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만난 상대에게 마음을 열었다가 투자나 환전 명목으로 가상자산을 보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상대가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로맨스스캠은 단순한 연애 사기를 넘어 코인 지갑을 거쳐 순식간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라, 피해자는 '이 돈을 정말 돌려받을 수 있을까'부터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수가 쉽지는 않지만, 계좌 지급정지·형사 몰수·민사 청구라는 여러 경로가 있고 어떤 대응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로맨스스캠으로 가상자산을 보낸 경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경로와, 피해 직후 놓치지 말아야 할 대응 순서를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로맨스스캠 — 왜 가상자산이 끼면 돈을 찾기 어려워질까
로맨스스캠은 SNS나 데이팅앱에서 신분을 위장해 이성에게 호감을 산 뒤, 신뢰 관계가 쌓이면 투자·긴급자금·환전 등을 명목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사기 유형입니다. 최근에는 피해자와 오랜 시간 관계를 쌓은 다음 가상자산 투자로 유도해 크게 뜯어내는 이른바 '돼지도살(피그 부처링)' 수법이 두드러집니다. 처음에는 소액 수익을 실제로 돌려주며 신뢰를 키우다가, 큰돈을 넣는 순간 출금을 막고 잠적하는 식입니다.
가상자산이 끼면 회수가 특히 어려운 이유는 자금의 이동 속도에 있습니다. 피해금은 대포통장을 거쳐 즉시 인출되거나,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돼 여러 지갑과 해외 거래소로 분산됩니다. 분·시간 단위로 쪼개져 이동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상을 느끼고 추적에 나설 무렵이면 자금이 이미 국외로 빠져나간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언제 발견하고 얼마나 빨리 막느냐'가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회수의 관건은 자금이 국내 금융망과 국내 거래소에 머물러 있는 동안 얼마나 빨리 동결 조치를 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로맨스스캠은 형법상 사기죄 —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되나
상대를 속여 돈을 받아낸 로맨스스캠은 전형적인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사기죄로 규정하는데, 마음을 얻은 뒤 거짓 투자·거짓 사정으로 돈을 받아낸 행위가 바로 이 기망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2026년 3월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법은 사기죄의 법정형을 크게 높였습니다. 종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었고, 컴퓨터등사용사기(제347조의2)나 공갈(제350조) 등도 같은 폭으로 무거워졌습니다. 처벌이 강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죄질을 무겁게 본다는 뜻입니다.
피해 규모가 크면 가중처벌도 뒤따릅니다. 편취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될 수 있습니다.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저지른 경우에는 범죄단체 조직 관련 죄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처벌이 무거워졌다는 것은, 수사기관이 자산을 추적하고 몰수에 나설 근거도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입니다.
피해금을 돌려받는 세 가지 경로
가상자산으로 보낸 돈을 회수하는 길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어느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병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각 경로의 성격과 한계를 먼저 큰 그림으로 잡아두면 초기 대응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쉽습니다.
계좌 지급정지·피해환급 — 자금이 국내 금융계좌를 거쳤다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지급정지와 환급을 검토합니다. 가장 빠른 응급조치이지만 적용 요건이 쟁점이 됩니다.
형사 몰수·추징과 피해재산 환부 — 수사로 가해자와 자금을 특정하면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고, 일정 요건에서 피해자에게 환부받는 절차를 밟습니다.
민사 손해배상·부당이득 반환 — 가해자를 특정하면 재산을 가압류한 뒤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소송으로 직접 회수를 시도합니다.
세 경로는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 지급정지로 급한 불을 끄고, 형사·민사로 최종 회수를 도모하는 것이 실무의 정석입니다.
계좌 지급정지가 될까 —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벽과 최근 변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이 든 계좌를 신속히 지급정지하고 환급해 주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이 법 제2조 제2호 단서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입니다(다만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합니다). 그동안 로맨스스캠이나 투자사기는 개인 간 거래로 보여 이 예외에 걸리는 바람에, 금융회사가 선뜻 지급정지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 오랜 실무였습니다.
