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될까 —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강제추행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될까 —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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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고소/소송절차

강제추행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될까 —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강대현 변호사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이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없는데 어떻게 처벌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형사재판 실무에서 피해자 진술은 그 자체로 독립된 증거이며, 실제로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져 무죄가 확정되는 사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결국 이런 사건의 승부처는 "피해자 진술을 법원이 믿을 수 있는가"라는 한 지점으로 모입니다. 이 글에서는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 그 신빙성을 어떻게 다투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강제추행 사건,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가능한 이유

형사재판은 증거재판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법정 진술도 엄연한 "증거"라는 점입니다. 진술 증거라고 해서 CCTV나 DNA 같은 물적 증거보다 법적으로 열등한 것이 아니며, 법관이 그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것만으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강제추행을 비롯한 성범죄는 범행의 성격상 단둘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애초에 목격자나 영상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회식 후 귀가를 도와주는 차량 안에서 일어났다고 주장되는 사건이라면, 그 공간을 비추는 카메라도 제3의 목격자도 없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법원도 이런 특성을 전제로,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면 유죄를 선고해 왔습니다.

피해자 진술은 그 자체로 독립된 증거이며, 신빙성이 인정되면 별도의 물적 증거 없이도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 법원은 이 네 가지를 본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진술을 믿을지 말지를 정할까요. 대법원이 확립한 판단 틀은 비교적 일관됩니다. 피해자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자체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들여다보는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진술의 일관성 — 고소장, 경찰 조사, 검찰 조사, 법정 증언에 이르기까지 행위의 핵심 내용(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이 유지되는지를 봅니다.

  • 경험칙상 합리성 — 진술 내용이 그 자체로 모순되거나, 통상의 경험에 비추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가 아닌지를 봅니다.

  • 허위 진술의 동기 — 금전 요구, 원한 관계, 관계 청산 과정의 갈등 등 무고할 만한 사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지를 봅니다.

  •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 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 주변인의 전문 진술, 사건 전후의 행적이 진술 내용과 맞아떨어지는지를 봅니다.

주의할 점은 이 기준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무죄"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기억의 한계에서 오는 지엽적인 불일치, 예컨대 정확한 시각이나 좌석 위치 같은 부분의 착오는 신빙성을 깨는 사정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신빙성을 흔들려면 행위 자체의 존재나 핵심 경위에 관한 모순이어야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 판결 이후 — "피해자답지 않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진짜 피해자라면 즉시 신고했을 것이다", "피해를 당했다면서 가해자와 계속 연락한 것은 이상하다"는 식의 항변이 자주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이런 논리에 분명한 제동을 걸었습니다. 법원이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통상의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였어야 할 반응"을 상정해 놓고 그 통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진술의 합리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이 판결의 취지는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나이, 성별, 가해자와의 관계, 사회적 지위 등 구체적 처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하 직원이 사건 후에도 회식에 참석하고 업무 메신저에 평소처럼 답장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고용관계에서 오는 불이익의 두려움을 고려해 그 사정만으로는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 이 판례가 가지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고소가 늦었다", "사건 후 태도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주장만으로 방어하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다툼의 초점은 진술 자체의 모순과 객관적 자료와의 불일치로 옮겨가야 합니다.

피해자다움에 기댄 방어는 판례상 배척됩니다. 신빙성 다툼은 진술 내용 자체의 모순과 객관적 증거의 대조로 해야 합니다.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 — 성립 문턱은 낮아지고, 진술 공방은 더 중요해졌다

강제추행죄를 규정한 형법 제298조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폭행·협박이 먼저 있고 추행이 뒤따르는 유형에서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약 40년간 유지되던 이 기준을 폐기했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 또는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가 있으면 폭행·협박 요건이 충족됩니다.

이 변경이 피고소인에게 가지는 실무적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유형력이 약했다", "항거가 곤란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다툼의 실익이 크게 줄었습니다. 손목을 잡아끌거나 갑자기 신체에 접촉하는 정도로도 폭행 요건은 충족될 수 있습니다. 둘째, 그 결과 사건의 승부처는 "그 접촉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가", "있었다면 추행의 고의와 강제성이 인정되는가"로 이동했고, 이는 결국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공방이 사건 전체를 좌우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방법 — 객관적 자료로 모순을 드러내라

신빙성 다툼은 막연히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을 설득하려면 진술의 변화와 객관적 자료의 불일치를 구체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변호인이 하는 작업은 크게 세 단계입니다. 먼저 고소장, 경찰 진술조서, 검찰 진술, 법정 증언을 시간 순으로 놓고 핵심 내용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추적합니다. 행위의 내용이나 횟수, 장소가 단계마다 달라졌다면 그 변화가 기억의 한계로 설명되는지, 아니면 진술을 보강하려는 의도로 보이는지를 분석합니다.

