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며
“순간의 판단 착오가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출퇴근 시간대의 붐비는 지하철은 언제든 형사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 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하철 내 성추행’ 혐의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사례들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으며, 실제 형사처벌뿐 아니라 직장에서의 해고, 가족과의 갈등 등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시민의 신고나 피해자의 단독 진술만으로 현장에서 즉시 체포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도 피의자의 일상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쉽습니다.
이처럼 ‘지하철 내 성추행’은 단순한 도덕적 비난에 그치지 않고, 형법상 명확한 범죄로 처벌 대상이 되며, 생각보다 다양한 쟁점과 복합적인 요소가 문제될 수 있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최근 이와 관련된 판례를 통해 복잡한 법적 쟁점들을 살펴보고, 지하철 성추행 혐의의 구성 요건, 예상 형량, 대응 전략 등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해당 판결을 보면, 피고인은 「2014년 3월경 서울 동작구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서초역 구간을 이동 중, 지하철 안에서 피해자 B(여, 28세)의 등 뒤에 접근하여 무릎을 약간 굽히며 성기를 피해자의 엉덩이에 밀착시키는 등 공중이 붐비는 장소에서 추행하려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당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은 “피고인이 다리를 구부려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에게 밀착시킨 것을 보고, 의도적인 성추행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불쾌감을 느낄 정도의 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경찰이 성추행 사실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밀착했는지도 잘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추행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성적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의 의도만으로는 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엉덩이에 밀착시킨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이미 성폭력범죄처벌법(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상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며, 피해자가 실제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여 1심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즉,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보다는 피고인의 행위 자체가 추행 여부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지하철 내 성추행 범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과 의사가 여전히 중요하게 고려되므로, 실무에서는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 관련 진술이 피고인의 양형과 죄책 유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법적 정의 및 적용 조문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추행죄
공중밀집장소추행죄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공연장, 집회 장소 등 불특정 다수가 모여 있는 공간에서 타인을 추행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 범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처럼 좁고 붐비는 지하철 내부에서 피해자의 신체에 의도적으로 밀착하거나 특정 부위를 접촉한 경우, 고의성이 인정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피의자가 “우연히 스쳤다”거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주변 목격자 진술이나 CCTV 등 다른 증거가 존재할 경우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앞서 살펴본 판례처럼 피해자가 추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제3자의 신고나 진술을 통해 추행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죄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강제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한 추행을 대상으로 합니다. 반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이러한 외형적 강제력이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중밀집장소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억압하거나 저항을 막기 위해 폭행·협박을 가한 경우에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기소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손목을 강제로 잡아 추행하거나, 혼잡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신체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힘을 사용하여 추행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가중처벌 요인 및 보안처분
동일한 혐의로 과거 수사 또는 처벌 전력이 있다면, 상습성이나 재범 위험이 인정되어 형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에서는 단순 밀착 행위였음에도 반복적 유사 행위가 확인되어 실형이 선고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거나 죄질이 중대하며 재범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상정보 등록, 공공기관·교육기관 취업 제한과 같은 보안처분까지 함께 부과될 수 있어 사회적 낙인이 남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3.법적 대응 전략
지하철 성추행 혐의를 받게 되면, 무엇보다 먼저 성범죄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혐의를 부인할지, 아니면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할지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대응 방침이 마련되어야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전략 없이 조사를 받게 되면, 순간적으로 한 말 한마디가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나중에 이를 번복하더라도 진술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수사는 물적 증거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대부분 피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피의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피해 진술이 일관되고 감정적으로 호소력이 강한 경우, 실제 사실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상황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피의자들이 억울함을 단순히 감정적으로 표현하다 수사 흐름을 방해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또한 경험이 풍부한 수사관들은 피의자의 감정적 반응을 이용해 조사 과정에서 진술의 방향을 유도하거나, 불리한 부분을 강조하여 조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사에 동석 가능한 변호인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성범죄 전문 변호인이 조사에 함께 참여하면, 초기 조사 방향을 점검하고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며, 작성된 신문조서가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었는지 철저히 검토하고 시정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피의자와 수사기관 간 정보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만약 혐의를 인정하고 처벌 감경을 목표로 사건을 진행한다면,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실형을 피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다만, 성범죄의 특성상 피의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며, 진정한 반성과 사과의 의사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경험 많은 변호인의 중재가 필수적입니다. 변호인은 사건의 전후 상황과 감정적 흐름을 고려하여 적절한 시점에 합의 제안을 하고,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합의금 조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하게 되며, 이는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합의 과정은 불기소 처분이나 기소유예 등 사건 종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결어
현재 지하철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그 순간의 판단과 대응이 향후 몇 년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한편, 지하철 이용 중 억울한 상황에 처하셨다면, 그 억울함을 법리적으로 체계화하고 입증할 수 있는 성범죄 전문 변호인과 함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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