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발표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가 2023년 대비 약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구매한 가상자산(아이템, 토지, 아바타 의상 등)에 대한 환불 분쟁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분명 돈을 주고 샀는데 환불이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메타버스 가상자산 환불 문제를 둘러싼 법적 쟁점과 소비자 보호의 현주소,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메타버스 가상자산,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가지나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가상 아이템이나 가상 토지는 현행법상 명확한 법적 지위가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점이 환불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의 두 가지 법적 해석]
1) 디지털콘텐츠로 보는 시각 - 콘텐츠산업진흥법, 전자상거래법 적용 가능
2) 서비스 이용권으로 보는 시각 - 플랫폼 약관에 의한 이용 허락에 불과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자사 약관에서 가상자산을 "서비스 이용과 관련하여 제공되는 디지털 항목"으로 정의하며, 소유권이 아닌 이용권만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약관 구조 때문에 소비자가 "내 재산"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플랫폼이 제공하는 법적 권리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다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제17조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해서도 청약철회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가상자산이 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한다면 일정 범위 내에서 환불 요구가 가능합니다.
전자상거래법상 환불 가능성과 한계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가상자산에는 몇 가지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어서 실제 환불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1 이미 사용한 경우
가상 아이템을 장착하거나, 가상 토지 위에 건축물을 세운 경우 등 "재화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판단되면 환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2 청약철회 불가 고지
플랫폼이 구매 시점에 "이 상품은 사용 후 환불이 불가합니다"라는 고지를 명확히 했고, 시용(試用) 상품을 제공하거나 별도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환불 거절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3 미사용 상태라면
구매 후 7일 이내이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가상자산이라면, 청약철회가 가능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 경우 플랫폼의 환불 불가 약관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제6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일괄적으로 환불 불가를 선언하는 약관은, 이 조항에 의해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서비스를 종료하면 어떻게 되나요
많은 분들이 더 불안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운영을 중단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하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구매한 가상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콘텐츠 사업자가 서비스를 종료할 경우 최소 30일 전 사전 고지를 해야 하며, 유료 콘텐츠에 대해서는 이용자에게 보상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다만 이 지침은 행정 지도 수준이어서 법적 강제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서비스 종료 시 보상 범위와 방법을 둘러싸고 분쟁이 집중됩니다. 플랫폼 측이 대체 서비스 내 포인트 전환이나 일부 환불만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비자가 납부한 전액을 돌려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거나, 금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심판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해외 플랫폼인 경우 더 복잡해집니다
로블록스(Roblox),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등 해외 소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환불 분쟁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전자상거래법 제32조는 국외 사업자에게도 동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관할권 문제와 준거법 분쟁이 발생합니다. 해외 플랫폼의 약관은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을 적용하고, 분쟁은 해당 지역 법원에서 해결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가 권리를 행사하기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습니다.
다만 국제거래 소비자 포털(crossborder.kca.go.kr)을 통해 해외 사업자에 대한 피해 상담 및 구제를 요청할 수 있으며, 결제 수단에 따라 카드사의 차지백(chargeback)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입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소비자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2024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메타버스 내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는 움직임이 있었고,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규율 체계가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NFT 기반 가상자산의 경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의 관계 정리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법 제도가 정비되기까지,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구매 전 약관 확인
환불 정책, 서비스 종료 시 보상 조항, 준거법 조항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거래 내역 보관
결제 영수증, 구매 화면 캡처, 플랫폼 내 거래 기록을 모두 저장해 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유리합니다.
3 환불 거절 시 대응 경로 파악
한국소비자원(1372), 공정거래위원회, 소액사건심판 등 활용 가능한 구제 수단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4 고액 거래는 신중하게
현행법상 보호 체계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거래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메타버스 가상자산 거래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법적 보호 장치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전혀 무방비 상태인 것은 아닙니다. 전자상거래법, 약관규제법, 소비자기본법 등 기존 법률의 틀 안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하며, 핵심은 거래 증거를 확보하고 적시에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변호사의 코멘트
더감 법률사무소 · 경기도 수원시
메타버스 가상자산 환불 문제를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소비자분들이 플랫폼 약관의 환불 불가 조항을 보고 권리 행사 자체를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면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환불이 거절되었더라도 구체적 상황을 전문가에게 상담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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