다음으로 객관적 자료와의 대조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그날 밤 11시경 사무실에서 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는데, 피고소인의 교통카드 기록과 카드 결제 내역이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 있었음을 보여준다면 진술의 핵심이 흔들립니다. 메신저 대화의 맥락, 통화 시각과 길이, 건물 출입 기록, 사건 직후 피해자가 제3자에게 보낸 메시지의 내용도 모두 대조 대상이 됩니다. 사건 직후의 정황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수사 초기에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허위 진술의 동기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고소 직전에 금전 요구가 있었다거나, 관계 정리 과정에서 보복을 예고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면 이는 신빙성 판단에 의미 있는 자료가 됩니다. 다만 동기에 관한 주장은 근거 없이 제기하면 오히려 2차 가해로 비쳐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자료가 뒷받침될 때에만 신중하게 제출해야 합니다.

고소당한 직후,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진술 신빙성을 다투는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의 실수가 치명적입니다. 신빙성 공방은 결국 양쪽 진술과 정황의 싸움인데, 피고소인이 스스로 불리한 정황을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실무에서 가장 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행동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찾아가는 것 — 사과든 항의든 2차 가해 또는 증거인멸·회유 시도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합의 의사 타진은 반드시 변호인이나 형사조정 절차를 통해야 합니다.

  • 경찰 조사에서 분위기에 눌려 일단 인정하고 나중에 번복하는 것 — 피의자의 진술 번복은 피해자의 진술 번복보다 훨씬 가혹하게 평가되며, 이후 어떤 주장을 해도 신빙성이 깎입니다.

  • 휴대전화 메시지나 사진을 삭제하는 것 —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되는 경우가 많고, 삭제 행위 자체가 증거인멸 정황으로 남습니다.

  • SNS나 직장 단체방에 해명 글을 올리는 것 — 사실관계를 스스로 고정시켜 이후 방어의 폭을 좁히고, 명예훼손 등 별건 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첫 경찰 조사 전에 사건 경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객관 자료(메시지, 통화·결제 기록, 동선 자료)를 확보하며, 가능하다면 조사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의 방향을 일관되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첫 진술조서는 이후 모든 절차의 기준점이 되므로, 이 단계의 준비가 사건 전체의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CTV도 목격자도 없는데 정말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피해자 진술도 독립된 증거이므로, 법원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 다른 물적 증거 없이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므로, 사건의 핵심은 결국 진술 신빙성 공방입니다.

Q. 피해자가 몇 달 뒤에야 고소했는데, 그만큼 신빙성이 떨어지지 않나요?

A. 고소 지연만으로 신빙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18도7709 판결 이후 법원은 피해자의 처지에 따라 신고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심리합니다. 다만 지연된 기간 동안의 객관적 정황(메시지, 관계의 양상)이 진술 내용과 모순된다면 그 부분은 유의미한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Q. 피해자 진술이 조사 단계마다 조금씩 바뀌면 무죄가 되나요?

A. 바뀐 부분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시각이나 위치 같은 지엽적 사항의 착오는 기억의 한계로 보아 신빙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반면 추행 행위 자체의 내용, 횟수, 핵심 경위가 단계마다 달라졌다면 신빙성을 흔드는 중요한 사정이 되므로, 진술조서들을 정밀하게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Q. 억울하면 무고로 맞고소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A. 신중해야 합니다. 무고죄는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점과 허위임을 알았다는 점까지 입증되어야 하므로 인정 문턱이 높고, 본 사건이 끝나기 전의 성급한 맞고소는 수사기관에 방어가 아니라 보복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통상은 본 사건의 불송치·무혐의·무죄를 먼저 받아낸 뒤 무고 고소를 검토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Q.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되면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형법 제298조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초범이고 합의가 된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사례도 있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형벌 외에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등 보안처분이 따를 수 있어 형량만으로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Q. 첫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 상담이 꼭 필요한가요?

A. 진술 신빙성이 쟁점인 사건일수록 필요성이 큽니다. 첫 진술조서는 이후 검찰·법원 단계에서 피의자 진술의 일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되고, 한 번 잘못 고정된 진술은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진술의 범위와 방향을 설계해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 준비입니다.

맺음말

강제추행 고소 사건에서 "증거가 없으니 괜찮다"는 안심은 위험합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가능하다는 것이 확립된 실무이고,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성립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진술 신빙성 공방의 비중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반대로 진술의 모순과 객관적 자료의 불일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면 무혐의와 무죄로 가는 길도 분명히 열려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점입니다. 사건 직후의 메시지, 결제·이동 기록, 주변 정황은 시간이 지나면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첫 진술조서는 사건 전체의 방향을 고정시킵니다. 수원과 경기 남부 지역을 비롯해 어디에서 조사를 받게 되든, 첫 조사 전에 형사 사건 경험이 충분한 변호사와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 초기의 한 걸음이 결과를 바꿉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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