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 명의가 전부가 아니다
이혼 재산분할, 명의가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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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산분할, 명의가 전부가 아니다 

진성학 변호사

부부가 함께 보낸 시간이 길수록, 이혼은 마음의 문제로 시작해 결국 '숫자'의 문제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의 골은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기도 하지만, 한 번 정리된 재산의 몫은 그 이후의 삶 전체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지점은 양육이나 위자료가 아니라,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 즉 이혼 재산분할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한 가지 오해를 안고 사무실 문을 두드립니다.

"집도 자동차도 전부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는데, 제가 받을 수 있는 몫이 있긴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명의는 재산분할의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닙니다.

오늘은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재산분할의 원리를, 실제로 자주 마주치는 사례에 빗대어 짚어보겠습니다.

이혼을 결심했다면, 먼저 '무엇을 정해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혼은 단순히 혼인관계를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함께 쌓아온 생활을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해야 할 항목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누가 키울지(양육자), 친권은 누가 가질지, 매달 양육비는 얼마로 할지, 떨어져 사는 부모가 아이를 언제 어떻게 만날지(면접교섭)를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의 유무와 무관하게 반드시 매듭지어야 하는 것이 바로 재산을 나누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혼인이 깨진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많은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또 가장 손해를 보기 쉬운 영역이 이혼 재산분할입니다.

진짜 재산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를 뺀 뒤에 보입니다

이혼 재산분할의 첫 단추는 부부가 가진 재산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일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개념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바로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입니다.

적극재산은 말 그대로 가진 것입니다. 아파트, 예금, 자동차, 주식, 전세보증금처럼 돈이 되는 모든 것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소극재산은 갚아야 할 것, 즉 빚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사업자금 대출, 신용대출 등이 해당합니다.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뺀 '순재산'이, 비로소 나눌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빚이 많은 부부라면 재산분할 과정에서 그 빚을 누가 얼마나 떠안을지까지 함께 정리됩니다.

상담에서 자주 보는 유형의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결혼 18년 차인 K씨는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두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려왔습니다.

남편 P씨는 그사이 자영업으로 자리를 잡아 아파트와 작은 상가를 마련했는데, 두 부동산 모두 P씨 단독 명의였습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P씨는 "네가 실제로 번 돈이 뭐가 있느냐"며 재산을 나눌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K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산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정말 빈손으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불안해했습니다.

명의가 아니라 '기여도' : 가사와 양육도 엄연한 기여입니다

K씨 사례의 핵심은 명의가 아니라 기여도에 있습니다.

법원은 재산을 명의대로만 나누지 않습니다. 부부가 그 재산을 만들고 지켜오는 데 각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져, 그 비율대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때의 기여는 돈을 직접 벌어온 경제적 기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를 키우며 가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한 것, 그래서 재산이 줄어들지 않도록 지켜낸 것 역시 분명한 기여로 인정됩니다.

K씨가 18년간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덕분에 P씨가 바깥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그 부동산은 결코 P씨 혼자 이룬 것이 아닙니다.

실제 재판에서도 오랜 기간 가정을 지켜온 전업 배우자의 기여도가 상당한 비율로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그 비율은 혼인 기간, 자녀 양육의 정도, 재산 형성의 경위 등에 따라 사안마다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혼 재산분할은 "원래 절반"이라는 식의 단순한 공식이 아니라, 부부가 살아온 시간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증명해 내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통장 거래내역, 부동산 취득 당시의 자금 출처, 양육의 실태 같은 자료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위자료는 재산분할과 다른 주머니입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재산분할이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청산하는 것이라면, 위자료는 혼인이 깨진 데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도나 폭력처럼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있다면, 재산분할과 별개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둘은 별개의 권리이므로, 하나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무리하며

이혼은 끝이 아니라 그다음 삶의 출발선입니다.

그 출발선에서 정당한 몫을 지키지 못하면, 그 부담은 오래 남습니다.

특히 이혼 재산분할은 감정에 휩쓸려 서두르거나, 막연한 두려움에 미리 포기해 버리면 돌이키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명의가 누구 앞으로 되어 있든, 내 이름으로 된 재산이 없든, 우선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혼자 끙끙 앓기보다, 내 상황에서 무엇을 주장할 수 있는지 차분히 점검해 보는 것만으로도 길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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