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항거불능 어디까지 인정될까 — 상태 판단과 피고인의 인식·고의
준강간 항거불능 어디까지 인정될까 — 상태 판단과 피고인의 인식·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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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준강간 항거불능 어디까지 인정될까 — 상태 판단과 피고인의 인식·고의 

강대현 변호사

술자리가 끝난 뒤 상대가 잠들었거나 의식이 흐릿했던 상황에서 성관계가 있었고, 며칠 뒤 준강간 혐의로 고소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준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더라도 상대가 이른바 '항거불능' 상태였다면 성립할 수 있어, 막연히 '서로 동의했다'고만 생각하다가는 대응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법은 과연 어떤 상태를 항거불능으로 보고, 또 어떤 경우에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이 인정되는 범위와, 무엇보다 중요한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가'라는 고의 쟁점을 차근히 짚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준강간죄란 무엇인가 —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차이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를 강간죄·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일반적인 강간·강제추행죄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것과 달리, 준강간죄는 그러한 유형력이 전혀 없었더라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처벌의 근거를 찾습니다. 그만큼 가해 행위의 외형보다 피해자가 당시 어떤 상태였는지가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됩니다.

대법원은 준강간죄가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 여기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가리킵니다. 즉 준강간죄는 '거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의 거부할 권리를 보호하는 구조입니다.

조문에 나오는 두 가지 상태는 의미가 다릅니다.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고, 깊은 수면이나 만취로 의식을 잃은 경우, 약물로 의식이 소실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준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상대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처벌됩니다. 그래서 사건의 승패는 '당시 상태'와 '그에 대한 인식'에서 갈립니다.

'항거불능'은 어디까지 인정될까 — 대표적인 유형

항거불능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상태는 단순한 만취부터 심리적인 지배관계까지 폭이 넓고, 같은 '술에 취한 상태'라도 정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유형이 다루어집니다.

  • 음주 후 수면·의식 저하 — 술에 취해 잠들었거나,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대응 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경우.

  • 약물에 의한 상태 — 수면제·마취 성분 등으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거나 판단능력을 상실한 경우.

  • 심리적 항거불능 — 친족관계처럼 지속적인 지배·종속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반항이 현저히 곤란했던 경우(앞서 본 2021도11938 판결의 쟁점).

  • 신체적·정신적 장애 — 장애로 인하여 성적 자기방어가 곤란한 상태.

주의할 점은, '술에 취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항거불능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걸어 이동했으며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남아 있다면, 당시 판단·대응 능력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었다고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음주량, 당시 행동, 전후 정황을 종합해 '반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였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 '의식이 있었는가'가 갈림길

음주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입니다. 대법원은 이 둘을 의학적으로 구별합니다. 블랙아웃은 단기간 폭음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할 때 기억 형성 과정이 손상되어 일정 시점의 기억을 잃는 상태로, 당시 의식이 있고 스스로 행동했으나 나중에 그 기억이 형성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반면 패싱아웃은 의식 자체가 소실된 상태입니다(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피해자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더라도 그것이 곧 '의식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단절된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당시에는 대화하고 걷고 판단하는 등 외형상 정상적인 행동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당시 실제로 의식과 대응 능력이 있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예컨대 피해자가 사건 직후 스스로 택시를 호출하고 지인과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그 시점에 어느 정도 의식과 행위능력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볼 단서가 됩니다. 반대로 부축 없이는 거동이 어려웠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는 정황이 일관되게 확인된다면 심신상실에 가까운 상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의 '인식'이 핵심 — 상태를 알고 이용했는가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또는 추행)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상대가 거부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 그 상태를 이용했다'는 주관적 요건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방어의 여지가 생깁니다. 상대가 어느 정도 대화에 응했거나, 스스로 움직였거나, 명시적·묵시적으로 반응을 보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다면, 피고인이 '상대가 항거불능 상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막연한 변명이 아니라 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 동석자 진술, CCTV 같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될 때 설득력을 가집니다.

