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2024년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 시행 이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기준이 모두 강화되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이 종전 3배에서 5배로 상향되었고, 해외 유출 시 형사처벌도 가중됐다. 거래·협력 관계에서 영업비밀이나 NDA(비밀유지계약)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이번 개정이 실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가상의 사례 두 건을 통해 개정법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1 경기 화성 소재 자동차부품 제조사 A기업(임직원 80명)은 2년간 협력관계였던 B설계용역사(대표 김모씨, 47세)에 차세대 배터리팩 도면을 NDA 체결 후 제공했다. 그러나 B사는 계약 종료 후 6개월 만에 동일 도면을 일부 수정해 경쟁사 C기업에 5억 8,000만 원에 판매했다. A사는 매출 손실액을 약 47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쟁점 1. 영업비밀 인정 요건 — 합리적 노력 기준이 완화되었다.
과거에는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 보유자가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개정법은 이를 "합리적인 노력"으로 완화한 데 이어, 실무상으로는 그조차 충족 못 한 경우에도 보호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A기업 사례에서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도면 파일에 "대외비" 표시가 되어 있었는가. 둘째, NDA 계약서에 보호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는가. 셋째, 접근 권한이 통제되었는가. 이 세 가지가 갖춰져 있다면 합리적 노력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이메일에 첨부파일로 보내면서 아무런 보안 조치 없이 전달했다면, 아무리 NDA가 있어도 비밀관리성이 부인될 수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NDA를 체결했다고 끝이 아니다. 파일명에 "Confidential" 표기, 접근권한 로그 보존, 전달 시 워터마크 삽입까지 해 두어야 분쟁 시 "합리적 노력"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한 장보다 운영 기록이 더 강력한 증거입니다.
쟁점 2. 손해배상액 — 징벌적 배상이 3배에서 5배로
개정 부경법의 가장 큰 변화는 손해배상 한도 상향입니다.
고의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의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이 가능해졌습니다. A기업 사례에서 손해액이 47억 원으로 인정되고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이론상 235억 원까지 청구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실제 인정액은 다릅니다. 법원은 침해자의 인식 정도, 침해기간, 침해로 얻은 이익, 침해자의 자력 등을 종합 고려합니다. 다만 종전보다 인정 폭이 넓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법정손해배상제도도 함께 정비되어, 실손해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도 일정 금액까지 배상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주의할 점은, 징벌적 배상을 받으려면 "고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 과실로는 부족합니다.
B사가 도면을 일부 수정해 판매했다는 점, NDA를 체결한 사실, 동종 업계에 매도했다는 점은 모두 고의성 입증에 유리한 정황입니다.
사건 2 부산 소재 화장품 OEM업체 D사의 연구원 이모씨(34세)는 퇴사 직전 신제품 처방전 12건과 원료 배합비를 USB로 반출한 뒤, 중국 광저우 소재 E사에 이직했다. D사는 해당 자료의 개발에 3년간 약 8억 원을 투입했다.
쟁점 3. 해외 유출 — 형사처벌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 영업비밀 침해가 아닙니다. 해외 유출에 해당합니다.
개정법은 영업비밀의 국외 유출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가중했다. 국내 유출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이지만, 국외 유출은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벌금형의 경우 침해로 얻은 이익의 10배 이하로도 부과 가능합니다.
이모씨 사례에서 회사가 취해야 할 조치는 명확합니다.
첫째, 즉시 형사고소를 진행한다.
둘째, USB 반출 정황을 입증할 보안 로그와 출입기록을 확보한다.
셋째, 이직처에 대한 영업비밀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자료는 확산되고 회수가 불가능해집니다.
실무 포인트. 퇴직 예정 직원이 있다면 퇴직 2주 전부터 보안시스템 접근 권한을 점진적으로 회수하고, 퇴직 시 영업비밀 반환 확인서와 경업금지 서약서를 별도로 받아두어야 합니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차단이 비교 불가하게 효과적입니다.
실무적 조언 — 개정법 시대의 NDA·경업금지 운영
개정 부경법은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었지만, 결국 입증은 보유자의 몫입니다.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보길 권합니다.
첫째, 현재 사용 중인 NDA 표준양식을 개정법 기준으로 재정비한다.
보호 대상의 구체적 특정, 계약 종료 후 비밀유지 기간, 위약금 조항, 관할 합의 등이 핵심입니다.
둘째, 영업비밀 관리체계를 문서화한다.
분류 기준, 접근 권한, 반출 절차, 사고 대응 절차까지 매뉴얼로 갖춰두어야 한다. 셋째, 분쟁 발생 시 골든타임은 짧다. 침해 정황을 인지한 시점부터 증거보전 신청, 가처분, 형사고소까지 동시에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 거래 협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영업비밀 분쟁은 신뢰 관계 손상에 대한 우려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개정법이 강화된 만큼 침해자 측의 "몰랐다"는 항변도 점점 통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평소 NDA와 관리체계를 정비해 두는 것이 곧 자산입니다.
김경숙 변호사의 코멘트
더감 법률사무소 · 경기도 수원시
영업비밀 분쟁을 다뤄오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도 "합리적 노력" 입증에 실패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입니다. NDA 한 장보다 평소의 보안 운영 기록이 결정적 증거가 되는 만큼, 분쟁이 발생하기 전 관리체계를 정비해 두시길 권합니다. 침해 정황을 인지하셨다면 증거 확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