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임대인만 상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선순위 임차보증금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청구와 공제금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가구주택 전세라면 2025년 12월 대법원이 선고한 2024다283668 판결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지금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임대차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꺼내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공인중개사도 전세사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공인중개사법은 개업공인중개사에게 계약 전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성실하게 설명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됩니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핵심은 "임대인이 나쁜 사람인가"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가 계약 당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임차인이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쟁점입니다.
책임 판단의 기본 3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임차인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설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세 가지가 모두 인정되어야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중개사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어디까지 설명하라고 했나요?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4다283668 판결은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8개 호실짜리 다가구주택 중 한 호실을 보증금 1억 1,000만 원에 임차했고, 경매에서 한 푼도 배당받지 못했습니다.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함"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임차인도 옆에 "구두로 설명들음"이라고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임대인이 자료를 거부했더라도, 공인중개사는 다가구주택의 전체 세대수, 건물 규모, 인근 전세 시세를 바탕으로 선순위 임차보증금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추산해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심급별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심이 책임을 60%로 제한한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라도 손해 전액이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임차인이 위험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었는지도 함께 판단합니다.
"선순위가 많을 수 있다"는 말은 왜 부족한가요?
"선순위가 있다"는 말과 "선순위 보증금이 수억 원 규모일 수 있어, 경매 시 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전자는 위험의 존재만 알립니다. 후자는 위험의 크기와 결과를 알려줍니다.
이 사건에서 계약 당시 상황을 보면, 채권최고액 7억 1,5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있었고 나머지 7개 호실에 합계 7억 4,000만 원의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이 있었습니다. 건물 감정평가액이 약 13억 원이었으니, 이미 보증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확인·설명서에 "구두 설명함"이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그 설명이 숫자 없는 경고에 불과했는지, 아니면 보증금 회수 불능 가능성까지 포함한 설명이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다가구주택 전세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만 봐서는 다른 호실의 임차보증금을 알 수 없습니다. 각 호실이 별도 등기가 되지 않고 건물 전체가 하나의 부동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내 보증금은 몇 번째로 배당받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등기부의 근저당권뿐 아니라, 다른 호실 임차인들의 보증금 규모와 확정일자 순위까지 알아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에게 이 자료를 요구하고, 임대인이 거부하더라도 세대수와 시세를 바탕으로 위험을 추산해 설명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을 보여주고 근저당권만 설명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설명이라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협회 공제금,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인중개사가 가입한 공제계약을 통해 공제금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와 함께, 공인중개사 및 공제사업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공제금청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공제금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지급되지 않습니다.
공제금청구 검토 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인중개사의 과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임차인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공제 한도와 공제계약 내용이 무엇인지
공제 한도 안에서만 지급되므로, 손해액 전액을 공제금으로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담 단계에서 공제금 한도와 피고 구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사건도 해당되는지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에 해당하는 상황이 많을수록 공인중개사 책임 검토 필요성이 높아집니다.
계약 상황
☐ 다가구주택 전세계약이었다
☐ 확인·설명서에 "선순위 있음" 같은 추상적 문구만 있다
☐ 근저당권 설명은 들었지만 다른 호실 보증금은 설명받지 못했다
☐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말을 들었다
손해 발생
☐ 경매절차가 개시됐거나 이미 종결됐다
☐ 배당에서 전혀 받지 못했거나 일부만 받았다
☐ 선순위 채권자들이 먼저 배당받아 내 보증금 차례가 오지 않았다
증거 보유
☐ 임대차계약서와 확인·설명서 사본이 있다
☐ 공인중개사와 나눈 문자·카카오톡이 남아 있다
☐ 배당표 또는 경매개시결정문이 있다
상담 전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나요?
자료 준비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차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 권리관계란·특약사항·공인중개사 서명 부분을 꼼꼼히 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건축물대장 — 계약 당시 권리관계와 다가구·다세대 여부 확인
확정일자·전입신고 관련 자료 — 임차인의 대항력·우선변제권 확인
경매개시결정문, 배당표 — 경매가 진행됐다면 손해액 계산의 핵심 자료
공인중개사와 나눈 문자·카카오톡·통화 녹취 — "안전하다", "괜찮다"는 말이 있었다면 반드시 정리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관련 자료 — 신청했거나 결정받은 경우 함께 준비
상담 전에 "억울하다"는 설명보다 자료를 먼저 정리하면, 공인중개사 과실 가능성, 공제금청구 가능성, 임대인 상대 회수 가능성을 훨씬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의 기억과 설명이 달라질 수 있고, 소멸시효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 상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빠르게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경매가 진행 중이거나 배당기일이 잡혀 있다
이미 배당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
확인·설명서에 선순위 보증금 금액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다
공인중개사로부터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피해가 발생했다
처음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소송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 책임 가능성, 공제금청구 가능성, 임대인 상대 회수 가능성을 먼저 구분해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대응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계약서, 확인·설명서, 배당표 등 핵심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면 상담 효율이 높아집니다.
FAQ 5개
Q1. 공인중개사가 "위험하다"고 말했는데도 청구할 수 있나요? 위험이 있다고 말한 것과, 위험의 규모와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다릅니다. "선순위가 있다"는 말만 했다면 대법원 2024다283668 판결에 따라 부족한 설명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경매 시 보증금을 못 받을 수 있는지까지 설명받았는지가 핵심입니다.
Q2. 확인·설명서에 제가 서명했는데 불리하지 않나요? 서명이 있으면 불리한 요소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서명만으로 공인중개사의 모든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확인·설명서에 구체적인 금액과 위험이 적혀 있었는지, 실제로 어떤 내용을 설명받았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Q3. 경매가 이미 끝났어도 공인중개사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경매가 종결되어 배당을 받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면 손해액이 구체화된 상태입니다. 다만 소멸시효와 증거 보존 문제가 있으므로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4. 공제금은 중개사 과실이 인정되면 바로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공제금은 중개사의 과실, 실제 손해,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청구할 수 있고, 공제 한도 내에서만 지급됩니다. 소송 또는 분쟁 과정에서 입증자료가 필요합니다.
Q5.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을 받으면 손해배상소송도 저절로 되나요? 두 절차는 별개입니다.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은 특별법상 지원을 받기 위한 행정 절차입니다. 공인중개사 손해배상소송은 손해를 직접 회수하기 위한 민사절차로,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다만 피해 사실과 관련 자료는 두 절차에서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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