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함께 살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은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낯선 현실과 마주합니다. 상속인 명단에 이름이 없고, 고인의 가족은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니 받을 게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사실혼 배우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과 유족연금은 전혀 다른 제도이며, 상속권이 없어도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제도가 왜 갈리는지, 그리고 사실혼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사실혼 배우자는 왜 상속을 못 받나 — 법률혼주의의 벽
우리 민법은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 즉 법률혼 배우자만을 상속인으로 인정합니다. 배우자의 상속 순위를 정한 민법 제1003조의 "배우자"에는 함께 살았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해석입니다. 이 때문에 수십 년을 부부로 살았어도, 혼인신고가 없으면 고인의 재산은 자녀나 부모 등 법정상속인에게 돌아가고 사실혼 배우자의 몫은 남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3월 28일 2019헌가31 결정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상속은 다른 상속인이나 채권자 같은 제3자의 법률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누가 상속인인지를 혼인신고라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가릴 필요가 있고,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하면 언제든 상속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같은 결정에서 사실혼 관계가 한쪽의 사망으로 끝난 경우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각하되었습니다. 즉 살아 있는 동안 헤어진 사실혼과 달리, 사망으로 해소된 사실혼에서는 남은 배우자가 재산분할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뜻입니다. 상속의 영역만 놓고 보면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사실상 자리가 없는 셈입니다.
상속은 혼인신고라는 형식으로 판가름되는 영역이어서,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속과 유족연금은 다른 제도다 — 유족연금이 열리는 이유
많은 분들이 "상속을 못 받으니 연금도 당연히 못 받는다"고 지레짐작하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유족연금은 고인의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이 아니라, 고인에게 생계를 기대어 살던 유족의 생활을 사회보장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대상과 목적이 다르니 판단 기준도 달라집니다.
실제로 국민연금법 제3조 제2항은 이 법에서 말하는 "배우자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상속을 규율하는 민법과 정반대로, 연금 제도는 혼인신고 여부보다 실제로 부부로서 함께 살며 서로 부양했는지를 중시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동거·부양·협조라는 혼인의 실체가 있었다면, 남은 배우자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제도의 취지상 사실혼 배우자도 보호 대상에 넣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5년을 함께 살며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해 온 부부에게서 한쪽이 사망했다면, 혼인신고가 없더라도 남은 배우자는 상속인은 아니지만 유족연금의 유족은 될 수 있습니다. 상속이라는 창은 닫혀 있어도 유족연금이라는 다른 창은 열려 있는 것입니다.
유족연금은 상속과 목적이 다른 사회보장 급여이므로, 상속권이 없는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문이 열려 있습니다.
국민연금 유족연금 — 사실혼 배우자가 1순위가 되는 조건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은 정해진 유족 순위 중 가장 앞선 사람에게 지급되는데, 배우자가 그 1순위입니다. 앞서 본 대로 여기서 배우자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므로,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고인의 자녀나 부모보다 앞서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래 요건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유족의 순위: 배우자 → 자녀 → 부모 → 손자녀 → 조부모 순이며, 사실혼 배우자도 "배우자"로서 최우선 순위에 섭니다.
생계유지 요건: 고인이 사망할 당시 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관계여야 합니다. 같은 가구에서 생활비를 함께 써 온 정황이 중요합니다.
지급 사유: 고인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였거나, 일정 기간 이상 보험료를 낸 가입자였던 경우 등 법이 정한 사망 요건에 해당해야 합니다.
지급률: 고인의 가입기간에 따라 가입기간 10년 미만은 기본연금액의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50%, 20년 이상은 60%가 지급됩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라면 "내가 유족 1순위인가", "고인이 지급 요건을 채웠는가", "생계를 함께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가"를 순서대로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가운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사실혼 관계 자체의 입증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국민연금 유족연금에서 자녀·부모보다 앞선 1순위 유족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혼 입증이 관건 — 공단 사실조사부터 법원 판결까지
혼인신고라는 서류가 없는 사실혼은,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남은 사람이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는 보통 두 단계로 흘러갑니다. 먼저 국민연금공단이 주민등록 내용과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혼 여부를 조사하고, 이 단계에서 관계가 인정되면 소송 없이도 유족연금이 지급됩니다.
그러나 고인의 다른 가족이 사실혼 자체를 다투거나 공단이 인정하지 않으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이미 사망한 뒤이므로 검사를 상대로 과거의 사실상 혼인관계 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게 되는데, 이때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이내에 소를 내야 한다는 제소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유족급여 분쟁을 한 번에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점은 대법원 94므1447 판결, 95므694 판결 등에서 확립되었습니다. 입증에 쓰이는 자료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같은 주소로 함께 등재되어 있던 기간
부부로 함께 찍은 사진, 경조사 참석, 청첩장·부고 등 주변이 두 사람을 부부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정황
생활비·병원비·주거비를 함께 부담한 계좌 이체 내역과 금융 자료
양가 가족·이웃·지인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인우보증서)
보험·의료기관 서류 등에 상대를 배우자로 기재한 기록
사실혼은 "주장"이 아니라 "입증"으로 인정됩니다. 관계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미리 모아 두어야 합니다.
