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나왔는데 거부할 수 있나요?
갑자기 집이나 사무실로 수사관이 찾아와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면,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막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정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되어 제시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거부해서 안 하게 만드는” 절차가 아닙니다. 강제처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전부 내주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압수수색에서 중요한 건 ‘거부’가 아니라 ‘범위를 통제’하는 겁니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시작하기 전에 영장을 제시해야 합니다. 영장에는 사건명, 혐의, 압수할 대상과 범위, 장소가 적혀 있습니다. 이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협조해 달라”는 말만 듣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장을 직접 보고 범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영장 제시는 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고, 적법절차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다음은 협조의 ‘선’을 정하는 문제입니다. 영장이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막거나 집행을 방해하는 방식의 거부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충돌만 커지고, 수사기관은 영장 집행을 위해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문을 열거나 개봉하는 등 집행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장이 있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무엇이든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영장에 적힌 범위, 그리고 혐의와의 관련성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특히 휴대전화나 PC처럼 전자정보가 걸린 압수수색은 ‘관련 없는 정보까지 훑고 복제되는’ 위험이 커서, 대법원도 참여권 보장과 무관정보 탐색 통제의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대응이 있습니다. 첫째, 영장의 범위를 확인하고 그 범위를 넘는 요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겁니다. 둘째, 압수수색에는 피압수자나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변호인에게 바로 연락하고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참여는 단순히 옆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남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됩니다.
셋째, 무엇을 가져갔는지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압수한 경우에는 압수목록을 작성해 교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압수목록은 나중에 압수처분을 다투는 출발점이 됩니다.
결국 결론은 이렇습니다. 영장이 나온 압수수색을 현장에서 “거부해서 중단”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영장 제시를 확인하고, 범위를 벗어난 집행에 동의하지 않으며, 참여권과 압수목록 교부 같은 절차를 챙기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압수수색은 현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절차가 적법했는지가 이후 증거능력과 사건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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