준강간은 '피해자의 상태'와 '그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이라는 두 축으로 판단됩니다. 한쪽만 보고 유·무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상태가 아니었는데 오인했다면 — 준강간 불능미수

그렇다면 '상대가 사실은 깨어 있었으니 무죄'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실행에 착수했으나, 실제로는 피해자가 그러한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형법 제300조가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형법 제27조가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불능미수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비록 실제 상태가 달랐더라도 불능미수의 죄책을 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검사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기소한 사안에서 심리 결과 불능미수가 인정되는 경우,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이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다루기도 했습니다(앞서 본 2021도9043 판결). 따라서 '상태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곧 무죄를 보장하지 않으며, 인식·고의·위험성까지 함께 다투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 진술과 객관적 정황

준강간 사건은 폭행·협박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신중히 따집니다. 진술이 사건의 핵심 부분에서 일관되는지, 경험칙에 부합하는지, 시간이 지나며 부자연스럽게 바뀌지 않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동시에 진술 외의 객관적 정황도 함께 검토됩니다. 당시 음주량과 행동, 메신저·통화 기록, CCTV 영상, 동석자나 주변인의 진술 등이 피해자와 피고인 진술 가운데 어느 쪽에 부합하는지가 판단의 무게추가 됩니다. 특히 상태와 인식이 동시에 문제 되는 만큼, 하나의 자료가 양쪽 쟁점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 핵심 부분의 일관성과 경험칙 부합 여부.

  • 당시 상태를 보여주는 정황 — 음주량, 거동·대화 가능 여부, 전후 행동.

  • 인식을 보여주는 자료 — 메신저 대화, 통화, CCTV, 동석자 진술.

준강간 혐의를 다툰다면 — 초기 대응의 핵심

준강간 혐의는 상태와 인식이라는 두 쟁점이 얽혀 있어, 초기에 어떤 입장을 정리하느냐가 사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수사 초기 막연한 기억에 의존해 진술했다가 이후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면,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다툼의 방향을 잡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메신저·CCTV 같은 자료가 사라지거나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당시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빠르게 보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진술을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자료가 인식·고의 다툼에 유리한지는 사건마다 다르므로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준강간 사건은 '동의가 있었다'는 막연한 주장보다, 상태와 인식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로 다투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대화도 하고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래도 준강간인가요?

A. '술에 취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항거불능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당시 대화·거동이 가능했고 판단·대응 능력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었다면 항거불능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음주량과 전후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객관적 자료로 당시 상태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피해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블랙아웃이면 무조건 항거불능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블랙아웃(기억 형성 손상)과 패싱아웃(의식 소실)을 구별합니다. 기억이 없다는 것이 곧 의식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며, 당시 실제로 의식과 대응 능력이 있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심신상실·항거불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상대가 깨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고소당했습니다. 무죄인가요?

A. '상대가 깨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준강간은 피해자의 실제 상태뿐 아니라 피고인이 그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도 함께 판단합니다.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항거불능 상태로 오인하고 이용하려 했다면 불능미수가 문제 될 수 있어, 인식·고의까지 함께 다투어야 합니다.

Q. 동의가 있었다고 믿었는데 준강간 불능미수가 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이 상대가 항거불능 상태라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실행에 착수했으나 실제로는 그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위험성이 인정되면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깨어 있었다'는 점만으로 책임을 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Q. 피해자 진술밖에 없는데도 유죄가 될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준강간 사건은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곤 합니다. 다만 법원은 그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히 따지며, 진술이 핵심 부분에서 일관되고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지를 살핍니다. 진술에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어긋난다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준강간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했다고 해서 공소가 제기되지 않거나 처벌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진지한 피해 회복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시점과 방법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준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동의했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영역입니다. 사건의 결론은 결국 두 가지 축에서 갈립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입니다. 여기에 상태를 오인한 경우의 불능미수 법리까지 더해지면, 단순히 '깨어 있었다'거나 '동의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사건을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준강간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수사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메신저·통화·CCTV 등 객관적 자료를 신속히 보전하며 진술 방향을 신중히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입장이라면 당시 상태와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같은 '음주 후 사건'이라도 음주량, 당시 행동, 두 사람의 관계, 남아 있는 자료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일반론만으로 자신의 사건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사건 초기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가지고 변호사와 상담하여 다툼의 방향과 대응 전략을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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