 위 대법원 판결 취지와 동일한 관점에서 "외주업체에 대한 노무비 단가의 급격한 인상이 공사비 과다지급을 시사하는 '의심스러운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일반적인 수준을 넘는 추가 감사절차'를 수행하여야 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점을 과실로 인정하였다(2023. 8. 11. 선고 2021구합57506 판결, 원고 패소).
과실의 정도(고의·중과실·과실): 통상 절차의 명백한 누락, 판단 내용의 합리성 현저 결여, 중요성 기준 초과 등이 구체적 판단요소로 기능한다.
전반적으로 법원은 감리결과조치 관련 감사상 중과실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감사인이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처분사유가 감리결과조치 양정기준상 중과실에 해당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구분하여 중과실의 본래 개념적인 요건과 양정기준상 예시 요건 해당 여부 등을 두루 심사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등법원 2015. 4. 23. 선고 2014누61950 판결, 원고 승소로 2년 직무정치처분 취소).
서울행정법원 2023. 8. 17. 선고 2023구합54907 판결에서도 법원은, 감사인이 이용 가능한 외부기관을 통해 채무자의 신용위험 및 재무상태를 확인하였고, 피감사회사의 실질적 지배자가 횡령 의도를 가지고 회계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사안에서, '강제조사권한이 없는 원고에게 이를 밝혀낼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과실을 부정하고 과실에 그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 사안에서 법원은 중과실과 과실을 구별하는 실질적 기준으로 '감사인이 당시 취할 수 있었던 합리적 조치의 범위'를 중시하였다(다만 이 판결은 서울고등법원 2025. 1. 22. 선고 2023누58161 판결에서 중과실이 인정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이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서울행정법원(2022구합68558)에서도 "종속회사(H·I) 투자주식에 대해 손상징후가 뚜렷한데도 손상검토·손상차손 인식 필요성을 부정하고 '적정' 의견을 낸 것이 중과실인지 여부에 대하여, 매출 저조·누적적자·대규모 광고비 지출에도 실적 악화·목표매출 대폭 미달 등으로 손상징후가 강하고, 외부 평가에서도 사용가치가 장부가(95억)보다 낮게 산정된 점, 양정기준상 중과실 사유인 '위반금액이 중요성 기준금액의 약 10.69배(4배 초과)'로서 회계정보 이용자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회계법인의 감사판단이 회계처리기준·회계감사기준에 비추어 합리성을 현저히 결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중대한 과실(중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한바 있다(원고 패소).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2023. 5. 12. 선고 2022누36119 판결에서 약 100억 원 상당의 허위매출을 밝혀내지 못하고 적정의견을 표명한 회계법인 및 공인회계사에 대하여 "매출 또는 매출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그 채권의 회수가능성 검토에 노력한 것만으로는 회계감사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한 중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원고 패소), 서울고등법원 2025. 1. 22. 선고 2023누58161 판결에서는 회사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펀드에 대해 편입자산 내역을 확인하지 않고 조회서 회신금액에만 의존한 점을 들어 기본 절차 누락에 따른 중과실을 인정하고 1심 판결을 취소하였고 이는 대법원에서도 확정되었다(원고 패소).
'감사의 한계' 항변: 감사인에게는 강제조사권이 없다는 점에서 사후적으로 밝혀진 부정·위조를 감사 당시 적발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서울행정법원은 감사인의 주의의무 핵심을 '전문가적 의구심' 하에 충분·적합한 감사증거 확보로 정리하면서도, 감사는 강제수사권이 없고 회사 자료를 일응 신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사후적으로 부정이 드러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주의의무 위반이 된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전제로 판단하였으며(서울행정법원 2021구합74167, 원고 승소)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3두54037).
4. 결어
외부감사인 징계사건에 대한 최근 법원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처분성·소의 이익 등에 대하여는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다. 본안 관련하여는 감사기준상 전문가적 의구심과 충분·적합한 감사증거 확보 여부를 중심으로, 당시 감사인이 처한 구체적 사정을 세밀하게 심사하면서, 의심스러운 사정이 존재한 경우에는 강화된 감사절차를 요구하지만 감사의 한계와 강제조사권 부재 역시 함께 고려해 책임 범위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외부감사인 징계 관련 소송에서는 사실관계의 구체적 재구성과 감사절차의 합리성에 대한 입체적 주장, 입증이 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사인이 감사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 설명자료 및 관련 주장 상호 간에 논리적 모순이나 비합리적인 정황이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의심스러운 사정 내지 특이 사정 등이 존재하는 경우 통상적인 감사절차에 머물러서는 아니되고 강화된 추가적 감사절차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충훈 변호사(법무법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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