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분담금 10억, 조합원이 싸울 수 있는 5가지 방법
"같은 평수로 이사하는데 10억을 더 내라고요?"
2026년 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추정분담금이 공개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충격이 퍼졌습니다. 전용 152㎡ 소유자가 전용 128㎡를 신청할 경우 분담금이 10억 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불과 1년 전 추정치가 3억 2,000만 원이었으니, 3배 넘게 뛴 셈입니다.
압구정4구역은 더 심각합니다. 비례율이 60%대에서 46%로 떨어지면서, 전용 84㎡ 기준 분담금이 7억 5,000만 원, 대형 평형 펜트하우스의 경우 최대 191억 원까지 추산됩니다. 은마아파트도 2023년 1.2억이던 분담금이 9.4억으로 치솟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분담금 산정이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이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을 정리합니다
목차
분담금은 어떻게 정해지나 : 종전자산·비례율의 구조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 : 90일의 골든타임
현금청산 : 감당 못할 때의 출구전략
조합 탈퇴와 분담금 환급 : 재건축조합은 다릅니다
분담금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방법
정리 : 시기를 놓치면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이 글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
관리처분계획 : 조합원별로 누가 어떤 평형을 받고, 분담금은 얼마인지를 확정하는 계획입니다. 구청장 등의 인가를 받으면 법적 효력이 생깁니다.
종전자산 : 재건축 전 내가 보유한 기존 아파트의 평가 가치입니다. 이 금액이 낮게 잡히면 분담금이 올라갑니다.
비례율 : 재건축 사업 전후의 가치 비율입니다. 공사비가 올라가면 비례율이 떨어지고, 분담금이 늘어납니다.
매도청구 : 조합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시가로 매도하라"고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이전고시 : 재건축이 완료된 후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조합원에게 이전하는 행정 고시입니다. 이후에는 관리처분계획을 다투기 극히 어렵습니다.
1. 분담금은 어떻게 정해지나 : 종전자산·비례율의 구조
재건축 분담금의 핵심 변수는 두 가지입니다.
종전자산 평가액(내 기존 아파트의 가치)과 비례율(사업 전후 가치 비율)입니다. 종전자산이 낮게 평가되거나 비례율이 떨어지면 조합원이 부담하는 분담금은 올라갑니다. 최근 분담금이 폭등한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급등으로 비례율이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압구정4구역의 경우 평당 공사비가 1,280만 원으로 책정되면서 비례율이 46%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조합이 제시한 종전자산 평가액과 비례율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구간이 있습니다.
2.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 : 90일의 골든타임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별 분담금, 분양 대상, 종전자산 평가 등을 확정하는 핵심 행정처분입니다. 여기에 하자가 있으면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가 있은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가 고시가 있은 날부터 1년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같은 조 제2항). "고시일"이 아니라 "안 날"이 기산점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면서 조합의 비용부담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어 조합원 분담금이 대폭 증가한 사안에서, 이는 "조합의 비용부담"을 당초 재건축 결의 당시와 비교하여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므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4두9134 판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0조 제3항, 제1항 제8호 및 제15호 유추적용).
다만,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당시 법령과 정관이 과반수 동의만을 요구했고 3분의 2 동의 요건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여,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효 주장은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법리가 대법원 판례로 확립되어 있으므로, 분담금이 대폭 증가하는 관리처분계획 변경 시 3분의 2 동의 요건 위반을 다툴 실익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취소소송에서 다툴 수 있는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전자산 감정평가의 적정성 : 감정평가법인 선정 절차가 적법했는지, 평가 방법에 오류가 없는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종전자산이 1억만 올라가도 분담금은 수천만 원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
총회 결의의 하자 : 소집 절차 위반, 의결 정족수 미달, 안건 고지 미비 등이 있으면 관리처분계획 자체가 흔들립니다.
비용 산정의 부당성 : 공사비, 설계비, 이주비 등 사업비 항목이 과다 계상되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됩니다.
제소기간은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이라는 이중 구조입니다. 어느 쪽이든 기한을 넘기면 더 이상 취소를 구할 수 없으므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소식을 접하면 즉시 검토를 시작해야 합니다.
