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당했는데 연락하면 안 되나요?
성범죄로 고소를 당한 직후,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설명하고 오해를 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어떤 분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고, 어떤 분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휴대폰을 들고 상대에게 연락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이 시점의 연락은, 의도와 상관없이 사건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소가 접수된 이후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행동을 최대한 피하는 게 안전합니다. 연락을 하면 무조건 처벌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연락이 남기는 흔적은 단순히 “사과했다”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그 연락을 ‘설명’으로 보기도 하지만, 사건 성격에 따라 ‘압박’이나 ‘회유’로 해석할 여지도 함께 봅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2차 가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말은 단순히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고소 이후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주변인을 통해 전달하거나, 관계 회복을 강요하는 형태로 접근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압박의 흔적은 카톡, 문자, 통화 기록처럼 그대로 남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이 기록이 새로운 쟁점이 되면서, 원래 사건보다 ‘고소 이후 행동’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사과도 하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사과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성범죄 사건에서 사과는 종종 “사실상 인정”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안하다”, “한 번만 봐줘라”, “합의하자” 같은 표현은, 의도와 달리 사건의 프레임을 굳히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하려 해도, 이미 남아 있는 메시지 한 줄이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건 ‘중간 전달’입니다. 직접 연락은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말을 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접촉이 계속되면 방식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부담으로 느낄 수 있고, 수사에서는 그 시도 자체가 문제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합의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시기와 방식이 중요합니다. 고소 직후 감정이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직접 연락을 하는 건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합의가 필요하다면, 사건이 어떤 구조인지, 현재 혐의가 어떻게 정리될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이 상대에게 불필요한 압박으로 비치지 않는지부터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변호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고소 이후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행동은 “오해를 풀겠다”는 의도와 달리 “압박”이나 “회유”로 해석될 수 있고, 대화 기록이 남는 순간 사건은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고소 이후의 행동이 2차 가해로 문제 되는 경우가 있어 더 신중해야 합니다. 지금은 마음이 급하더라도, 손에 쥔 휴대폰이 사건을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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