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으로 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되었는데, 정작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폭행·협박’은 우리가 일상에서 떠올리는 강한 물리력과는 법적 의미가 다릅니다. 더구나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그 판단 기준이 크게 바뀌면서, 과거의 상식만으로 대응했다가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혐의를 다툴 때 어떤 점을 따져야 하는지 일반적인 기준을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강제추행 폭행·협박 기준 — 2023년 대법원 판결로 무엇이 바뀌었나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298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폭행·협박의 정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오랫동안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이른바 ‘최협의설’을 따라,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유형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이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반드시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면 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이지, ‘피해자가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 변화는 실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집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상대가 강하게 뿌리치지 않았으니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폭행은 아니었다”는 식의 주장이 통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논리만으로는 무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종전 판례를 전제로 한 인터넷 정보나 오래된 자료를 그대로 믿고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은 이제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해악의 고지’면 충분하다고 봅니다(대법원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강제추행의 '폭행' — 기습추행과 유형력의 행사
강제추행에서 폭행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추행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폭행이고, 다른 하나는 폭행행위 그 자체가 곧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입니다. 특히 기습추행은 별도의 강한 물리력 없이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어, 많은 사건에서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신체를 순간적으로 만진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유형력의 행사라면, 폭행행위 자체를 추행으로 보아 강제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즉 “아주 잠깐 스친 정도였다”거나 “세게 잡은 것도 아니다”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단으로서의 폭행 — 상대를 붙잡거나 밀어붙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추행에 나아가는 유형입니다.
기습추행 — 인사를 빙자해 갑자기 껴안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접촉 행위 자체가 추행이 되는 유형입니다.
의사 합치 여부가 관건 — 어깨동무나 가벼운 접촉이라도 상대의 의사에 반하고 성적 의미를 가진다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접촉인지, 아니면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인지는 뒤에서 보는 ‘추행’의 판단 기준에 따라 가려집니다. 예를 들어 혼잡한 지하철에서 우연히 신체가 닿은 경우와, 의도적으로 특정 부위를 접촉한 경우는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강제추행의 '협박' —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 고지
협박형 강제추행에서 협박은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도 과거처럼 ‘상대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중한 협박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입니다. 해악의 내용은 생명·신체에 대한 것뿐 아니라 명예, 직장에서의 지위, 비밀 폭로 등 다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암시하며 성적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하거나, 사진·영상을 유포하겠다고 겁을 주며 추행에 나아간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나 행동이 일반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공포심을 느낄 만한 것이었는지이지, 피해자가 실제로 굴복했는지가 아닙니다.
협박의 핵심은 ‘상대가 굴복할 만큼 강했는가’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였는가’에 있습니다.
'추행'이란 무엇인가 —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폭행·협박과 더불어 ‘추행’이 있어야 합니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불쾌한 접촉이라고 해서 모두 추행이 되는 것은 아니며, 성적 의미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추행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 하나만 떼어 보지 않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같은 신체 접촉이라도 그 경위와 맥락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접촉한 신체 부위 —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일수록 추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위의 경위와 장소 —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이루어졌는지 살핍니다.
당사자의 관계 — 평소 관계, 나이 차이, 지위의 우열 등을 함께 봅니다.
피해자의 반응과 정황 — 즉각적인 거부 의사 표시 등 객관적 정황을 참고합니다.
이처럼 추행의 성립은 결국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종합 판단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동일해 보이는 행위라도 사건마다 결론이 갈릴 수 있고,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입증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의와 성적 의도 — 주관적 요건도 다툼의 대상
강제추행은 고의범이므로,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판례는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성욕의 자극·흥분·만족이라는 성적 동기나 목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행위의 성적 의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전혀 다른 목적의 우연한 접촉이었음이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되는 경우입니다. 결국 고의 다툼은 막연한 부인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 정황과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설득력을 가집니다.
강제추행 처벌 수위와 함께 따라오는 부수처분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298조). 다만 실제 형은 추행의 정도, 피해 회복 여부, 합의 유무, 전과, 반성의 정도 등에 따라 폭넓게 달라집니다. 또한 성범죄는 형벌 외에 다양한 보안처분·행정처분이 함께 부과될 수 있어, 형량만 보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신상정보 등록 — 유죄가 확정되면 일정 기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취업제한 —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의 취업이 일정 기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수강명령·이수명령 —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 사안에 따라 공개·고지 명령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은 일상과 직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벌금형이라 하더라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부수처분의 면제나 기간 단축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초기부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혐의를 다툴 때 따져야 할 핵심 쟁점
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우선 사건의 어느 지점에서 다툴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무작정 부인하거나 반대로 섣불리 인정하기보다, 구성요건별로 쟁점을 나누어 검토해야 합니다.
추행 자체의 성부 — 문제 된 접촉이 성적 의미를 가진 추행인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접촉인지.
폭행·협박의 존부 —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나 해악 고지가 실제로 있었는지.
고의 인정 여부 — 우연한 접촉 등 고의를 의심할 객관적 정황이 있는지.
진술의 신빙성 — 피해 진술의 일관성,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
양형 요소 — 다툼이 어려운 경우 합의, 반성, 재범 방지 노력 등 유리한 정상.
한편 수사 초기의 진술은 이후 절차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경찰 조사에 앞서 사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무혐의·무죄 가능성과 양형이 모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자리에서 어깨에 손을 올린 것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나요?
A. 단정할 수 없습니다. 통상적인 사회적 접촉으로 평가되면 추행이 아니지만, 접촉 부위·경위·당사자 관계 등에 비추어 성적 의미가 인정되고 상대의 의사에 반했다면 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맥락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Q. 상대가 가만히 있었으면 동의한 것 아닌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침묵이나 무반응을 곧바로 동의로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는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했는지’가 아니라 ‘그 행위가 의사에 반했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Q. 항거곤란 요건이 없어졌다면 이제 무조건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폭행·협박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추행에 해당하는지, 고의가 있었는지,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등 다른 요건은 여전히 다툴 수 있습니다. 무죄·무혐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Q.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처벌되나요?
A. 판례는 성적 동기나 목적이 강제추행죄의 필수 요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행위의 성적 의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볼 객관적 정황이 있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구체적 사정을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CCTV나 목격자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직접 증거가 없다고 무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 전후 정황 등을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진술에 모순이나 객관적 정황과의 불일치가 있다면 이를 짚어 다툴 수 있습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했다고 해서 공소가 당연히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정한 피해 회복과 합의는 불기소나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시점과 방법을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맺음말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일상적인 의미와 달리,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해악의 고지로 충분하다고 해석됩니다. 특히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로 종전의 ‘항거곤란’ 요건이 폐기된 만큼, 오래된 정보에 기대어 안일하게 대응하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추행 성부, 고의, 진술의 신빙성 등 다툴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 초기에 구성요건별로 쟁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자료와 진술 전략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수사 초기의 진술 한마디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고소를 검토 중이라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점검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관련 사안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사안에 맞는 대응 방향을 함께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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