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무효확인, 유언장이 있어도 다툴 수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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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무효확인, 유언장이 있어도 다툴 수 있는 경우 

하정림 변호사

유언무효확인과 유언취소소송, 유언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상속 분쟁에서 유언장은 강한 힘을 가진다. 부모님이 남긴 마지막 의사라는 이유로, 가족들은 쉽게 반박하지 못한다. 특히 공정증서 유언이나 자필 유언장이 발견되면 많은 분들이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언장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대로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언은 일반적인 계약보다 훨씬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에는 진짜 의사를 다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은 유언의 방식을 제한하고, 그 요건을 지키지 않은 유언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때 문제 되는 소송이 유언무효확인소송과 유언취소소송이다. 두 소송은 이름이 비슷하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유언무효확인은 유언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고, 유언취소는 일단 성립한 유언을 일정한 사유로 취소하는 문제다. 이 차이를 놓치면 소송의 방향도 흔들린다.

유언은 자유롭지만 방식은 자유롭지 않다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로 정하고 있다. 이 다섯 가지 방식 외의 유언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한다. 일부만 타인이 대신 작성했거나, 날짜가 불명확하거나, 주소나 날인이 빠진 경우에는 무효가 문제 될 수 있다. 단순히 내용이 분명하고 가족들이 유언자의 뜻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하자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공정증서 유언도 마찬가지다. 공증인이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면 안 된다. 유언자의 의사 확인, 증인 참여, 구수와 낭독, 승인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유언은 당시 의사능력과 절차의 적법성이 함께 쟁점이 된다.

유언무효확인소송의 핵심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는가

유언무효확인소송은 유언이 애초에 효력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받는 절차다. 대표적인 사유는 방식 위반, 유언능력 부존재, 의사능력 결여, 위조 또는 변조,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 부존재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것은 자필증서 유언의 형식 하자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다. 자필 유언장의 경우 글씨가 유언자의 필적인지, 날짜와 주소가 제대로 기재되었는지, 날인이 있는지, 사후에 누군가 문구를 추가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는지가 문제 된다.

의사능력도 중요하다. 유언자가 치매, 중증 질환, 섬망, 약물 영향 등으로 유언의 의미와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유언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병명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언 당시의 인지 상태, 진료기록, 간호기록, 약물 투약 내역, 가족·의료진의 진술, 유언 작성 전후의 행동을 종합해 봐야 한다.

결국 유언무효확인소송은 유언장의 문구만 보는 소송이 아니다. 유언이 작성된 날, 그 장소, 누가 옆에 있었는지, 어떤 절차로 작성되었는지, 유언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하나씩 확인하는 소송이다.

유언취소소송은 무효와 다른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

유언취소소송은 유언무효와 구별해야 한다. 무효는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고, 취소는 일정한 취소 사유가 있을 때 그 효력을 소급적으로 없애는 구조다. 유언취소가 문제 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유언이다. 특정 상속인이 허위 사실을 말해 유언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었거나, 압박과 위협을 통해 특정 내용의 유언을 하게 한 경우다.

이때는 단순히 유언 내용이 불공평하다는 사정만으로 부족하다. 유언자의 의사 형성 과정이 왜곡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또 다른 유형은 부담 있는 유증이다. 예를 들어 특정인에게 재산을 주되, 그 대신 부모의 묘소 관리나 다른 가족에 대한 일정한 지급을 하라는 부담을 붙인 경우가 있다. 수증자가 그 부담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속인이나 유언집행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요구하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을 때 법원에 유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유언취소소송은 유언장 자체가 형식적으로 잘못되었는지를 따지는 소송과 다르다. 유언이 만들어진 과정, 또는 유언으로 이익을 받은 사람이 사후에 부담을 이행했는지가 핵심이다.

불공평한 유언과 무효인 유언은 다르다

상속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유언 내용이 너무 불공평하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피상속인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유언으로 처분할 자유가 있다. 특정 자녀에게 더 많이 주거나, 일부 상속인을 배제하는 내용의 유언도 그 자체만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유언이 불공평하다는 사정은 유류분반환청구의 문제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곧바로 유언무효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송을 준비할 때는 먼저 방향을 정해야 한다. 유언의 방식이나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유언무효확인소송을 검토해야 한다. 유언은 유효하지만 최소 상속분이 침해되었다면 유류분반환청구가 맞을 수 있다. 유언이 사기나 강박으로 이루어졌거나 부담부 유증의 의무 불이행이 문제라면 유언취소소송을 따져야 한다.

증거는 유언 작성 전후의 시간표로 정리해야 한다

유언무효확인과 유언취소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표다. 유언자가 언제부터 건강이 나빠졌는지, 유언장 작성일 전후로 병원 진료를 받았는지, 약물 복용이나 입원 기록이 있었는지, 누가 유언 작성을 주도했는지, 유언 이후 재산 처분이나 가족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자필증서 유언이라면 원본 확보가 중요하다. 사본만으로는 필적, 날인, 수정 흔적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필적감정, 인영 감정, 문서감정을 검토해야 한다. 공정증서 유언이라면 공증 과정의 절차와 증인 적격, 유언자의 구수 여부, 당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록도 핵심 증거가 된다. 진단명보다 중요한 것은 유언 당시 판단능력이다. 같은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상태가 일관되게 중증이었는지, 일시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부분은 법원이 매우 신중하게 본다.

유언무효확인과 유언취소소송은 유언자의 진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

유언 분쟁은 가족에게 가장 예민한 상속 분쟁 중 하나다. 유언장을 지키려는 쪽은 고인의 마지막 뜻이라고 말하고, 다투는 쪽은 그 유언이 진짜 뜻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양쪽 모두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이 보는 핵심은 비교적 분명하다. 유언이 민법상 방식에 맞게 작성되었는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사기나 강박으로 의사 형성이 왜곡되었는지, 부담부 유증의 경우 의무 불이행이 있었는지다.

그래서 유언장이 발견되었다면 먼저 흥분하기보다 문서부터 봐야 한다. 작성 방식, 날짜, 서명과 날인, 작성 경위, 당시 건강 상태, 주변인의 관여 정도를 차분히 확인해야 한다. 유언이 유효한지 무효인지, 취소할 수 있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유언무효확인과 유언취소소송은 고인의 뜻을 부정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오히려 고인의 진짜 의사가 법이 정한 방식 안에서 제대로 남겨졌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유언장 한 장으로 모든 상속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유언장이 법적으로 버틸 수 있는 문서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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