고인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었다면 — 중혼적 사실혼
사실혼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청구할 때 가장 까다로운 상황은, 고인에게 이혼하지 않은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법률혼과 사실혼이 겹치는 관계를 중혼적 사실혼이라 부르는데, 원칙적으로는 보호되지 않습니다. 연금법이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는 취지는 혼인신고만 없을 뿐 혼인의 실체를 갖춘 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이미 존재하는 법률혼과 경합하는 또 다른 동거관계까지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법률혼이 이름만 남아 있을 뿐 오랜 별거와 왕래 단절 등으로 사실상 이혼 상태나 다름없어, 실질적으로는 혼인관계가 해소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사실혼 배우자가 유족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명시적인 이혼 합의가 없더라도 별거 기간, 별거에 이른 경위,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 등을 종합해 이혼 의사의 묵시적 합치가 있었는지를 세밀하게 따지는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법률상 배우자와 20년 넘게 따로 살며 서로 연락도 부양도 없었던 반면, 사실혼 배우자와는 그 기간 내내 부부로 생활했다면, 중혼적 사실혼이라도 예외적으로 보호될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이 경우의 관건은 "법률혼이 형식만 남은 껍데기였다"는 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받게 된 뒤에도 유의할 점 — 지급정지·재혼·청구기한
사실혼이 인정되어 유족연금을 받게 되었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배우자가 받는 국민연금 유족연금은 수급권이 생긴 때부터 3년간 지급된 뒤, 수급자가 55세가 될 때까지 지급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 25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자녀의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 본인이 장애 상태인 경우 등에는 정지 없이 계속 받습니다.
또한 유족연금을 받던 사람이 재혼하면 수급권을 잃습니다. 여기서 재혼에는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뿐 아니라 새로운 사실혼도 포함되므로, 사실상 부부로 새 생활을 시작하면 연금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편 유족연금 청구권은 수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5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로 소멸할 수 있으니, 입증 자료를 준비하되 청구를 지나치게 미루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국민연금만이 아니다 — 산재·공무원연금·주택 임차권까지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국민연금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법령이 유족의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어, 고인의 상황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급여가 달라집니다. 상속만 바라보고 포기하기 전에, 아래 제도들을 함께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고인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면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으로서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 유족연금: 이들 법령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배우자를 유족에 포함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임차권 승계: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하면 사실혼 배우자가 보증금 반환채권과 임차권을 승계하고, 상속인이 있어도 함께 살지 않았다면 2촌 이내 친족과 공동으로 승계합니다.
그 밖의 배우자 지위: 근로기준법상 유족보상 등에서도 사실혼 배우자를 배우자로 보는 경우가 있어, 개별 제도의 요건을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상속이라는 하나의 문이 닫혔다고 해서 모든 문이 닫힌 것은 아닙니다. 제도마다 요건과 입증 방법이 다르므로, 고인의 직업과 사망 경위, 남긴 재산과 주거 형태를 종합해 어떤 제도로 접근할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혼인신고만 안 했을 뿐 20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상속은 전혀 못 받나요?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민법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혼 배우자만 상속인으로 보고, 헌법재판소도 2024년 이를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상속과 별개로 유족연금이나 주택 임차권 승계 등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인정될 수 있으니 제도별로 나누어 따져 보아야 합니다.
Q.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연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소송을 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사실조사만으로 관계가 인정되면 소송 없이 지급되기도 합니다. 다만 고인의 다른 가족이 다투거나 공단이 인정하지 않으면, 검사를 상대로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판결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Q. 유족연금은 얼마나, 언제까지 받나요?
A. 국민연금 유족연금은 고인의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의 40%에서 60% 수준입니다. 배우자는 수급권 발생 후 3년간 받은 뒤 55세가 될 때까지 지급이 정지될 수 있으나,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거나 어린 자녀를 부양하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정지 없이 계속 받습니다.
Q. 고인에게 이혼하지 않은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으면 저는 못 받나요?
A. 원칙적으로 법률혼과 겹치는 사실혼은 보호되지 않습니다. 다만 법률혼이 이름만 남고 오랜 별거 등으로 사실상 이혼 상태였다면, 예외적으로 사실혼 배우자가 유족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별거의 경위와 기간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Q. 청구하지 않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 지금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유족연금 청구권은 수급 사유가 생긴 때부터 5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소멸시효로 받지 못할 수 있으니, 사실혼 입증 자료를 모으면서도 신청을 지나치게 미루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유족연금을 받다가 새로운 사람과 재혼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재혼하면 유족연금 수급권을 잃습니다. 이때 재혼에는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뿐 아니라 새로운 사실혼도 포함되므로, 사실상 부부로 새 생활을 시작하면 수급권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맺음말
사실혼 배우자를 떠나보낸 뒤 "상속인이 아니니 받을 게 없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 말이 모든 제도에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과 유족연금은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제도여서, 상속권이 없어도 국민연금 유족연금을 비롯한 여러 급여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열려 있습니다. 관건은 결국 "우리가 부부로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데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주민등록·금융거래·사진·지인의 확인서 등 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부터 차분히 모으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 국민연금·산재·공무원연금·주택 임차권 등 청구 가능한 제도를 나누어 검토하고, 다툼이 예상되면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와 제소기간까지 염두에 두고 순서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안마다 사실관계와 입증 난이도가 크게 다른 만큼,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상속과 사실혼 문제를 다뤄 온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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