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혼 및 가사 전문 변호사 김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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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특별한 판결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사실혼 관계가 파탄난 후 함께 키우던 반려견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유권 다툼입니다. 법원의 판단 기준이 일반적인 예상과 달라 많은 분들이 놀라실 수 있는 내용이라, 사실혼이나 동거 중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6. 3. 10. 선고한 2025가단170 판결
반려견은 이제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입니다. 그렇기에 관계가 끝날 때 반려견을 누가 데려가느냐의 문제는 재산 분쟁 못지않게 당사자들에게 깊은 상처가 됩니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에서 반려동물은 여전히 '물건'으로 분류되는 유체동산이고, 그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생각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따릅니다.

1. 서론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동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함께 키우던 반려동물을 두고 이별 후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등록제도가 시행되면서 "내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내 소유"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만, 법원은 이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2026. 3. 10. 선고한 2025가단170 판결에서, 원고가 자신의 이름으로 동물등록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반려견이 원고의 특유재산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반려동물 소유권 분쟁에서 동물등록의 법적 의미와 한계, 사실혼 관계에서의 특유재산 인정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사건의 개요
원고와 피고는 2014년경부터 교제하기 시작하여 2016. 3.경부터 동거하다가 2018. 9. 1.경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다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2020. 1.경부터 피고 명의로 매수한 천안시 서북구 소재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하다가 2023. 1.경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이후 원고는 서울 등지에서, 피고는 위 천안시 아파트에서 각각 별거하였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사실혼관계는 2023. 5. 1.경 해소되었습니다.
문제의 반려견은 카네 코르소(Cane Corso) 품종의 수컷 강아지입니다. 피고는 SNS를 통해 알게 된 C라는 사람에게 400,000원을 지급하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강아지를 분양받았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동거하는 동안 이 반려견을 함께 양육하였고, 원고는 2017. 3. 16.경 이 반려견을 동물보호법에 따라 자신의 소유로 하여 동물등록을 마쳤습니다.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2023. 5. 1.경부터 피고가 이 반려견을 단독으로 점유하며 양육하고 있었고, 피고는 2024. 7. 8.경 이 반려견을 자신의 소유로 하여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등록을 다시 마쳤습니다.

판결문 중 일부 발췌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2024. 7. 4.경 피고의 재혼 소식을 듣고 피고에게 반려견을 데려가겠다고 연락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원고는 결국 소송을 제기하여 피고에게 이 반려견의 인도를 청구하였습니다. 원고의 주장은, 이 반려견은 원고가 혼인 전부터 가진 특유재산인데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무단으로 계속 점유하고 있으므로, 소유자인 원고에게 반려견을 인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반려견은 피고가 혼인 전부터 가진 피고의 특유재산이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혼관계가 해소될 무렵 원고가 피고에게 반려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였거나 묵시적으로 증여하였으며, 원고는 관계가 끊어진 뒤 관심도 없다가 피고의 재혼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갑자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맞섰습니다.
3.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이 반려견이 원고의 특유재산인지, 아니면 피고의 특유재산인지, 또는 두 사람의 공유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사실혼 관계에 있는 당사자에게도 민법 제830조의 특유재산 및 공유추정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이 소유권의 귀속이나 변동을 결정짓는 효력을 가지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4.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법원은 우선 사실혼 관계에도 민법 제830조가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이므로, 법률혼에 관한 민법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지만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규정은 사실혼 관계에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므15841 판결의 법리를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민법 제830조도 사실혼 관계에 적용되고,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동산이거나 혼인 중 취득한 동산으로 그 취득경위가 증명된 때에는 그 단독소유가 되고 그 후 권리가 이전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그 일방이 계속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된다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공동소유인 경우의 법리에 관하여,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그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3157 판결 참조). 공유자가 2인인 경우 각 지분(1/2)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므로, 어느 일방이 협의 없이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더라도 다른 지분권자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그 인도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이 반려견이 원고의 특유재산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반려견을 분양받을 당시인 2015. 11.경 대금은 피고가 전액 부담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그 무렵 원고와 피고가 이미 사실혼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여, 이 반려견은 일응 피고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점, 원고와 피고가 동거하거나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반려견을 함께 양육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두 사람 사이에 반려견의 소유권 귀속에 관하여 특별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어 소유권 귀속이 원고와 피고의 공동소유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제도는 등록대상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 방지 등을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서, 자동차관리법 제6조와 같이 소유권 변동의 효력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등록대상동물의 소유관계를 공시하거나 결정짓는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2023. 5. 1.경 이후 피고가 이 반려견을 단독으로 점유하며 양육하여 왔고, 원고는 피고의 재혼 소식을 듣고 2024. 7. 4.경 연락하기 전까지는 이 반려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반환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이나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반려견이 원고의 특유재산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5.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반려동물 소유권 분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중요한 법리를 정리하였습니다.
우선,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은 소유권의 공시 수단이나 소유권 변동의 요건이 아닙니다. 내 이름으로 동물등록을 해 두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그 동물의 소유자가 되거나, 소유권이 나에게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자동차등록이 소유권 변동의 효력을 가지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다음으로, 사실혼 관계에서도 민법의 특유재산 및 공유추정 규정이 적용됩니다. 동거나 사실혼 기간 중 함께 구입하거나 양육한 반려동물이라 하더라도, 그 취득경위와 소유권 귀속에 관한 논의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소유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소수지분권자는 단독 점유자에 대하여 인도를 청구하는 방식으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즉, 반려동물이 공유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내놓으라"고 소송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6. 판결을 통해 주목해야 할 점
이 판결을 읽으시면서 억울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동물등록까지 내 이름으로 해 두었는데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현재 우리 법원이 반려동물 소유권 분쟁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동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고 계신 분들이라면, 혹시 관계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미리 생각해 두시기 바랍니다.
반려동물을 처음 분양받거나 입양할 때 대금을 누가 부담하였는지, 이후 양육비와 의료비를 주로 누가 지출하였는지가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관련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동물병원 진료기록 등을 평소에 잘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동물등록은 소유권을 결정하지 않지만, 이름과 연락처가 기재된 등록 명의자가 실질적인 돌봄 관계에 있었다는 정황 증거로 작용할 수는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계가 끝난 후 반려동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려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혼자 오랫동안 키워온 상황이 굳어질수록 법적으로 되찾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별 이후의 반려동물 문제는 재산 분할 협의 과정에서 함께 다루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반려동물의 향후 양육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남겨 두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7. 마무리
반려동물을 함께 키웠던 상대방과 헤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가족 같은 반려동물까지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되면 그 고통은 배가 됩니다.
현행법은 반려동물을 아직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고, 그 소유권 판단도 결국 민법의 일반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도 단순한 등록 명의만이 아니라 실제 양육 관계, 취득 경위, 이별 이후의 행동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혼자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전문가와 상황을 찬찬히 짚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여러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함께 방법을 찾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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