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지영 변호사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승소사례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후, 2심에서 징역형을 받아낸 미성년자 대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 사건입니다. 약 80여 개의 사진과 동영상이 오갔고, 두 차례 성관계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기소는 그중 19건의 영상과 사진 제작에 대해서만 이루어졌고, 나머지 부분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성관계 부분 역시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루밍 이후의 행동만 보면 피해자가 스스로 동의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 단계에서도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강압이나 심리적 위력이 없었다”는 식으로 판단된 것이죠. 이 사건이 까다로웠던 이유 중 하나인데요.
그루밍 범죄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입니다.
그루밍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과정입니다. 성인이 아이에게 먼저 접근해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칭찬을 해주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면서 관계를 형성합니다. 특히 부모나 학교에서 충분한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아이들은 성인의 반복적인 관심과 인정에 쉽게 마음을 열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길들임 과정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2주 정도의 시간만으로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역시, 피해자인 아이가 먼저 다가가면서 그루밍이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인이 먼저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고, 아이에게 칭찬을 하며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노렸습니다. 가해자는 돈이나 물질적인 대가를 제공하지 않고도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두 차례 성관계 이후에도 가해자는 아이에게 관계를 계속 이어가지는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이에게 모호한 말로 혼란을 주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메시지 내용은 달랐습니다. 메시지에는 가해자가 자신의 성적인 필요에 따라 아이에게 연락하고 도움을 요청한 정황이 담겨 있었고, 성적인 대화도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피해자인 아이도 처음부터 모든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거절하기도 했고, 연락을 끊으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약 2~3주에 걸친 그루밍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자발적으로 영상을 보내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아이가 스스로 영상을 보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전에 어떤 심리적 길들임이 있었는지'입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요청이나 지시가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보낸 것처럼 보인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그루밍이 이루어진 이후의 행동만 떼어놓고 “강압이 없었다”고 판단한다면, 사실상 그루밍을 범죄로 보지 않겠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영상이나 사진이 오갔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그루밍되기 전부터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피해자 인식의 문제였는데요. 온라인 그루밍 사건에서는 피해자인 아이가 가해자를 좋아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가해자를 처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스스로도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모님들 역시 혼란스러워하십니다. “이 일이 알려지면 제 아이가 욕을 먹는 것 아니냐”, “오히려 아이가 비난받는 것 아니냐”
그래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피해자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돕고, 어떤 죄명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겉으로는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여도 왜 범죄가 될 수 있는지를 법적으로 정리하여 설득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인데요. 2심 재판부는 그루밍 과정을 충분히 살펴보았습니다. 단순히 “합의가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행동했다”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2심에서는 1심의 집행유예 판결이 파기되어, 피고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며 법정구속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온라인 그루밍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단계부터 사건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입니다. 어떤 죄명을 적용할 수 있는지, 피해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심리적으로 길들여졌는지, 겉으로 보이는 합의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 과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혐의가 축소될 수 있고, 사건의 본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루밍 과정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설득해 나간다면,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이라도 2심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그루밍 사건은 단순한 일탈이나 합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인이 미성년자의 취약한 심리를 이용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통해 성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범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그루밍 과정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해결해가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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