이 지점을 바꾼 것이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도6831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위 단서의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란 원칙적으로 그 행위와 재산상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순전히 속여서 돈만 받아낸 순수 편취형은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지급정지의 여지가 넓어진 것입니다. 이는 온라인 피싱 피해자의 구제를 확대하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다만 실무상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지급정지는 어디까지나 '금융회사 계좌'에 남아 있는 자금에 대한 조치입니다. 피해자가 은행 계좌로 원화를 먼저 송금했다면 그 계좌를 상대로 지급정지 가능성을 우선 따져볼 수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코인을 사서 자기 지갑에서 상대 지갑으로 보낸 부분은 은행 지급정지 대상이 아니라 거래소·수사기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한편 금융당국도 리딩방·로맨스스캠처럼 지급정지 사각지대에 있던 신종 사기까지 계좌 지급정지와 자금환수가 가능하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손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화·용역 거래로 위장됐으니 지급정지가 안 된다'는 예전 답변에 그대로 물러설 필요는 없습니다 — 대가관계가 없는 편취형이라면 다시 다퉈볼 여지가 생겼습니다.
형사 고소로 회수하기 — 몰수·추징과 피해재산 환부
형사 절차는 가해자를 특정하고 자금을 동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피해자가 고소·신고를 하면 수사기관은 계좌와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등으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합니다.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쳐갔다면 그 구간에서 동결을 시도할 수 있으므로, 지갑주소와 전송 시각 등 추적에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금이 확보되면 몰수·추징이 문제됩니다. 다만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추징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국고에 귀속되어,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자동 반환되지는 않습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이 법은 일정한 사기 범죄에서 몰수·추징한 범죄피해재산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환부 절차를 두고 있어, 요건을 갖추면 국고로 들어갈 뻔한 재산을 피해자가 되찾을 길이 열립니다. 별도의 요건과 절차가 있으므로 수사·재판 단계에서 미리 피해 사실과 금액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형사재판이 열리면 배상명령 신청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유죄 판결과 함께 법원이 피해 배상을 명하도록 하는 제도로,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간이하고 저비용으로 집행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에게 실제 갚을 재산이 없으면 배상명령을 받아도 현실적 회수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산 보전 조치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몰수·추징은 국고 귀속이 원칙이지만, 부패재산몰수법의 피해재산 환부 절차를 활용하면 피해자가 되찾을 여지가 있습니다.
민사 소송으로 회수하기 — 가압류부터 손해배상까지
민사 회수의 출발점은 가해자를 특정하는 것입니다. 로맨스스캠은 상대가 가짜 신분을 쓰는 경우가 많아, 계좌명의인 정보나 거래소의 본인확인(KYC) 자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적사항을 토대로 신원을 좁혀가야 합니다. 상대가 특정되면 곧바로 재산을 가압류·가처분해 처분을 막아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판결을 받아도 재산이 이미 빠져나가면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보전처분의 타이밍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본안에서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합니다. 가상자산을 편취당했다면 통상 편취 당시의 시가 상당액을 손해로 보아 배상을 구하게 됩니다. 상대의 기망행위, 송금 사실, 손해액을 증거로 촘촘히 엮는 것이 승패를 가릅니다.
한편 로맨스스캠은 착오로 잘못 보낸 착오송금과는 다릅니다.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의 대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망에 의한 편취이므로, 회수 논리도 손해배상·부당이득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나아가 대포통장을 빌려준 계좌명의인이나 자금 세탁을 도운 조력자가 있다면, 이들에게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회수 대상을 넓힐 여지도 있습니다.
판결보다 중요한 것이 가압류입니다 — 재산을 먼저 묶어두지 않으면 이겨도 받을 것이 남지 않습니다.
피해를 알았다면 — 골든타임 대응 순서
로맨스스캠 회수는 속도 싸움입니다. 자금이 국내에 머무는 짧은 시간 안에 동결 조치를 걸어야 회수율이 올라갑니다. 아래 순서를 참고해 발견 즉시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증거 보전 — 대화 내용, 송금·이체 내역, 상대 프로필, 지갑주소, 거래소 화면을 즉시 캡처하고 백업합니다. 상대가 대화방을 지우기 전에 확보해야 합니다.
