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고소당했을 때 — 폭행·협박 기준 바뀐 2023 대법원 판례와 대응
강제추행 고소당했을 때 — 폭행·협박 기준 바뀐 2023 대법원 판례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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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강제추행 고소당했을 때 — 폭행·협박 기준 바뀐 2023 대법원 판례와 대응 

강대현 변호사

누군가와 신체 접촉이 있었던 상황을 두고 갑자기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하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강하게 붙잡거나 협박한 적도 없는데 죄가 되나"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통용됐습니다. 그런데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이 크게 바뀌면서, 종전이라면 무죄가 나왔을 사안도 유죄로 판단될 여지가 생겼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바뀐 기준이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강제추행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298조와 보호법익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범죄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하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죄가 보호하려는 핵심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즉 누구와 어떤 성적 접촉을 할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지, 단순히 피해자가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따지는 죄가 아닙니다. 이 보호법익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을 어느 정도로 요구할지가 달라지는데, 바로 이 지점이 2023년 판례 변경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바뀌었나 — 폐기된 '항거곤란' 기준

과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을 이른바 '최협의'로 좁게 해석했습니다. 즉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유형력이나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기준에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거나 저항이 쉬웠다고 평가되면, 추행 자체가 있었더라도 강제추행죄가 부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항거곤란' 기준을 폐기했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가 없고,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폭행·협박과 같은 의미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거곤란을 요구하던 종전의 해석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고, 피해자의 저항 여부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변경의 핵심 이유였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폭행)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면(협박) 충분하다.

새 판단 기준 — 폭행·협박을 어떻게 보나

변경된 기준에서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폭행'은 반드시 상대를 제압할 만큼 강할 필요 없이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면 족합니다. 둘째, '협박'은 일반적으로 보아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면 충분합니다. 폭행죄·협박죄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같아진 것입니다.

다만 이는 추행 행위만 있으면 무조건 처벌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어떤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에 해당하는지를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함께 살피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행위의 목적과 의도 —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 우발적·일상적 접촉과 구분되는지를 본다.

  • 구체적 행위 태양과 내용 — 접촉 부위·방법·강도 등 행위 자체의 성격을 평가한다.

  • 행위의 경위와 당시의 정황 — 어떤 상황에서 어떤 흐름으로 행위가 이루어졌는지를 본다.

  •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 지위·친분·위력 관계가 행위 평가에 영향을 준다.

  • 상대방이 받은 고통의 유무와 정도 — 피해자가 느낀 침해의 실질을 함께 고려한다.

실제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나 — 구체 예시

예를 들어 직장 회식 자리에서 상급자가 부하 직원의 신체를 갑자기 만진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종전 기준이라면 "물리적으로 제압당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곧바로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폭행·협박이 부족하다고 다툴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 기준에서는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될 수 있어, 추행의 기습성과 정황이 인정되면 강제추행죄 성립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모든 신체 접촉이 곧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원 지하철에서의 우연한 접촉처럼 성적 의도가 없고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접촉은 추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다툼의 무게중심이 '저항이 곤란했는가'에서 '성적 의도와 행위의 성격, 정황'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따라서 방어든 고소든, 행위 당시의 맥락과 의도를 어떻게 설명하고 증명하느냐가 결정적입니다.

고소·수사 단계에서 점검할 실무 사항

강제추행 사건은 목격자나 영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 됩니다. 그만큼 초기 대응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면, 이후 정정하더라도 신빙성에 흠이 생겨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소를 당한 입장이라면 당시 정황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 — 메시지 내역, 동선, CCTV, 함께 있던 사람의 진술 등 — 을 빠짐없이 확보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어 고소를 고민한다면, 사건 직후의 메시지·일기·주변에 알린 내역 등 정황 증거가 진술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진술 조사 전에 법률 전문가와 사실관계와 쟁점을 정리한 뒤 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처벌 수위와 양형, 부수 처분

강제추행죄는 유죄가 인정되면 형사처벌에 더해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 부수 처분이 따를 수 있어, 단순 벌금형이라도 그 파급력이 큽니다. 따라서 사건의 성패는 형의 종류뿐 아니라 이런 부수 처분의 부과 여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양형 단계에서는 행위의 태양과 피해 정도, 전과 유무,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반성의 정도 등이 두루 고려됩니다. 특히 진지한 합의는 양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합의 과정에서 무리한 접촉이 또 다른 문제(스토킹·보복 우려 등)로 비화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세게 붙잡거나 위협하지 않았는데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준이 폐기되어,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성적 의도와 행위의 성격·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모든 접촉이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Q.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무죄 아닌가요?

A. 저항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뀐 기준은 피해자의 저항 여부가 아니라 행위 자체가 폭행·협박에 해당하는지를 봅니다. 갑작스러운 기습추행처럼 저항할 틈이 없었던 경우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고소를 당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기억이 불완전하더라도 추측으로 진술하면 일관성이 깨져 불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메시지·동선·CCTV 등 객관적 자료로 당시 정황을 재구성하고, 진술 조사 전에 전문가와 쟁점을 정리한 뒤 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여서 합의만으로 당연히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지한 합의는 기소 여부나 양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합의 과정에서 또 다른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히 진행해야 합니다.

Q.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되면 전과 외에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A. 신상정보 등록, 일정 기관에 대한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 부수 처분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벌금형이라도 이런 처분이 함께 내려질 수 있어, 사건 초기부터 부수 처분 가능성까지 고려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기준은 '항거곤란'에서 폭행죄·협박죄와 같은 수준으로 완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다툼의 초점이 피해자의 저항 정도에서 행위의 성적 의도와 정황으로 옮겨갔고, 종전이라면 다투어 볼 만했던 사안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고소를 당한 사람에게도,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도 모두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키웁니다. 진술의 신빙성과 정황 증거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만큼, 감정적 대응보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쟁점을 짚는 것이 우선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혼자 결론을 내리기 전에 형사 전문 변호사와 사안을 상담해 대응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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