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았어도, 사망 신고를 한 사람이 사실혼 배우자라 하더라도, 민법상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동거 가구는 2015년 약 6만 가구에서 2020년 11만 가구를 넘어섰고, 60세 이상 황혼 동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한쪽이 사망한 뒤에야 자신이 법적으로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는 위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혼 배우자 상속 불인정이라는 법리를 모른 채 30년, 40년을 함께 살아온 분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습니다.
왜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을 못 받는가
민법 제1003조는 상속인의 범위를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그리고 법률혼 배우자로 한정합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이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판례도 일관됩니다. 사실혼은 생존 중에는 상당한 보호를 받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일부 사회보장제도상의 배우자 지위까지 인정됩니다. 그러나 한쪽이 사망하는 순간 사실혼은 상속의 영역에서 완전히 배제됩니다. 사실혼 해소 시 인정되던 재산분할청구권조차 상대방의 사망에는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30년을 함께 산 사실혼 배우자가, 망인의 전혼 자녀 또는 형제자매에게 거주하던 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받는 일입니다. 법적으로 그 집은 상속재산이고, 사실혼 배우자는 점유자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생전 대안 설계가 필수다
법이 안 바뀌는 이상, 답은 하나뿐입니다. 살아 있을 때 미리 설계해 두는 것입니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다면, 사후가 아니라 생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대안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1 혼인신고를 하는 방법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대안입니다. 법률혼이 되면 즉시 1순위 공동상속인이 되고, 5억 원의 배우자 상속공제까지 받습니다. 다만 자녀들의 정서적 반발, 종전 배우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2 유언공정증서 작성
특정 재산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을 공증인 앞에서 공정증서로 남기는 방법입니다. 자필증서보다 분실, 위조, 검인 분쟁 위험이 거의 없어 가장 안정적입니다. 다만 자녀 등 법정상속인의 유류분(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은 침해할 수 없습니다.
3 생전 증여
주거용 부동산이나 일정 금액을 살아 있을 때 미리 이전해 두는 방식입니다. 증여세 부담은 있지만 사후 분쟁 가능성이 가장 낮습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세법상 가족이 아니어서 배우자 증여공제(6억 원)를 받지 못한다는 점은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4 생명보험 수익자 지정
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라 수익자의 고유재산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를 수익자로 지정해 두면 상속분쟁과 분리하여 직접 수령할 수 있습니다. 노후 생활비 확보 수단으로 가장 자주 권하는 설계입니다.
5 주거 보호 장치
망인 명의 주택의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 일정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사용대차 또는 임차권을 설정해 둘 수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을 갖춰 두면 대항력이 생겨 상속인의 일방적 명도 요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유류분이라는 마지막 변수
유언이나 증여를 했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유류분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직계비속과 법률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최소한 보장받습니다. 사망 전 1년 이내의 증여, 그리고 상속인에게 한 증여(기간 제한 없음)는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됩니다.
실무에서 흔한 오해
전 재산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유증한다고 유언해도, 자녀가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면 절반은 다시 넘겨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설계 단계에서 유류분 침해 여부를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보험·주거권·일부 증여를 조합해 실질 수령액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2024년 헌법재판소가 형제자매의 유류분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만이 유류분권자로 남게 되었습니다. 망인에게 자녀가 없고 형제자매만 있는 경우라면, 종전보다 유언에 의한 자유로운 재산 처분의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이는 자녀 없이 함께 사는 노년 사실혼 부부에게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세금이라는 현실적 장벽
법적 보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세금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세법상 배우자가 아니어서 5억 원의 배우자 상속공제도, 6억 원의 배우자 증여공제도 적용받지 못합니다. 유증을 받더라도 일반 상속인보다 세 부담이 크고, 일정 경우 할증과세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보험금 수익자 지정, 분할 증여, 신탁 활용 등을 통해 세 부담을 분산시키는 설계를 함께 권합니다. 특히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본인이 수익을 누리고, 사망 시 사실혼 배우자에게 수익권이 이전되도록 설정할 수 있어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망과 시사점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자는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수차례 있었지만, 가족질서 혼란과 입증 곤란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단기간 내에 법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법이 보호해주지 않는 영역은 계약과 설계로 메워야 합니다. 사실혼 관계가 길수록, 함께 일군 재산이 많을수록, 자녀 관계가 복잡할수록 생전 설계의 필요성은 커집니다. 한쪽이 갑자기 쓰러진 뒤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모든 대안은 두 사람이 모두 건강할 때 작동합니다.
변호사의 코멘트
더감 법률사무소 · 경기도 수원시
사실혼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한쪽이 사망한 뒤에야 상담실을 찾아오시는 경우입니다. 그 시점에는 법적으로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함께 사신 기간이 길고 재산이 얽혀 있다면, 두 분 모두 건강하실 때 유언·증여·보험·신탁을 조합한 설계를 미리 받아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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