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교류가 전혀 없었던 부모가, 자녀가 사망한 후에 나타나서 자녀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는 사건을 뉴스에서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구하라씨가 사망한 후에 그 가족사가 공개되고, 비슷한 사안들이 보도되면서 민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었죠.
결국 2004. 9. 20. 구하라법이 통과되어, 2026. 1. 1.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구하라법의 의의 :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 제한
민법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 선고) ① 피상속인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068조에 따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여야 한다.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2.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② 제1항의 유언에 따라 상속권 상실의 대상이 될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한다.
③ 제1항에 따른 유언이 없었던 경우 공동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2.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기존에는 부모가 상속권이 박탈되려면, 자녀를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조작하는 등의 인륜(?)을 져 버리는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민법 제1004조 ; 상속결격사유 참조).
그러나 이번 개정법은 상속권 상실 선고를 통해, 일정한 경우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해 두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 어떤 경우가 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때라고 평가될 까요? 구하라법 개정 경위가 되었던, 사건들을 생각해 볼까요. ① 이혼 가정 ② 면접·교섭 등 자녀와의 교류 부재 ③ 양육비 미지급이 모두 합해진 경우일 거예요.
▶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에는, 자녀를 학대·폭행하거나 방치(방임한 경우)로서 형사판결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실무상 민법 제1004조에 의하여 상대방의 상속결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각호 사유에 해당하는 형사판결이 증거로 제출되고 있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7. 8. 선고 2022가단921 판결 *청구기각
...나. 한편, 피고는 '2006. 11.경 C의 재산을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310,0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C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2. 5. 18. 서울동부지방법원(2012고약4695)에서 업무상배임죄로 벌금 5,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2012. 6. 13. 확정되었다.
...
3. 판단
피고가 2012. 5. 18.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피해자를 C로 하는 업무상배임죄로 벌금 5,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는 민법 제1004조1)에서 정한 상속인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 외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상속의 결격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때문에 민법 제1004조의2의 규정상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역시 민법 제1004조에 상응하는 정도의 부당한 대우- 형사판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어떻게 상속을 막을 수 있을까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상속을 막는 방법은 크게 생전 조치, 사후 조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 생전조치 :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피상속인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에 대해 상속권 상실 의사 표시를 해놓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해놓아야 하죠(유언은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구하라법에서 허용한 유언의 방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방법뿐입니다).
이 경우,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유언에 따라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게 됩니다.
제1099조(유언집행자의 임무착수) 유언집행자가 그 취임을 승낙한 때에는 지체없이 그 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나. 사후조치
① 공동상속인의 청구
피상속인이 유언을 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을 대신하여 가정법원에 그 부모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
② 다른 상속인이 없는 경우
만일 상속인이 부모만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부모는 자녀를 키우지 않고 멀리 가버리고 –피상속인은 조부모와 삼촌, 고모, 이모가 키워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 제1004조의2 제4항이 적용됩니다.
④ 제3항의 청구를 할 수 있는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제3항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사람이 이를 청구할 수 있다.
3. 재판 진행은 어떻게 될까?
만일 피상속인이 유언을 미리 작성해 놓았다면, 가정법원에서는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를 존중할 것 같습니다(유언의 진정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이 없게 공정증서로 입법자가 정해놓은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상속인등의 청구에 의해서, 특정 상속인(특히 피상속인의 부모)에 대해 상속권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실질은 상속 재산 다툼이기 때문에 법원도 고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 제1004조의2 ⑤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1항,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른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민법상 상속권 상실 청구에 대한 결론은 인용, 또는 기각으로 All or Nothing의 결과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 청구가 인용되면, 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 개시되었을 때(피상속인이 사망한 때)로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하고, 기각되면 상속권이 인정되어 상속받되 다시 상속재산분할심판·기여분으로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가사소송법상 상속권 상실 청구 사건은 현재 나류 가사소송으로 분류되어 실시 예정입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가정법원의 관장 사항) ① 다음 각 호의 사항(이하 “가사사건”이라 한다)에 대한 심리(審理)와 재판은 가정법원의 전속관할(專屬管轄)로 한다.
1. 가사소송사건
나. 나류(類) 사건
15) 상속권 상실 선고
즉, 조정 전치주의가 적용된다는 의미지요.
가사소송법 제50조(조정 전치주의) ① 나류 및 다류 가사소송사건과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사건에 관하여 조정을 신청하지 아니하고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여야 한다. 다만, 공시송달의 방법이 아니면 당사자의 어느 한쪽 또는 양쪽을 소환할 수 없거나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더라도 조정이 성립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 청구 사건에 있어 조정전치주의, 관련사건으로 상속재산분할·기여분까지의 병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4. 적용은 언제부터?
구하라법은 2026년 1월 1일 시행이지만,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피상속인 사망)로서 같은 개정규정 시행 전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중대한 범죄행위 그에 상응하는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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