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으면 누구나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혼자 가도 되는지, 변호사를 데려가면 오히려 의심받는 것은 아닌지, 데려간다면 변호사가 조사실에서 실제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시키는 것은 법이 명문으로 보장하는 권리이고,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변호인 동석(참여권)의 법적 근거와 신청 방법, 동석한 변호인이 조사실에서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진술거부권·조서 증거능력과의 관계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경찰조사 변호사 동석, 왜 중요한가 — 혼자 가는 조사의 위험
피의자신문은 수사기관이 혐의를 전제로 묻고 피의자가 답하는 절차입니다. 조사관은 사건 기록을 모두 검토한 상태에서 질문을 준비해 오지만, 피의자는 자신이 어떤 증거로 의심받는지조차 모른 채 답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긴장한 피의자가 기억과 다른 답을 하거나, 질문의 법적 의미를 모른 채 불리한 사실을 인정해 버리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한번 조서에 기재되어 서명한 진술은 나중에 번복해도 "왜 처음엔 다르게 말했느냐"는 신빙성 공격의 빌미가 됩니다.
예를 들어 폭행 사건에서 "밀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방어 차원에서 손을 댄 것까지 포함해 "네"라고 답하면, 조서에는 유형력 행사를 인정한 것으로 남습니다. 정당방위나 소극적 방어행위라는 사정은 따로 진술하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습니다. 변호인이 옆에 있으면 이런 순간에 부당한 신문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조서 열람 단계에서 진술 취지와 다르게 기재된 부분의 정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조사 후 어떤 방어 전략을 세울지도 조사 내용을 직접 본 변호인이 훨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신문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법적 의미를 모른 채 한 솔직한 답변입니다.
변호인 참여권의 법적 근거 —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등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변호인 동석은 수사기관이 선심으로 허락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청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법률상 의무입니다. 이 조항은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수사 단계에서 구체화한 것입니다.
신청권자도 넓게 열려 있습니다. 피의자 본인뿐 아니라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이 갑자기 체포·소환된 상황에서 본인이 미처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배우자나 부모가 변호인을 선임해 신문 참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구속 여부와도 무관하므로, 임의 출석하는 첫 조사부터 변호인을 동석시킬 수 있습니다.
변호인의 신문 참여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보장하는 권리로,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할 수 없습니다.
변호인 동석 신청 방법 — 누가, 언제, 어떻게
실무에서 변호인 참여 신청은 어렵지 않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인이 선임계(변호인선임신고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고 신문 참여를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조사 일정도 변호인이 수사기관과 협의해 변호인이 출석 가능한 날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라면, 변호인 선임을 이유로 조사기일 연기를 요청하는 것도 통상 받아들여집니다.
시점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첫 조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첫 조사를 혼자 받고 난 뒤에 변호인을 선임하면 이미 조서에 남은 진술을 전제로 방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석 요구 전화를 받은 단계, 늦어도 첫 출석 전에 변호인과 사건 경위를 정리하고 동석을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신청권자 — 피의자 본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 시점 — 체포·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임의 출석 조사부터 가능하며, 첫 조사 전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신청 방식 — 변호인 선임계 제출과 함께 신문 참여를 신청하며, 조사 일정 협의·연기 요청도 함께 이뤄집니다.
비용 걱정이 있다면 — 일부 조사라도 동석 범위를 협의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첫 피의자신문만큼은 동석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 — '정당한 사유'의 한계
법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거꾸로 말하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제한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변호인의 참여로 신문 방해나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됩니다. 단순히 "변호사가 있으면 조사가 불편하다"거나 "사건이 중하다"는 정도의 사정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변호인이 피의자 대신 답변을 해버리는 등 신문 자체를 방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참여가 제한되는 일은 드뭅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뚜렷한 근거 없이 참여를 거부하거나 퇴거를 요구한다면, 그 자체가 위법한 처분이 될 수 있고 준항고 등 불복 수단의 대상이 됩니다. 부당한 제한이 있었던 사정은 이후 해당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동석한 변호인이 조사실에서 할 수 있는 일
변호인이 동석하면 단지 옆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 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수사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신문이 끝난 뒤에는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유도신문, 모욕적 언사, 답변 강요 같은 상황에서 그 자리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서 작성 단계에서의 역할도 큽니다. 신문이 끝나면 피의자는 조서를 열람하고 진술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일반인은 어느 표현이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변호인은 조서 문구가 진술 취지와 미묘하게 다른 부분, 뉘앙스가 왜곡된 부분을 짚어 정정·추가 기재를 요구하게 됩니다. 또한 조사 중 휴식이 필요하거나 피의자가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를 상의하고 싶을 때 조력을 구할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부당한 신문에 대한 이의 제기 — 유도신문·강압적 언사 등에 대해 신문 도중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의견 진술 — 신문 중에는 승인을 얻어, 신문 종료 후에는 자유롭게 피의자에게 유리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조서 열람·정정 조력 — 진술 취지와 다르게 기재된 부분을 찾아 정정을 요구하도록 돕습니다.
