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위반, 통장 넘겼다면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통장만 넘긴 겁니다.”
“제가 직접 보이스피싱을 한 건 아닙니다.”
“시키는 대로 법인을 만들고 계좌만 개설했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직접 피해자를 속인 것도 아니고, 피해금을 인출한 것도 아니며, 단순히 계좌나 카드를 넘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사건을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통장, 체크카드, 비밀번호, OTP 같은 접근매체는 보이스피싱, 사기, 자금세탁 범죄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 계좌가 아니라 법인 명의 계좌라면 더 무겁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법인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긴 사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요구를 받고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했고, 그 계좌에 연결된 통장, 체크카드, OTP카드까지 넘겼습니다. 문제는 이런 접근매체 전달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개인 통장이 아니라 법인 명의 계좌였고, 통장뿐 아니라 실제 금융거래에 필요한 체크카드와 OTP까지 함께 넘어갔으며, 유사한 방식의 전달이 반복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부분을 가볍게 보지 않았습니다.
법인 계좌는 외부에서 정상적인 사업 계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에 이용될 경우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수사기관도 계좌 개설 경위와 전달 과정을 더 엄격하게 확인합니다.
직접 사기를 치지 않아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직접 피해자를 속이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직접 보이스피싱을 실행했는지 여부만이 아닙니다.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지가 핵심입니다.
수사기관은 다음과 같은 부분을 확인합니다.
누구에게 통장이나 카드를 넘겼는지, 왜 넘겼는지, 비밀번호나 OTP까지 알려주었는지, 대가를 받았는지, 계좌가 몇 개였는지, 개인 계좌인지 법인 계좌인지, 실제 범죄에 사용되었는지, 당시 이상한 점을 알 수 있었는지 등을 함께 봅니다.
따라서 “직접 사기를 친 것은 아니다”라는 말만으로 사건이 가볍게 정리되기는 어렵습니다.
법인계좌 사건에서 특히 문제 되는 부분
법인 명의 계좌가 문제 된 경우에는 질문이 더 구체적입니다.
왜 법인을 만들었는지, 누가 법인 설립을 지시했는지, 정상적인 사업 목적이 있었는지, 계좌를 만든 뒤 왜 통장과 카드를 넘겼는지, OTP와 비밀번호까지 넘긴 이유는 무엇인지, 상대방의 신원을 알고 있었는지,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것은 없는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 “계좌만 만들어주면 된다”, “법인을 만들어야 거래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움직인 사건이라면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막연히 “몰랐다”고만 반복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유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그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습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접근매체를 넘긴 점, 법인 명의 계좌가 이용된 점, 접근매체 양도가 반복된 점을 불리하게 보았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던 점,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 동기와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법인통장과 카드를 넘겨도 항상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계좌가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령에 사용되었는지, 넘긴 계좌 수가 몇 개인지, 대가를 받았는지, 동종 전력이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대응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대응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몰랐다”고만 반복하는 것입니다. 정말 속아서 계좌를 넘긴 사정이 있다면, 어떤 광고를 보고 연락했는지,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라고 믿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별일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접근매체 양도는 직접 피해자를 속이지 않았더라도 처벌될 수 있고, 계좌가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범죄에 사용되었다면 사안은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접근매체를 넘긴 경우, 반복적으로 계좌를 만들어 넘긴 경우, 대가를 받은 경우,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한 경우에는 실형 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조사 전 확인해야 할 것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먼저 사건의 구조를 확인해야 합니다.
계좌가 실제 범죄에 사용되었는지, 피해자가 발생했는지,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 통장·카드·OTP 전달 사실이 명확한지, 본인이 어떤 경위로 상대방의 요구를 따르게 되었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증거상 전달 사실이 분명한데 무리하게 부인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말 속아서 일시적으로 맡긴 것에 가까운 사건이라면 접근매체 양도 자체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은 “통장만 넘겼다”는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법인통장, 체크카드, OTP까지 넘어갔다면 처음부터 사건의 무게를 다르게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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