3.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다면 : 현금청산이라는 출구전략
분담금이 10억을 넘어서면서 "차라리 현금청산을 받고 나가는 게 낫지 않나?"라는 고민을 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습니다.
현금청산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3조에 따라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포기한 경우,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한 권리를 현금으로 청산받고 사업에서 빠지는 절차입니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 후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협의를 요청하고,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청산금액이 조합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합이 제시하는 종전자산 가액에 동의하지 못하면, 도시정비법 제74조 제4항에 따라 시장·군수 등이 선정한 감정평가법인등의 평가를 통해 적정 가격을 산정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조합이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의 감정에 따라 최종 금액이 결정되므로, 감정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보상금을 높이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입니다.
특히 고령 조합원이나 은퇴 세대처럼 추가 대출이 어려운 경우, 현금청산은 손해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합리적 출구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기를 놓치면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해야 하므로, 분양신청 기간 전에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조합 탈퇴와 분담금 환급 : 재건축조합은 다릅니다
2025년 11월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 탈퇴 시 분담금 공제율이 과다하면 감액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조합 규약에서 탈퇴 시 납입금의 20%를 공제하도록 정한 조항에 대해, 법원은 이를 민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위약금 약정)'으로 보고 10%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이 판례는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에 관한 것으로,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는 법적 근거와 조합원 가입·탈퇴의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재건축조합의 경우 조합원 자격은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지위에 기반하므로, 단순히 "탈퇴"하여 분담금을 환급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조합원 자격 상실 사유(세대주 변경, 주택 처분 등)가 발생한 경우 분담금 환급 시 과도한 공제율을 다툴 여지는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조합원이 자격을 상실한 경우 조합이 분담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비용의 범위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지위 상실 후에 발생한 비용은 원칙적으로 공제할 수 없으며, 공제 가능한 비용의 항목과 기준이 조합 규약에 명확히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다282046 판결). 조합이 환급 시 과도한 금액을 공제하려 한다면, 이 판례를 근거로 다툴 수 있습니다.
재건축조합의 특성상 "탈퇴 후 환급"이라는 단순한 구도가 성립하기 어려우므로, 구체적 상황에 따라 현금청산·매도·조합원 지위 양도 등 어떤 경로가 유리한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5. 분담금 자체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개별 조합원 차원에서 분담금을 직접 낮추는 것은 어렵지만, 사업 구조 차원에서 분담금을 줄이는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8조에 따라 재건축 시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추는 조례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기준으로 이 비율이 적용되면 가구당 환급금이 1억 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이러한 조례 개정은 일반적으로 개정 이후 새로 추진되는 사업에 적용되므로, 이미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사업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의 단지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실제 혜택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조합 차원에서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사비 협상을 통해 분담금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실제로 압구정 3·4·5구역이 동시에 시공사 선정에 돌입하면서,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입찰 보증금, 이주비 지원, 공사비 조건 등이 조합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정리 : 분담금 문제, 시기를 놓치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재건축 분담금 10억 시대에 조합원이 취할 수 있는 법적 대응을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1단계 : 관리처분계획 수립 전: 총회 결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종전자산 감정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업비 산정 내역과 감정평가법인 선정 절차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2단계 : 관리처분계획 인가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골든타임): 취소소송 제기를 검토해야 합니다. 종전자산 평가액, 사업비 산정, 총회 결의 하자 등을 다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인가 고시가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소송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3단계 : 분양신청 기간: 현금청산 여부를 결정하고, 청산금액 협상에 대비해야 합니다. 감정평가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4단계 : 이전고시 이후: 관리처분계획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소멸하므로, 개별 권리구제 수단이 극히 제한됩니다.
모든 단계에서 공통되는 핵심은 "시기"입니다. 90일의 제소기간, 분양신청 기한, 매도청구 대응 기한 등 각 단계마다 법적 데드라인이 있고, 이를 넘기면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분담금 고지를 받고 막막하다면, 금액이 확정되기 전에 종전자산 평가와 사업비 산정 내역부터 점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 번째 단계입니다.
상담 원하시면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쟁점과 대응 순서를 함께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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