즉시 신고·지급정지 신청 — 경찰(112 또는 사이버범죄 신고)과 송금한 은행 콜센터에 곧바로 연락해 지급정지를 신청합니다.
거래소 협조 요청 —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쳤다면 해당 거래소에 사고 접수와 거래중단·동결을 요청합니다.
관계기관 신고 — 투자사기가 함께 있는 경우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신고센터에도 병행해 신고합니다.
조기 법률 상담 — 고소장 작성, 가압류, 지급정지 이의 대응은 초기 설계가 결과를 좌우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습니다.
하루가 회수율을 바꿉니다 — 증거 보전과 지급정지 신청은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의 실명과 계좌도 모르는데 고소가 되나요?
A. 됩니다. 신원 특정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의 몫이므로, 대화 내용·송금내역·지갑주소만으로도 고소와 신고가 가능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계좌 영장과 거래소 협조로 신원을 좁혀가게 됩니다. 다만 제출 자료가 많을수록 추적이 빨라지므로, 증거를 최대한 보전해 함께 내는 것이 좋습니다.
Q. 제 지갑에서 직접 코인을 보냈는데도 지급정지가 되나요?
A. 은행 지급정지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 계좌에 남은 자금에 대한 조치라, 피해자가 자기 지갑에서 상대 지갑으로 보낸 코인 자체에는 곧바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대신 자금이 국내 거래소를 거쳤다면 거래소 사고접수와 수사기관 협조로 동결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은행 계좌로 원화를 먼저 보냈다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지급정지 가능성을 우선 검토합니다.
Q. 로맨스스캠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으로 지급정지가 되나요?
A. 종전에는 로맨스스캠·투자사기가 '재화·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 예외로 분류돼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도6831 판결은 그 예외가 재화·용역과 대가관계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아, 대가관계 없는 순수 편취형에는 지급정지의 여지를 넓혔습니다.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다르므로 구체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몰수가 되면 그 돈을 제가 돌려받나요?
A.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추징은 원칙적으로 국고에 귀속됩니다. 다만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은 일정한 사기 범죄에서 몰수·추징한 범죄피해재산을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절차를 두고 있어, 요건을 갖추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별도의 요건과 절차가 있으므로 수사·재판 단계에서 피해 사실과 금액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코인은 포기해야 하나요?
A. 추적이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곧바로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블록체인 특성상 이동 경로가 기록으로 남아, 국내 거래소로 재유입되거나 현금화되는 지점에서 포착될 수 있고 국제 공조로 회수된 사례도 있습니다. 초기에 신속히 신고·추적을 걸어두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남기는 길입니다.
Q. 처벌이 무거워졌다는데 합의에 영향이 있나요?
A. 2026년 3월 12일 시행 개정으로 사기죄 법정형이 20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되어 가해자의 형사 부담이 커졌습니다. 그만큼 피해 회복과 합의에 나설 유인이 생길 수 있으나, 합의는 어디까지나 임의적입니다. 따라서 형사 고소와 민사 보전을 함께 진행해 협상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맺음말
로맨스스캠으로 가상자산을 보낸 피해는 회수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계좌 지급정지, 형사 몰수·환부, 민사 소송이라는 세 갈래 경로가 있고, 특히 대법원 2024도6831 판결과 제도 개선 흐름 덕분에 그동안 막혀 있던 로맨스스캠 피해의 구제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증거를 보전하고 신고·지급정지를 하루라도 빨리 거는 것, 그리고 어느 경로부터 어떤 순서로 밟을지 초기에 설계하는 것이 실제 회수율을 좌우합니다. 자금이 국내에 머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수원·경기남부를 비롯해 가까운 지역에서 형사·금융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기 대응을 설계해 보시길 권합니다. 초기 한 걸음이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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