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중 속 접촉, 전부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 버스, 클럽, 공연장처럼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불쾌한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추행죄에서 중요한 것은 그 접촉이 우연한 스침인지, 아니면 성적 의도를 가진 접촉인지입니다. 특히 군중 속에서는 몸이 밀리거나 흔들리는 일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은 접촉의 부위, 시간, 반복성, 동선, 손의 위치, 피해자의 회피 이후 행동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결국 이 유형 사건의 핵심은 우연성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한 번 스친 정도를 넘어, 특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만지거나, 피해자가 피했는데도 따라붙거나, 손을 뗄 수 있었음에도 계속 접촉했다면 단순 스침이라는 주장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2.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의 의미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성립합니다. 다만 기습추행의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추행이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판단은 피해자의 주관적 불쾌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성별과 나이, 접촉 부위, 행위의 경위, 당시 장소의 혼잡도,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접촉 이후의 행동 등을 함께 봅니다.
즉, 같은 접촉이라도 장소와 상황, 행위 방식에 따라 단순 접촉으로 볼 수도 있고, 강제추행으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3. 스침이 추행으로 바뀌는 첫 번째 기준은 반복성입니다
군중 속에서 한 번 스친 행위는 우연일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같은 부위 또는 민감한 부위를 반복적으로 접촉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몸을 피했는데도 다시 접근해 접촉하거나, 손바닥을 특정 부위에 대고 떼지 않거나, 흔들림과 무관하게 같은 방향으로 여러 차례 접촉이 반복된다면 우연한 스침으로 보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혼잡한 장소에서는 피고인 측이 “밀려서 닿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혼잡했는지만 보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피할 수 있었는지, 손을 다른 위치에 둘 수 있었는지, 접촉이 반복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봅니다.
4. 두 번째 기준은 접촉 부위의 성적 민감도입니다
군중 속 접촉 사건에서 접촉 부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깨, 팔, 등처럼 혼잡한 상황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는 부위와 달리, 엉덩이, 허벅지 안쪽, 음부, 가슴 등 성적 민감 부위는 우연한 접촉이라는 설명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민감 부위에 닿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부위에 손바닥이나 손가락이 닿았고, 접촉 시간이 길거나 반복되었으며, 피해자가 회피했음에도 계속되었다면 강제추행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법원은 어디에 닿았는지, 어떻게 닿았는지, 얼마나 닿았는지를 매우 세밀하게 봅니다.
5. 세 번째 기준은 불필요한 접근 동선입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CCTV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접촉 장면만 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피고인의 이동 경로와 접근 방식이 의도성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굳이 피해자 옆으로 접근할 이유가 없었는데 가까이 붙었는지, 피해자가 자리를 옮겼는데도 따라갔는지, 통로가 넓었는데도 특정 방향으로 몸을 밀착했는지 등이 문제 됩니다.
군중 속 사건에서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더라도, 영상상 다른 동선 선택이 가능했거나, 피해자를 향해 반복적으로 접근한 정황이 보이면 의도된 접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선은 고의 판단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6. 피해자의 회피 이후에도 접촉이 계속되면 위험합니다
피해자가 몸을 돌리거나 자리를 피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행동을 했는데도 접촉이 계속되었다면, 우연한 스침이라는 주장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명확히 불쾌감을 표시했거나, 피하려는 행동을 보였는데도 다시 접촉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접촉임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강제추행의 고의는 반드시 명백한 성적 목적을 말로 드러내야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자신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감수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7. 반대로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군중 속 접촉 사건은 유죄만큼이나 무죄 다툼도 많습니다.
CCTV상 피해자의 주장과 달리 단순히 지나가는 과정에서 등이나 팔이 닿은 정도로 보이거나, 접촉 시간이 매우 짧고, 접촉 부위도 성적 의미를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강제추행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 진술이 접촉 부위나 행위 방식에 관해 객관자료와 크게 어긋나거나, 혼잡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행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유형은 감정적 주장보다 영상, 동선, 접촉 부위, 시간, 반복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8. 실무상 가장 중요한 증거와 대응 포인트
피해자 입장에서는 “기분 나빴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부위에, 어떤 방식으로, 몇 차례, 얼마나 오래 접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피하려 했는지, 피했는데도 따라왔는지, 즉시 항의했는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도 중요합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접촉 자체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우연한 스침이었는지, 당시 혼잡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다른 사람들과의 밀림이 있었는지, CCTV상 의도적 접근으로 보이지 않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지하철·버스 사건에서는 CCTV 확보가 늦어지면 중요한 자료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객관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진술 대 진술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9. 결론: 군중 속 스침은 ‘우연성’이 깨질 때 추행이 됩니다
강제추행죄에서 군중 속 접촉은 매우 섬세하게 판단됩니다. 사람이 많아 불가피하게 닿은 것인지, 아니면 혼잡한 상황을 이용해 특정 부위를 의도적으로 접촉한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반복성, 접촉 부위, 손의 위치, 피해자의 회피 후 행동, 불필요한 접근 동선, CCTV상 움직임이 결론을 가르는 주요 요소입니다.
따라서 군중 속 접촉 사건에서는 단순히 “스쳤다” 또는 “추행당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건 당시의 세부 정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강제추행, 공중밀집장소추행, 또는 무혐의·무죄 판단까지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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