심리적 안정 — 변호인이 지켜본다는 사실만으로 무리한 신문이 억제되고 피의자가 차분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피의자 뒤에 앉으라고 한다면 — 헌재가 위헌이라고 본 후방착석 요구
과거 수사 실무에서는 동석을 허용하면서도 변호인을 피의자 등 뒤에 앉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7. 11. 30. 선고 2016헌마503 결정에서 검찰 수사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한 행위가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는다고 해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우려가 커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이 뒤에 앉으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서류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결정 이후 변호인이 피의자 옆자리에서 조력하는 것이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만약 조사 현장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좌석 위치나 조력 방식을 제한받는다면, 이 결정을 근거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헌마503 결정으로 변호인 후방착석 요구가 변론권 침해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변호인은 피의자 곁에서 조력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진술거부권과의 관계 — 고지 없는 신문은 증거가 될 수 없다
변호인 참여권과 짝을 이루는 것이 진술거부권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 진술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신문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인 조력권 고지가 진술거부권 고지와 한 조문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이 고지를 빠뜨리고 받아낸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나아가 판례는 고지 절차의 방식도 엄격하게 봅니다.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이 조서에 자필로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그 답변 부분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없는 경우, 해당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로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조사 초입의 형식적으로 보이는 절차 하나하나가 실제로는 조서의 운명을 좌우하는 셈이고, 변호인이 동석해 있으면 이런 절차 위반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기록해 둘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진술거부권이 만능 전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초기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고, 기록이 확보되기 전까지 진술을 아끼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혐의 내용, 증거 구조, 사건 단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조사 전에 변호인과 진술 전략을 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조사 전 준비 — 동석 효과를 높이는 실무 포인트
변호인 동석의 효과는 조사 당일이 아니라 그 전의 준비에서 갈립니다. 변호인이 사건 경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동석만 하면 현장에서 해줄 수 있는 조력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출석 전에 시간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메시지·통화기록·계약서 등 자료를 변호인과 함께 검토하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방향을 잡아두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실관계 시간순 정리 — 기억에 의존한 즉흥 답변은 진술 번복의 원인이 되므로, 날짜·장소·대화 내용을 미리 정리합니다.
객관 자료 확보 — 메신저 대화, 통화기록, CCTV, 계약서 등은 진술보다 힘이 셉니다. 조사 전에 변호인과 함께 검토합니다.
진술 전략 합의 —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영역을 사전에 정해 둡니다.
조서 열람 원칙 확인 — 서명 전 반드시 전체를 읽고, 진술 취지와 다른 표현은 정정을 요구한다는 원칙을 지킵니다.
조사 후의 복기도 중요합니다.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는 수사기관이 무엇을 의심하고 어떤 증거를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이므로, 동석한 변호인은 이를 토대로 이후 의견서 제출이나 추가 자료 확보 같은 다음 대응을 설계하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변호사를 데려가면 수사기관에 안 좋은 인상을 주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인 참여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보장하는 적법한 권리 행사이고, 수사기관도 변호인 동석 조사를 일상적으로 진행합니다.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으며, 오히려 절차가 정돈되어 조사가 차분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뿐 아니라 검찰 조사에도 변호인이 동석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법문 자체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문을 모두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경찰 단계든 검찰 단계든 동일하게 참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체포·구속된 상태의 신문은 물론 임의 출석 조사에도 적용됩니다.
Q. 수사기관이 변호인 참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정당한 사유, 즉 신문 방해나 수사기밀 누설 우려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근거 없는 거부나 퇴거 요구는 위법한 처분으로서 준항고 등으로 다툴 수 있고, 그렇게 작성된 조서는 증거능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거부 사유를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하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변호인이 조사 중에 대신 답변해 줄 수도 있나요?
A. 답변 자체는 피의자 본인이 해야 합니다. 변호인이 신문을 대신 받거나 답변을 일일이 불러주는 방식은 신문 방해로 평가되어 참여 제한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변호인은 부당한 신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하며, 필요하면 상의를 위한 휴식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조력합니다.
Q.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하고 조사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의 고지 없이 이루어진 신문으로 얻은 진술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고지 여부에 대한 답변이 자필로 기재되지 않았거나 서명·기명날인이 없는 등 방식 위반이 있는 조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로 고지가 있었는지는 다툼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사 직후 변호인과 상황을 복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형편상 모든 조사에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데, 일부만 동석시켜도 의미가 있나요?
A. 의미가 있습니다. 사건의 방향은 대개 첫 피의자신문에서 정해지므로, 전부가 어렵다면 최소한 첫 조사만이라도 변호인 동석과 사전 준비를 갖추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후 단계는 조사 결과를 보고 서면 대응 중심으로 조력 범위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맺음말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보장하는 권리이고, 헌법재판소가 2016헌마503 결정에서 확인했듯 변호인은 피의자 곁에서 실질적으로 조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 받는 첫 조사에서 남긴 진술 한 줄이 사건 전체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조사 전에 변호인과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동석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특히 진술거부권 고지, 조서 열람·정정 같은 절차적 권리는 그 순간이 지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을 비롯해 어디에서 조사를 받든, 출석 통보를 받은 단계에서 형사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담해 진술 전략과 동석 여부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준비된 한 번의 조사가 준비 없는 여러 번의 조사보다 낫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