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 배우자가 내 국민연금 분할연금을 받아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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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전 배우자가 내 국민연금 분할연금을 받아간다면? 

김의지 변호사

안녕하세요, 이혼 및 가사 전문 변호사 김의지입니다.

오늘은 이혼 후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신 분들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판결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6. 4. 23. 선고한 2025구합54612 판결

법률혼 관계는 유지되었지만 수십 년간 사실상 별거하며 아무런 실질적 부부 공동생활이 없었던 경우, 전 배우자가 분할연금을 청구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오랜 기간 홀로 경제활동을 하며 국민연금을 납부해 오셨는데, 이미 오래 전에 관계가 끝난 전 배우자가 갑자기 분할연금을 청구한다는 통지를 받으셨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우실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억울하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실 것입니다. 이 판결이 그런 상황에 처하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서론

국민연금법은 이혼한 배우자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대방의 노령연금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의 절반을 분할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혼인 기간 중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상대방의 연금 수급권 형성에 기여한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혼인 관계를 유지했더라도, 실제로는 수십 년간 별거하며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된 채 살아온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단순히 혼인신고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 배우자가 분할연금을 받아갈 수 있는 것인지, 이번 판결은 그 물음에 명확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6. 4. 23. 선고한 2025구합54612 판결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 내에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기간은 분할연금 산정을 위한 혼인 기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국민연금공단의 분할연금 지급결정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2. 사건의 개요

원고(A)는 C와 1986. 7. 22. 혼인하였다가 2021. 12. 16. 협의이혼하였습니다. 원고는 1999. 4. 1.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24. 12. 22.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하였고, 2025. 1.부터 노령연금을 지급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C는 2025. 5. 16. 국민연금공단에 원고의 노령연금에 대한 분할연금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원고의 국민연금 납부기간 중 분할연금 산정에 포함되는 혼인기간을 238개월(1999. 4. 1.부터 2021. 12. 16.까지)로 정하고, 원고 노령연금의 50%에 해당하는 월 383,510원을 C에게 분할연금으로 지급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처분이 2025. 6. 26. 원고에게 통지되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고의 주장은, 자신과 C는 1993년경부터 이미 별거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원고의 국민연금 가입 시점은 1999. 4. 1.로, 이미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종료된 이후이므로 가입기간 중 C와의 혼인기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3.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45조의2 제1항 및 제2항에서 열거한 사유(실종, 거주불명 등록, 당사자 간의 합의, 법원의 재판에 의한 인정) 외의 사유로도 분할연금 산정에서 혼인 기간을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시행령에 정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일부 혼인기간을 분할연금 산정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시행령의 열거 사유는 한정적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둘째, 원고와 C 사이에 1993년경부터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것은 구체적인 사실 인정의 문제였습니다.

4.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배척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의 취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규정은 별거, 가출 등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기간으로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그 구체적인 인정 기준과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였을 뿐이며, 혼인기간에서 제외되는 기간의 요건을 한정하여 규율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2017. 12. 19. 국민연금법이 개정된 경위에 주목하였습니다. 개정 전에는 별거,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기간도 일률적으로 혼인 기간에 포함시켜 분할연금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2015헌바182)이 선고된 후 현재와 같이 개정된 것입니다. 그 입법취지는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상대방 배우자의 연금 수급권 형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경우를 분할연금 산정에서 제외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법원은, 시행령 제45조의2에 열거된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기간은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이 정하는 혼인기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① 주민등록 내역을 보면, 원고와 C는 혼인 후 한동안 주소지가 일치하였다가 1993. 8.경 C가 서울 동작구 D동으로, 1993. 9.경 원고가 서울 강남구 E동으로 각각 전입신고를 하였고, 그 이후로는 각자 생활의 근거지를 달리하였습니다.

자녀 양육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녀들은 1993. 8.경부터 원고가 아닌 C 등에 의해 양육된 것으로 보이고, 각 자녀들의 주소지는 1993. 8.경부터 2014년경까지 원고가 아닌 C의 주소지와 동일하였습니다.

② 경제활동 면에서는, 원고는 1993년경부터 단독으로 경제활동을 해 온 것으로 보이고, 그 무렵부터 2021. 12. 16. 협의이혼 시까지 원고와 C가 서로 연락하며 상호 부양하거나 공동 경제생활을 하는 등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을 영위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1993. 9.경부터 원고와 C 사이에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원고의 국민연금 가입기간(1999. 4. 1. 이후) 내에 C와의 혼인기간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C가 분할연금 수급권자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5. 판결을 통해 주목해야 할 점

이 판결을 접하신 분들 중에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음의 사항들을 반드시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첫째, 분할연금 지급결정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포기하지 마십시오.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없었다는 점이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될 수 있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그 처분을 취소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실질적 혼인관계의 부존재는 철저히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이 판단 근거로 삼은 자료들은 주민등록 전입신고 내역, 자녀 양육 현황, 경제활동 및 부양 관계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었습니다. 막연히 "우리는 오래전부터 별거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별거 시점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분할연금 지급결정 처분에 불복하려면 정해진 불복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시간이 지체될수록 권리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통지를 받은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넷째,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실질적 혼인관계 기간의 중첩 여부가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국민연금 가입 시점(1999. 4. 1.) 이전에 이미 실질적 혼인관계가 종료되었다고 인정되었기 때문에 결론이 명확하게 도출될 수 있었습니다. 가입 시점 이후에도 별거 기간이 일부 혼재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별로 실질적 혼인관계의 존부를 면밀하게 따져야 합니다.

마무리

이혼은 법원의 판결문이나 이혼신고서 한 장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혼 후에도 재산 분할, 위자료, 양육비, 그리고 이번 사례처럼 분할연금에 이르기까지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특히 분할연금 문제는 노년의 생활 기반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라 "이제 와서 무슨"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법은 그 시간의 실질을 따지기 때문에 포기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 보시기를 권합니다.

억울한 상황에 홀로 맞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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